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수 명동성당 노숙농성 해단식... "끝 아닌 시작"
9일 동안의 1차 집중 투쟁 마치고 새로운 출발 의지 드러낸 활동가들
▲ 해단식에 모인 활동가 및 인권단체 사람들 ⓒ 송주민
천막도, 난로도 없이 침낭 하나로 버텼던 농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해단식 날이었지만 특별히 치울 것도 없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처음에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이번 농성을 통해 다양한 운동하던 분들이 생각도 공유하고, 의지를 모아 연대할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뜻 깊었다"라고 농성의 성과를 밝혔다.
이어 그는 "대중적인 교감이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쉽다"면서 "국민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방법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져야 할 것"이라고 대중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윽고 9일간의 활동에 대한 경과보고가 진행되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조백기씨는 발언을 통해 "인권 수호를 위한 첫 싸움을 승리로 끝내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5년은 고통의 세월이 될 것"이라며 "간혹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응원해줬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2차 투쟁도 힘차게 시작해보자"고 의지를 다졌다.
발언자들, 해단식에서 유독 '시작'이라는 말 많이 사용
▲ 발랄한 발언을 하고 있는 청소년 활동가 따이루 군 ⓒ 송주민
그는 "그동안 인권위에 정말 실망이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인권위 사수를 위해 농성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 들 때가 많았다"면서 그 동안의 인권위 활동에 대한 회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진다면 아무것도 없겠다는 '발악'하는 심정으로 투쟁했다"며 대통령 직속 기구화 철회는 최소한을 위한 외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순히 인권위 사수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인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아마 더 빡세게 싸워야 할 듯"이라고 숨김없는 감정을 표현했다.
이날 있었던 해단식은 9일 동안의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동안의 고생을 하소연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계속되는 싸움을 위해 결연을 다지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발언자들은 유독 '시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씨는 중간쯤 앉아서 해단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비록 인권위 사수 투쟁으로 시작했지만 이건 단순히 인권위 사수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인권 문제를 도외시 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 방향에 대한 거시적인 투쟁의 시발점"이라고 이번 농성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빨리 결판이 났으면 좋았을 텐데 인수위가 몰아붙이는 바람에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며 시원치 않은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오늘은 1차 투쟁을 접는 거고 2차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끝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쉽지 않은 행보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덧붙이는 글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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