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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청양이 자랑스러운 이유

설 명절 앞두고 고향에서 보내온 '책의 향기'에 흠뻑 취하다

등록|2008.02.03 19:21 수정|2008.02.04 09:27
자랑스러운 일이다. 여러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는 도저히 못배길, 문화적 성과물이 올해에도 어김 없이 책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내 고향 문화원에서는 어떻게 이런 귀한 책자를 올해에도 정성들여 펴낸 것일까? 재정(財政)도, 일손도 부족할텐데, 어떻게 이런 알찬 내용의 좋은 책을 만들어 냈을까?학술적 가치로 보나, 풍성한 읽을 거리로 보나 혼자 읽고 책꽂이에 꽂아 두기엔 아까운 생각이 든다.

<칠갑문화 제17집>, <청양의 전통오락과 놀이문화>, <청양의 두레>. 모처럼의 휴일, 나는 이 3권의 책을 꼼꼼이 읽으면서 내 고향 청양 사람들의 순후한 인정과 민속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칠갑문화' 제17호 읽을거리가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풍요로워 설 명절에 일가 친척을 만나면 이 책에 실린 글을 중심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 ⓒ 윤승원

▲ ⓒ 윤승원

두 권의 귀중한 민속 자료 책자 내 고향 청양의 출향인사로서 한국 민속학의 대가이신 임동권 박사가 후학들과 함께 고향 구석구석을 다니며 채집한 소중한 민속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재미는 물론, 학술적 가치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 윤승원


칠갑산의 고장 '청양(靑陽)'이라고 하면 지리적으로는 충청도에서 가장 오지라고 할 만큼 산골에 속한다. 듣기 좋은 말로는 '충청도의 알프스'라고도 하지만, 그 말 속에는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아니다. 거기에서 절대 머물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는 비록 산골 냄새가 나도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문화 사업' 만큼은 그 어느 지역 못지 않게 큰 빛을 발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존(自尊)과 긍지를 살려 주는 일이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내 고장의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고향 사람들의 정성 어린 마음이 바탕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정재권 청양문화원장이 있었다. 남다른 문화적 안목과 편찬 사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라져 가는 민속 자료에 대한 부단한 발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화원장은 시인이다. '청양 선비' 특유의 온후한 인품이 배어나는 문필가이기에, 집필자 선정에서부터 책자를 공들여 펴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세심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한국 민속학계의 최고 원로이자 학문적 업적을 크게 이뤄놓은 이 고장 출신 임동권 중앙대 명예교수가 민속학을 전공하는 그의 후학들과 함께 발로 수집하여 펴낸 <청양의 전통 오락과 놀이문화>, <청양의 두레>라는 두 권의 책자는 청양문화원에서 지난해 펴낸 <청양의 시장민속>, <청양의 물질문화>와 함께 이 세상에 청양의 민속을 알리는, 꼭 필요하고도 소중한 '문화사업'이 아닐 수 없다.

현대 문명과 함께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민속자료를 이 즈음에 내 고향 출신 민속학자와 문필가인 문화원장의 남다른 노력으로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 학술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업적이야말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보배롭고 훌륭한 것이어서 두고두고 후세에 높이 평가 받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마침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내 고향 시골 구석 구석을 땀 흘려 누비면서 토박이 동네 사람들로부터 채집한 귀중한 민속놀이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 요란하게 느껴지는 TV오락 프로그램은 아예 외면해도 좋을 정도다.

왜 아니 그런가. 농촌 태생인 출향인들이라면 거의 다 어릴 적 몸으로 익혔던 놀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토속적 놀이문화의 정서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성품도 온순하고, 정이 많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간다고 자부한다.

'청양의 두레'에서는 혼자 하기 힘든 농사 일에 옛 조상들은 어떤 합리성과 슬기로움으로 공동체 작업을 해 왔는지, 그 유래에서부터 일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소상하게 발굴해 놓았기에 더욱 큰 가치가 느껴진다.

민속학자 임동권 박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두레는 이미 사라졌으나다행이 두레를 체험한 연로한 노린들이 아직 남아 있어 조사할 수 있었으나, 머지 않아 두레를 체험한 노인들마저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시기 적절한 조사였으며, 이 조사보고서는 후세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고생하면서 애써 발굴한 이 귀중한 자료들이 길이 남아 우리 조상들의 삶의 방식과 슬기로움을 후손들이 한 단계 승화된 삶의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터이다.

<칠갑문화> 제17집에 실린 글도 읽을 만하다.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씨의 <인연의 법칙>, 민속학자 임동권 박사의 <닭의 삼현(三賢)>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한익 교수의 <책 읽는 마을 청양은 '명품 고향'이 될 것이다> 등의 글은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경향 각지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여러 출향인들의 '시와 수필'도 좀처럼 손을 좀처럼 떼기 어려울 만큼 맛있게 읽혀졌다.

바라건대, 이 귀한 책자를 받아 든 출향인들은 부디 혼자 읽지 말고, 설 명절에 일가 친척들과 함께 돌려 읽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워 보길 권하고 싶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과 민속의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되리라 기대하면서.
덧붙이는 글 이 책자는 u포터뉴스와 국정브리핑에도 소개합니다. 설 명절에 이런 귀한 책자를 읽게 해준 내 고향 청양문화원장을 비롯하여 내 고향 이웃동네에서 사셨던 민속학자 임동권 박사님, 그리고 문화원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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