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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아직도 멀리 있었다

입춘 앞두고 섬진강변 따라 봄마중 다녀왔다

등록|2008.02.05 09:05 수정|2008.02.05 09:05

▲ 무시무시한 바람 때문에 앞머리가 올라갔어요. 동생 예슬이와 함께^.^ ⓒ 이슬비


입춘을 앞두고 지난 3일 봄마중을 갔다. 아빠, 예슬이와 함께 갔다. 아빠는 ‘봄마중’이라고 하셨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데, 금방 이해를 했다.

목적지는 섬진강변이었다. 아빠는 섬진강변에 봄이 빨리 온다고 하셨다. 여수도 따뜻한 남쪽이어서 봄이 빨리 오는 곳인데, 아빠 친구께서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섬진강변으로 드라이브도 겸해서 간 것이다.

가는 길에 줄배를 탔다. 줄배란 옛날 강을 건너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줄을 잡아당기면서 건너는 줄배는 언제 타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 줄에 녹이 슬어 있어서 내가 끼고 있는 장갑에서 녹 냄새가 났다. 강바람이 차가워서 추웠다.

내가 줄을 잡아당기는 동안 예슬이는 나뭇가지로 노를 저어 주었다. 그러다가 그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나는 바로 예슬이를 차로 데리고 가서 소독을 해주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약품을 가지고 온 내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힘겹게 줄을 잡아당기고 있는 나. ⓒ 이슬비


아저씨 몇 명이 강물에 들어가서 낚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니 누치라는 고기를 잡고 있다고 하셨다. 그 낚싯대가 이상하게 생겼는데 꼭 연을 날리는 얼레처럼 생겼다. 대는 육각형의 대나무를 이용하고, 끝부분의 나무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들었다고 했다.

손잡이는 또 뭐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얘기를 듣고 웃음이 나왔다. 정말 놀랄 만한 것은 그 낚싯대의 가격이었다. 한 50만원 정도 한다고 했다. 조그마한 것이 그렇게 비싸다는 데 놀랐다.

섬진강에는 얼음이 크게 얼어있는 곳이 있었다. 예슬이와 나는 그 얼음을 발로 밟고, 또 돌을 던져서 깨버렸다. 돌을 던져 얼음을 깨는 재미도 있었다.

▲ 예슬이와 함께 강바람을 가르며 코치놀이를 했다. 누치 낚시를 하고 있는 아저씨들. ⓒ 이슬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예슬이랑 내가 경상도에서 전라도까지 걸어서 넘었다는 것이다. 광양 매화마을에 갔다가 남도대교를 만났는데, 아빠는 그 다리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빠한테 내려달라고 했다. 그냥 걷고 싶었다. 아빠께서 날씨가 춥다면서 그래도 걸을 거냐고 하셨다. 나는 그래도 내려달라고 했다. 예슬이도 나를 따라서 내렸다. 바깥 바람은 엄청 추웠는데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예슬이와 나는 경상남도에서 전라남도로 건너면서 달리기 코치놀이를 하면서 달렸다. 코치놀이란 예슬이가 내 제자가 되고, 난 달리기 코치 역을 하면서 달리는 것이다.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아가면서 달리기 선수의 꿈을 키우는 놀이다.

그런데 달리는 도중에 예슬이가 갑자기 엎어졌다. 나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았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정말 웃겼다.

▲ 폐달을 굴리는 게 힘들었어요. 날씨도 춥고... ⓒ 이슬비


돌아오는 길에는 곡성 기차마을에도 들렀다. 나와 예슬이는 철로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았다. 폐달을 열심히 밟았는데 정말 느렸다. 회전목마가 도는 것보다 더…. 저 멀리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검은색 기차(증기기관열차)를 보았다. 꼭 텔레비전에서 본 만화 ‘검정고무신’ 같았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검정고무신’을 보면서 난 많은 생각을 한다. 그 때를 떠올리면 나는 인내심과 덤, 맛보기, 국물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조금이라도 서로 나누고 같이 기뻐하고… 그랬던 시절이라고 알고 있다.

보릿고개 때는 국물이 맹물 맛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물이 조금 밖에 없으니까 물을 타서 간도 맞추고, 많은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먹었으니…. 갑자기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서 좀 이상하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봄마중에서 봄은 만나지 못했다. 피곤하다. Good Night!!

▲ 매화밭에서 산책을... ⓒ 이슬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봄마중을 다녀와서 3일 밤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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