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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떡 모양, 타원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

등록|2008.01.31 20:04 수정|2008.01.31 20:04
가래떡을 뺐다. 매년 이맘때면 한번 씩 하는 행사이다. 맨 처음 가래떡을 뺐던 몇 년 전에는 한석봉 어머니가 한번 되어보겠다고 방앗간에다 썰어 달라하지 않고 몽땅 집에 들고 왔었다. 그러나, 적당한 때 썰지 않아서 가래떡이 너무 굳어버려 칼도 대어 보지 못하고 죄다 가위를 이용해 떡볶이용으로 잘랐다.

그러나 가족들이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양이 너무 많으니 더 줄지 않아 혼났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방앗간에 쌀을 맡길 때 무조건 썰어 달라 했는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한석봉 어머니에 도전하고 싶었다.

쌀 너 되 중 둘은 방앗간에 썰어 달라하고 둘은 내가 직접 썰어보기로 하였다. 안되면 또 떡볶이나 해먹지 하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한석봉 어머니 떡국 썰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줄 욕심이 있었기에 아주 마음의 준비까지 하였다.

수시로 떡의 굳기 정도를 관찰하면서, 한번 임시로 썰어보기도 하면서 예의 가장 알맞은 때를 기다렸는데… 아뿔싸, 또 어쩌다 보니 때를 넘기고 말았다. 요즘은 날씨가 건조하다보니 내가 생각하던 때보다 더 빨리 굳어버렸던 것이다. 이 일을 어쩔까나, 궁리를 하다가 또 가위로 잘라보았다.

가위로 자르니 나름대로 잘라졌다. 그러나 떡국 본연의 타원형이 칼로 자른 것 마냥 예쁘지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고정관념을 깨자. 떡국이라고 만날 타원형으로 썰라는 법이 있나' 하면서 일자로 한번 잘라보았다.

▲ 방앗간에 썰어 온 타원형 떡국 ⓒ 정명희

▲ 너무 굳어서 가위로 썬 둥근 떡국 ⓒ 정명희

어머나! 일자로 자르니 일단 자르기도 쉬웠을 뿐더러 떡국이 귀엽고 앙증맞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먹기에 알맞은 크기란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타원형 모양을 무시하고 원형모양으로 죄다 잘랐다.

그런 다음 타원형과 원형을 동시에 넣고 끓여 아이들에게 어느 것이 먹기에 좋으냐고 물으니 약속이나 한 듯 원형이 먹기 좋다고 하였다. 내가 먹어보아도 나름대로 매력 있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다고, 석봉엄니 흉내 한번 내려다 떡국이 꼭 타원형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면 '자뻑'이 너무 심한 걸까?

그나저나, 방앗간 떡국은 방앗간 주인아주머니가 써는 줄 알았는데 오늘 우연히 지나치다 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아니고 떡국 기계가 써는 것이 아닌가. 적당히 굳은 가래떡을 기계에다 밀어 넣으니 떡국이 저절로 잘려서 하나씩 톡톡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긴, 파 써는 기계도 있고 마늘 찧어주는 전용기계도 있는데 떡국 써는 기계가 없을쏘냐. 그것도 모르고 떡국을 빼는 요 몇 년 동안 방앗간 아주머니를 현대의 석봉엄니라 우러러 보았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뭐 그냥. 바쁘지 않으면 떡국 사먹지 말고 한번쯤은 직접 빼 먹어 보면 어떨까싶네요. 쌀 소비도 늘게 겸사겸사….
  
덧붙이는 글 알라딘 서재 ' 폭설의 기억' 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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