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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 반갑지 않은 노인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재활용품 수집하는 노인들

등록|2008.02.01 16:44 수정|2008.02.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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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추위 속에 재활용품 수집하는 할머니들아무리 추워도 매일 이랗게 얼마씩이라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 이승철

어제는 날씨가 매우 싸늘했습니다. 이가 아파 서울 강북구의 집 근처 치과 병원으로 가는 골목길도 추웠습니다. 골목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매섭게 품속을 파고들었습니다. 그 매서운 추위 속에 가게 앞에서 고물 줍는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할머니들은 쓰고 버린 과일상자와 플라스틱 음료수병, 쇠붙이 등 재활용품을 주워 손수레에 싣고 있었습니다. 하얀 목장갑이 때가 절어 시커먼 모습이 손도 시릴 것 같은데 할머니는 내색 없이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그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입니다. 저 만큼 앞 쪽에 할머니 두 분이 손수레에 재활용품을 싣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물건이 많지 않아 도와드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재활용품 양이 적어서 가볍게 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많이 벌었느냐고 물으니 추워서 조금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설 명절이 다가오는데 설빔 준비는 하셨느냐고 물으니 벌써 몇 년째 명절을 잊고 사신다고 합니다. 명절은 복 많이 받아 넉넉한 사람들의 이야기지 할머니에게는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느냐고 물으니 어느 곳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그래도 부양할 자식들이 있어서 독거노인들에게 지원되는 생계보조금도 별로 받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재활용품을 주워 판 하루 몇 천 원씩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큰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오히려 더 쓸쓸하고 서럽답니다. 나이는 80세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손수레를 끄는 모습이 건강해보입니다. 아픈 곳은 없느냐고 물으니 왜 없겠느냐고 반문합니다.

큰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은 우리 이웃의 가난한 노인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내일은 정말 작은 선물이라도 사서 할머니들에게 한 개씩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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