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운하'로 전락하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의 공개토론회

등록|2008.02.01 09:25 수정|2008.02.01 09:26

주제발표한 교수들네 명의 교수는 확신에 찬 어조로 강력하게 운하를 비판했다 ⓒ 정용국

행사가 시작되기 십분 전에 이미 200석의 강당이 꽉 차고 통로에도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다. 방송사 카메라 20여대도 바삐 돌아가고 있었는데 방송 3사는 그 작은 강당에 세 대씩의 카메라를 배치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범상치 않은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정각 두 시에 사회자가 행사 개시를 알렸을 때 이미 200부 마련했다는 공개토론회 책자가 동이 나서 임시 복사본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으니 오늘 행사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았다.

 2008년 1월 31일 오후 2시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주최하는 대토론회'가 서울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우후죽순 격으로 시민모임 반대모임이 활동중이었지만 서울대 교수 모임은 특별한 데가 있었다.

찬성측인 인수위나 추부길 목사, 이재오 의원 등의 입에서 타당성이 주장되거나 곧 첫 삽을 뜰 것이라는 말만 있었고 반대측에서는  오마이뉴스와 경향, 한겨레 신문만이 열심히 대운하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일관성 있는 보도를 해왔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반 국민들은 뭔가 확실한 기준과 정보를 알고 싶어도 귀동냥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취재열기와 관심도가 높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서울대 관계자는 먼저 오늘 토론회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에 대한 경계를 우려하며 이 모임에는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한 분도 계시지만 운하를 반대하는 것에는 찬성하는 교수님도 계셨다는 우회적인 말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자 했다. 겨우 일주일 정도 밖에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교수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례나 결성경위 등도 배제한 채 바로 발표를 시작한 것도 모든 오해의 소지를 멀리한다는 뜻으로 보였다.

이날 발제는 네 명의 교수가 각각 분야별로 반대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경부운하, 경제적 타당성 없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실체가 없는 한반도 대운하>.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반도 대운하 : 해서는 안 될 사업> 홍성태 상지대 문화컨텐츠학과 교수 <이명박운하와 문화 대파괴>의 순으로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을 하는 순으로 대토론회는 이어졌다.

첫 발표에 나선 홍종호 교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말을 험하게 해야한다"는 케인즈의 말을 글 앞에 붙여 격한 소리가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주로 운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분석한 홍교수는 물동량 조사, 산업파급 효과, 고용유발 효과, 환경개선 효과 등에 모두 낙제점수를 줄 수밖에 없고 교량철거 및 재시공문제, 자원조달 방법 등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결과를 조목조목 발표하였다.

마지막에는 대운하는 진보와 우파의 논리도 아니요 과학과 허구의 문제이니 정치적 시점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이명박이 하면 다르다, 경부고속도로도 반대자가 많았다, 청계천도 해냈다 등의 주먹구구식의 막연한 기대와 추측은 금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석이 꽉 찬 대강당반대열기로 토론장은 후끈했다 ⓒ 정용국


두 번 째 발표자 박창근 교수는 "정치권은 기술자와 공학자들을 더 이상 폄하하지 말라" 며 정치적 논점을 배제하고 공학적 검토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19개의 도크가 건설되면 자연생태 파괴는 물론이요, 제방을 쌓거나 바닥을 파서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려면 홍수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집중호우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홍수의 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적 논리가 사라진 대운하 논의는 공학중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서 박수를 받았다.

김정욱 교수는 달변으로 여러 차례 박수를 받으며 참가자들을 웃기기도 하였는데 특히 집중호우 때 물을 빼려면 한 달은 걸릴 것인데 "홍수를 한 달 전쯤에 예견할 수 있는 용한 점쟁이가 필요할 뿐"이라는 말로 홍수 피해를 에둘러 경고했다. 김N교수는 특히 독일과 미국의 운하 운용실태와 경과를 사진으로 잘 요약하였을 뿐 아니라 인수위나 관계부처가 미리 제작한 조감도의 무지개 꿈은 개꿈이 될 것임을 누차 강조하였다.

홍성태 교수는 발표자들 중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두에서 경부대운하 또는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당선인이 자신의 경선과 대선 그리고 총선에 써먹기 위한 엉터리 계획이므로 두 가지 명칭이 다 옳지 않으니 앞으로는 "이명박 운하"로 부르기로 했다고 그 목적과 부당성에 관하여 비판했다.

그러므로 이명박 운하는 한국정치의 후진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낡은 부국강병의 논리와 국토개조 논리도 숨겨진 단군이래 최대의 토건정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홍 교수는 청계천 공사 때도 축성이 나왔는데 다 밀어 버렸다고 주장하며 이 당선자가 자신을 컴도저라 하는데 불도저에 컴퓨터가 달려봐야 별 볼일이 있겠느냐고 하며 그는 거도저(거짓말하는 불도저)라고 냉소적인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참가자중 여주의 상황을 밝힌 홍일선 시인지방자치기관들의 터무니없는 광고가 여주를 멍들게 한고 주장한 홍시인 ⓒ 정용국

이날 행사장의 열기는 예상을 넘어 후끈했다. 아직 반대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결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서울대학교의 전문가 집단의 토론회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많은 말이 오갔는데 여주에 내려가 살고 있다는 홍일선 시인에게 마이크가 쥐어져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 사무총장이며 시인인 그는 여주에 물류기지가 건설된다는 말에 땅값이 열 배정도 올라 있으며 동네마다 한반도 적극지지 현수막이 정체불명의 명의로 붙어서 주민들을 속이고 있다면서 오늘 아침에는 "대운하 반대하는 주민도 여주군민인가" 라는 선정적인 구호가 난무하고 있어서 반대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임을 한탄했다.

질문에 답한 과정에서 홍종호 교수는 화주와 운송회사 누구도 원치 않는 운하가 될 것임을 여론조사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단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론을 주도하는 이론과 수치는 당선자측이 "주문제작"한 이론일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박창근 교수도 토론회 등에 가보면 찬성자측의 토목학자가 없어서 말도 안되는 말만 오갈 뿐이라며 "이명박 운하는 아직 스피치 단계"일 뿐이라고 낮게 보았다.

홍성태 교수는 당선자측에서 운하를 적극 홍보하는 추부길씨는 목사인데 아마 신의 계시라도 받았는가 라고 비꼬았다. 박석순씨도 얼마 전 독일에 갔을 때 라인강에서 자신에게 강물이 식수원인 한국에서는 오염 때문에 운하는 안된다는 말을 했으며 정동양씨도 청계천 공사 시에는 자연파괴라고 강력히 주장하더니 지금은 운하를 홍보하는 자리에 가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실명을 거론해 비판했다.

마지막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운하계획은 폐기되어야 하고 이명박 당선자의 개인 정치욕구를 위해 국토와 국민을 죽이는 길이 명백하다는 말로 끝을 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