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강물 속엔 누가 살고 있을까?"
[북한강이야기276] 아빠와 함께 씽씽! 추위쯤이야
겨울이 깊어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물안개 피어나던 북한강 상류의 쪽빛강물이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얼음이 두꺼워질 수록 쩌렁쩌렁한 울음으로 강바닥을 쥐어흔들어댑니다. 미끌미끌한 빙판 위로 발을 옮겨놓을 때마다 얼음판이 금세 갈라질 듯 꽈당거리는 바람에 그만 가슴이 섬뜩해지곤 합니다.
강물이 얼어붙고 많은 눈이 쌓이면 넓은 호수는 하얀 설원으로 변해 꿈처럼 다가서고 겨울 빙어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태공도 있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있습니다. 얼음장 깨어내 저마다 물웅덩일 하나씩 껴안고 바위처럼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를 닦듯 가부좌를 틀고 고기가 올 때를 기다리는 태공도 있습니다. 가족나들이 식구들은 고기가 잡히면 더 좋고, 안 잡혀도 소풍 나온 기분으로 얼음판을 뛰노는 모습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기만 합니다.
얼음 속 저 아래 요정들과 눈 맞춤하다 찌(水標)가 간당거리면, 가슴 두근두근 시린 손 불어 속살이 훤히 내비치는 빙어를 낚아내는 함성으로 강바람을 몰아냅니다. 이곳 춘천댐의 겨울은 춥되 추운 것이 아니며, 눈은 쌓여도 잠자는 겨울이 아닙니다. 호수가 그대로 살아 움직거리니 세상 사는가 싶게 시끌벅적합니다.
빙어는 겨울철에 가장 많이 잡히는 고기중의 하나입니다. 빙어는 어부들의 겨울 소득원으로도 짭짤한 몫 돈을 안겨주지만, 겨울강과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짜릿한 손맛을 선 보입니다.
빙어는 얼음 결을 닮아 피라미보다 더 날씬하고 멸치처럼 하얗게 반짝거립니다. 자세히 보면 은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빙어는 예부터 오이 냄새가 난다하여 ‘과어(瓜魚)’라 부르기도 하고, 찬물을 좋아해 빙어라고 합니다. 여름내 시원한 호수바닥에서 살다 11월 말경이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해 강물이 얼어붙으면 표면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봄이면 그 생명을 다합니다.
빙어 입질이 시작되면 꽝꽝거리는 빙판 위엔 빙어 낚시꾼들로 북적댑니다. 저마다 써래(쇠칼)로 얼음구멍을 두어 개씩 파놓고 견지나 소형 릴낚시대로 빙어를 끌어올립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입질이 왕성하고 곧잘 잡혀 모두들 재미가 쏠쏠하다 좋아들 합니다. 빙어가 입질을 하느라 먹이(구더기)를 톡톡 건드리면 찌가 간당간당합니다.
이 때 떨림이 어떤 맛인지 낚시를 해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오랫동안 속을 태워낸 첫 사랑 그 임의 손끝을 처음 잡았을 때 파르르 떨려오던 그런 느낌, 아님 또 뽑기 놀이에서 일등을 뽑아냈을 때의 저려오던 기쁨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어린고기가 몸부림치며 빙판 위로 얼굴을 내밀면 또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깊은 강물 속에서 꼼틀거리는 어린 고기들이 몸을 달달 떨고 팔딱거리며 올라오는 순간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쩌다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끌려나오기라도 하면 그 기쁨이 한결 더합니다.
빙어를 잘 잡으려면 낚시 끝을 약간 띠워(뜰낚) 살짝 들었다 놓았다(이를 ‘고패질’이라 합니다)를 계속하며 고기를 유혹해내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입질도 시원찮고 소식이 없으면 미련 없이 자리를 옮겨야합니다. 그러나 고기를 꼭 잡겠다고 안달을 부리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으니 마음 비우는 연습도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하얀 설산, 끝없이 펼쳐진 빙판, 푸른 강물, 시원한 겨울바람을 쏘이며 냉랭한 겨울자연을 대하는 재미만도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팽이도 처보고 앉은뱅이 썰매도 함께 타며 동심을 함께하는 일 또한 사랑의 추억을 심어주는 귀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고기소식이 없자 엄마를 따라나선 아가와 엄마가 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엄마, 강물 속엔 누가 살고 있을까?”
“물의 여신 님프.”
“님프가 뭐야?”
“운디네라고 물의 정녕.”
“정녕들도 영혼이 있을까?”
“운디네가 사람으로 변하면 영혼을 빼앗아 버린 데.”
“사람이 되는 거야?”
“영혼을 얻는 대신 사람의 모든 감정과 죄까지 짊어지게 돼 결국 비극으로 끝난단다.”
“불쌍해라, 운디네.”
“……"
엄마는 불행한 요정에 대해 더 이야기를 계속하려다가 그만 말끝을 흐리고 맙니다. 아까부터 고기가 잡히려는 지 낚시 대가 자꾸만 간당간당 신호를 보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아빠와 함께 썰매타고 씽씽! 신나는 아이들. ⓒ 윤희경
강물이 얼어붙고 많은 눈이 쌓이면 넓은 호수는 하얀 설원으로 변해 꿈처럼 다가서고 겨울 빙어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태공도 있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있습니다. 얼음장 깨어내 저마다 물웅덩일 하나씩 껴안고 바위처럼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를 닦듯 가부좌를 틀고 고기가 올 때를 기다리는 태공도 있습니다. 가족나들이 식구들은 고기가 잡히면 더 좋고, 안 잡혀도 소풍 나온 기분으로 얼음판을 뛰노는 모습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기만 합니다.
▲ 빙어낚시 도구들, 얼음칼, 뜰채, 견지 낚시, 깔개.. ⓒ 윤희경
얼음 속 저 아래 요정들과 눈 맞춤하다 찌(水標)가 간당거리면, 가슴 두근두근 시린 손 불어 속살이 훤히 내비치는 빙어를 낚아내는 함성으로 강바람을 몰아냅니다. 이곳 춘천댐의 겨울은 춥되 추운 것이 아니며, 눈은 쌓여도 잠자는 겨울이 아닙니다. 호수가 그대로 살아 움직거리니 세상 사는가 싶게 시끌벅적합니다.
빙어는 겨울철에 가장 많이 잡히는 고기중의 하나입니다. 빙어는 어부들의 겨울 소득원으로도 짭짤한 몫 돈을 안겨주지만, 겨울강과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짜릿한 손맛을 선 보입니다.
▲ 찌가 간당거리면 빙어가 왔다는 소식, 이때부터 가슴이 콩콩거리기 시작한다. 짜릿한 손맛이라 할까. ⓒ 윤희경
빙어는 얼음 결을 닮아 피라미보다 더 날씬하고 멸치처럼 하얗게 반짝거립니다. 자세히 보면 은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빙어는 예부터 오이 냄새가 난다하여 ‘과어(瓜魚)’라 부르기도 하고, 찬물을 좋아해 빙어라고 합니다. 여름내 시원한 호수바닥에서 살다 11월 말경이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해 강물이 얼어붙으면 표면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봄이면 그 생명을 다합니다.
빙어 입질이 시작되면 꽝꽝거리는 빙판 위엔 빙어 낚시꾼들로 북적댑니다. 저마다 써래(쇠칼)로 얼음구멍을 두어 개씩 파놓고 견지나 소형 릴낚시대로 빙어를 끌어올립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입질이 왕성하고 곧잘 잡혀 모두들 재미가 쏠쏠하다 좋아들 합니다. 빙어가 입질을 하느라 먹이(구더기)를 톡톡 건드리면 찌가 간당간당합니다.
▲ 뱃속까지 환하게 보이는 빙어떼들, 오이냄새가 나 과어라고도 한다. ⓒ 윤희경
이 때 떨림이 어떤 맛인지 낚시를 해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오랫동안 속을 태워낸 첫 사랑 그 임의 손끝을 처음 잡았을 때 파르르 떨려오던 그런 느낌, 아님 또 뽑기 놀이에서 일등을 뽑아냈을 때의 저려오던 기쁨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어린고기가 몸부림치며 빙판 위로 얼굴을 내밀면 또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깊은 강물 속에서 꼼틀거리는 어린 고기들이 몸을 달달 떨고 팔딱거리며 올라오는 순간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쩌다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끌려나오기라도 하면 그 기쁨이 한결 더합니다.
▲ 앉은뱅이 썰매를 타다가 지루하면 고기구경도 하고 ⓒ 윤희경
빙어를 잘 잡으려면 낚시 끝을 약간 띠워(뜰낚) 살짝 들었다 놓았다(이를 ‘고패질’이라 합니다)를 계속하며 고기를 유혹해내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입질도 시원찮고 소식이 없으면 미련 없이 자리를 옮겨야합니다. 그러나 고기를 꼭 잡겠다고 안달을 부리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으니 마음 비우는 연습도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하얀 설산, 끝없이 펼쳐진 빙판, 푸른 강물, 시원한 겨울바람을 쏘이며 냉랭한 겨울자연을 대하는 재미만도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팽이도 처보고 앉은뱅이 썰매도 함께 타며 동심을 함께하는 일 또한 사랑의 추억을 심어주는 귀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고기소식이 없자 엄마를 따라나선 아가와 엄마가 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엄마, 강물 속엔 누가 살고 있을까?" ⓒ 윤희경
“엄마, 강물 속엔 누가 살고 있을까?”
“물의 여신 님프.”
“님프가 뭐야?”
“운디네라고 물의 정녕.”
“정녕들도 영혼이 있을까?”
“운디네가 사람으로 변하면 영혼을 빼앗아 버린 데.”
“사람이 되는 거야?”
“영혼을 얻는 대신 사람의 모든 감정과 죄까지 짊어지게 돼 결국 비극으로 끝난단다.”
“불쌍해라, 운디네.”
“……"
엄마는 불행한 요정에 대해 더 이야기를 계속하려다가 그만 말끝을 흐리고 맙니다. 아까부터 고기가 잡히려는 지 낚시 대가 자꾸만 간당간당 신호를 보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 윤희경 수필방에도 함께합니다.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상류를 클릭하면 농촌을 사랑하는 많은 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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