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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하이패스'로 무사히 고향갈 수 있나

[기획] 편리하고 저렴한 하이패스? 모르시는 말씀

등록|2008.02.05 15:58 수정|2008.02.05 15:58
최근 최첨단 무인요금시스템인 '하이패스'가 고속도로 전 구간에 도입됐지만, 전용도로 개설 후 홍보부족으로 설을 앞두고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는커녕 교통대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이패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에 따르면 시행 초 홍보부족으로 한국도로공사 등 관리주체들이 '우왕좌왕'하는 통에 수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돼, 교통량이 집중되는 출퇴근길 체증은 물론, 설 귀성차량 행렬에 이르기까지 교통 혼잡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편리하고 저렴한 하이패스'라는 애초 이미지가 무너져 내리고 "되레 불편하다"는 악소문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가면서 운전자들이 하이패스 이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하이패스 서비스 이용과 관련돼 제기된 여러 가지 불편사항과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하이패스 이용자 확산과 서비스 정착을 위한 다양한 해법들을 짚어보기로 본다. <기자 주>

▲ 하이패스가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 최용호


하이패스를 이용하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가장 큰 장점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출입 시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이 없고, 요금도 적게는 5%에서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는 시간적, 물질적 혜택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운전자들이 하이패스 사용을 꺼리고 주저하는 이유는 뭘까? 운전자들은 ▲ 단말기 구입과 가격문제 ▲ 시스템 인식 및 충전장애 ▲ 할인폭과 대상, 이용법 관련 홍보부족 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운영되고 있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서비스가 운전자들에게 더 이상 외면당하지 않도록 도공 등 관리주체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테면, ▲ 단말기 가격인하와 등록 간소화 ▲ 안정된 시스템구축과 충전방법 보편화 ▲ 이용자 확산을 위한 디자인 다양화와 할인확대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겪는 현장의 고충을 전향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 최고 15만원... '1차량 1기' 장착규정, 절차만 복잡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단말기 가격. 최소 5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하는 단말기 구입비용은 하이패스 이용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구나 절차가 복잡해 단말기 구입이 용이하지 않은 것도 운전자들이 단말기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하이패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인터넷이나 고속도로 영업소와 휴게소 등에서 판매하는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데, 이는 갈 길 바쁜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특성상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특히 '1대의 차량에 1세트의 단말기'만을 부착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반드시 자동차등록증을 소지해야 하는 등 하이패스를 사용하기 위해 절차상 상당한 번거로움을 감내해야만 한다.

차량단말기 신청시 차량등록증과 주민등록증을 첨부해야 하며, 대리 수령 시에는 수령인 신분증을 포함하며 리스·렌트차량은 해당 계약서도 추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무심코 영업소를 찾았다가 복잡한 절차와 서류가 필요하고, 해당차량에 등록된 단말기를 다른 차량에는 장착할 수 없다는 설명에 번잡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단말기 디자인] '촌스러워서 설치하기 싫어'... 특수코팅 차량 인식불능

천편일률적인 단말기 디자인도 '입맛 별난' 이용자들에게는 못마땅한 점. 일부 이용자들은 "단말기 종류가 적어 선택의 폭이 작고, 디자인이 가격에 비해 촌스럽다"며 꼬투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영업소에 비치된 단말기는 고작 2종류. 별다른 기능차이도 없고 생김새도 비슷해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급차량에 장착하기엔 디자인이 유행에 너무 뒤떨어진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모 통신회사에 의해 휴대폰과 접목된 나름대로 '패션 감각이 있는' 단말기가 시판되고 있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멀쩡한 휴대폰을 교체해야 하는 등 이중비용이 발생해 쉽게 구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일부 운전자들에 따르면 차량 앞유리에 특수코팅이 돼 있는 경우엔 단말기 인식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량 앞부분 운전대 앞부분에 단말기를 부착하기 때문에 앞 유리를 특수 코팅한 차량의 경우, 통신장애가 일어나 무단통과 처리된다는 것.

[카드충전] 걸핏하면 장애... 원인 몰라 재발 가능성 상존

여기에 하이패스 카드충전 장애사태마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이용자 확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이패스를 이용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에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영업소에서 도로공사 서버 불안과 충전카드 호환성 문제로 카드충전 불능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간 휴게소에서 카드충전을 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각 지역 도공 영업소에서 신용카드로 충전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현금이 아니다'는 이유로 충전을 거부당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도공 측은 이틀간의 충전장애에 대해 '시스템 장애'라고만 밝힌 채, 정작 명확한 장애원인은 내놓지 못해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언제라도 시스템장애가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스템 장애 시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충전방식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할인제도 적용] 20㎞ 이내 출퇴근 할인제도 탄력적용 필요

또한, 20km 이내 출퇴근 할인제도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할 정도면 20㎞를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조금 넘는다고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지역의 경우 부산-김해, 부산-창원, 진주-함양, 진주-통영 등을 오가는 중장거리 운전자가 많아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부산 노포IC에서 김해 대동IC를 통과하는 출퇴근 차량운전자들이 동일한 문제로 민원을 제기해, 주요 방송사에서 두 곳의 주행거리를 직접 측정하며 집중보도하는 등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 하이패스 단말기가 비싼 가격과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이용자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최용호


[교통 정체] "멋모르고 줄서면 난리난다"

설·추석 등 명절 귀성차량으로 톨게이트 주변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정체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하이패스 진입로에 멋모르고 끼어든 일반 차량들로 인해 교통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하이패스 차선으로 달려오던 차량들이 혼잡상황에 떠밀려 차선 변경이 어려워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당황한 운전자들과 사실 확인 후 결산하려는 차량들로 인해 출발 및 도착지점에서 일대 혼란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지난달 퇴근길 러시아워에 울산에서 양산으로 오던 중 혼잡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했다가 도착지점인 남양산IC에서 정산방법을 몰라 톨게이트 통과 전 차량을 길가에 세워두고 우왕좌왕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큰 액수의 벌금형에 처할까 봐 내려오는 차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고, 도공 남양산영업소에 전화해서 대처방법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무정차 통과가 고의가 아닌 경우 침착하게 처리하면 된다. 우선 목적지까지 차분하게 가서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창구직원에게 출발 지역과 무정차통과 사유를 설명한 뒤 확인서를 받아 입구에 마련돼 있는 정산소에서 통행료를 치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도공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기자는 모든 과정을 무사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설날 혼잡 시에 많은 차량들이 나와 똑같은 상황을 경험하면 어떻게 될는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할인혜택 대상]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들에겐 '그림의 떡'

하이패스 시스템 제도가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게는 통행료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그림의 떡'이 되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공은 지난 1988년 11월부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게는 등급에 따라 통행료를 전액 또는 절반을 할인해 주고 있다. 즉,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들이 탑승한 차량은 한국도로공사가 발부한 할인혜택 카드를 제시할 경우 통행료 면제, 또는 50%의 통행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도공은 하이패스 시스템 제도를 실시하면서 관련 장비 미비로 인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들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가 하이패스 시스템에서도 할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말기를 차량에 부착해야 하는데, 이 단말기가 일반인 한 가지 종류로 밖에 개발되지 않아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들이 단말기를 설치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도공 측은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하이패스 차로에서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가 무정차 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며 "현재 도로공사에서 정부기관과 협조를 통해 제도개선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영수증 발급] 월 단위 집계... 출장가는 직장인은 어쩌나

또다른 문제는 영수증 발급과 관련된 것. 현재 하이패스 사용내역은 월 단위로 집계돼 나오기 때문에 일회사용분이 필요한 경우는 영수증발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단기간 출장을 다녀온 뒤 교통비를 정산하려고 하면 대책이 없는 실정.

회사차량을 사용하든, 자신의 차량을 사용하든 단기 여비 확인이 어려우니, 출장에 나선 직장인들은 단말기를 장착한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차라리 영수증이 발급되는 일반통로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

[무단통과] '범행 도주로 악용될까' 우려

한편, 일각에서는 하이패스 탓에 범행 도주로만 확보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려오고 있다. 도난차량이나 대포차량의 경우 무단통과를 해도 사실상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양심이 불량한' 운전자들이 반복적으로 하이패스 차로를 무단통과하고 있으며 이들이 내지 않은 미납통행료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도공 측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이낙연(대통합민주신당, 함평·영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패스 차로가 도입된 지난 2001년 이후 요금을 내지 않고 상습적으로 도주한 차량 중 상위 100대의 미납건수는 4만8108건. 미납액은 4억3000만원으로 차량 1대당 480차례에 이르고 있다.

도공은 상습도주차량의 미납 통행료 징수를 위해 강제징수 전담반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체납차량 소유자의 주소를 찾아 일일이 방문하기 어려운데다 체납액을 받아낼 강제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체납자에게 밀린 요금을 독촉하거나 압류고지를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하이패스 차로가 전국에 걸쳐 확대된 지금, 범행차량과 상습도주차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고속도로 순찰대의 협조를 받아 하이패스 진출입로의 경비를 강화해 현장적발을 강화하고 도주차량 소유자의 소재를 추적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양산지사의 한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모든 불편사항들을 취합해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특히, 설 귀성차량들을 위해 하이패스 진출입에 대한 이용방법을 다양한 홍보수단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산경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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