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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마지막 기회였다... 연휴 동안 거취 고민"

심상정 대표 등 민노당 비대위 '총사퇴'... 노회찬, 내일 오전 기자회견 예정

등록|2008.02.04 16:31 수정|2008.02.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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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 등 민노당 비대위 '총사퇴' ⓒ 박정호

▲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4일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심상정 대표 등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일 오후 총사퇴했다.

심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직답을 피했지만, 주변에서는 "당에 남아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많다. 심 대표 쪽은 전당대회 이전에 이미 자주파 쪽에 "혁신안이 부결되면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전한 상태다.

심 대표와 함께 당의 간판급 의원인 노회찬 의원 쪽은 "5일 오전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미 "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되면, 다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며 탈당을 시사한 바 있다.

민노당 밖에 둥지를 만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조승수 전 의원은 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의원과 만나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가기 위해 충분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빠르면 3월 초쯤에는 다시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 게시판에는 평등파 당원들의 탈당글이 줄을 잇고 있어 본격적인 탈당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연합구조였던 민주노동당이, 3일 전당대회를 통해 자주파는 남고 평등파는 새로운 진보신당을 만드는, 분당과정에 돌입한 것이다.

"자주파, 북한과의 음성적관계 용인하겠다는 건가"

▲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4일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사퇴 입장을 밝힌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유성호

심 대표는 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선 참패조차 부정되는 당대회를 보면서 당의 혁신을 기대한 모든 국민·서민대중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며, 저 역시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의 뜻으로 비대위원들과 함께 일어나 머리를 숙였다.

이는 자주파가 전당대회에서, 혁신안에 언급돼 있던 대선결과를 '분명한 참패'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로 수정한 것을 말한다.

그는 "전당대회는 마지막 기회였고, 그 마지막 국면에서 난파선을 건져내라는 소임이 제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 소임이 어제 당 대회에서 부정된 것"이라고 사퇴배경을 밝혔다.

심 대표는 또  "낡은 질서가 여전히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된 핵심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전당대회는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이란 말만 나오면 실제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경계를 넘어선 일탈 행위라도 용인해야 하고, 당원의 신상정보와 내부기밀을 외부세력에게 넘기고 지시를 받아 활동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자이기 때문에 잘못을 물을 수 없다는 역설을 목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유독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만큼은 진보운동의 상식과 이성이 마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보법 문제로 혁신안이 왜곡됐는데,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이 당에서 계속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지, 그 점에 대해서 자주파는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 탈당' 현실화 될 듯

탈당과 불출마 등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혁신과 비대위 혁신에 기대를 걸었던 당원들, 그리고  많은 진보진영의 인사들과 국민들의 뜻을 헤아려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설 연휴 동안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노회찬·단병호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깊은 자기 고민이 있을 텐데, 앞으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단탈당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믿음직한 진보정치의 길은 여전히 실험과정에 있고 그 길을 위해 뼈를 깎는 스스로의 혁신과 또 헌신이 필요하다"며 "몇 가지 쟁점에 한정된 논의가 아니라 국민들 속에 새로운 희망으로 설 수 있는 진보정치의 길에 대한 모색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미 민노당의 틀을 뛰어넘어서 고민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된 4일 밤 11시경 이후부터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조선노동당 남한지부 여러분 잘들 사시오', '탈당계 제출' '떠납니다' '탈당을 조직합시다', '방금 탈당계 제출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탈당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당비CMS해지운동을 제안하며'라는 글도 있다.

집단 탈당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승수 전 의원은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는 지역위원회 전체가 해산결의를 하고, 상징적인 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자주파 표결은 승리, 당은 종북주사파당 됐다"
[기자간담회] 조승수 전 민노당 의원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공동대표인 조승수 전 의원은 심상정 혁신안의 부결에 대해 "조금의 변화도 거부하는 화석화된 모습을 국민이 확인했다"며 "운동권당· 친북당·민주노총당에서 한치도 못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조 전 의원은 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심회 관련 두 당원에 대한 표결과정에서 일었던 환호성이 바로 당과 국민의 괴리였다"며 "그들은 표결에서 이겼지만, 당은 종북주사파 정당임을 넘어설수 없게 됐다"고 맹공을 가했다.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해 먼저 가서 청소하는 역할을 맡겠다"면서 "당내에서 혁신 주장한 많은 분들, 진보정치를 세워야 한다고 희망하는 분들과 함께 기득권 없이 안내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3월 중에 진보신당 창당' 방침에 대해서는 "큰 변화는 없겠지만 새로운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원점에서 보고 동참하는 분들과 같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과의 결합에 대해서는 "노 의원이 전당대회 끝나고 '당이 침몰하는 타이타닉같은 상황인데, 지금 할일은 탈출하는 승객을 구조하는 것'이라고 했다는데 적절한 표현"이라며 "(두 의원의 경우) 지금 순서는 탈당이 아니고, 같이 했던 사람들을 추스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그냥 탈당하는 것인데, 이 분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게 몇 달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두 의원이 빠르면 3월초에는 같이하게 될 것으로 본다"면서 "대선 이후 탈당자가 1500명인데, 상당수가 우리와 결합했고 오늘부터 탈당자들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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