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쇼킹' 만화가, '뾱뾱이'를 탐구하다
<탐구생활 1학기> 펴낸 고필헌, 황당 경험 담은 코미디 만화
▲ 고필헌 작가가 최근 펴낸 <탐구생활 1학기> ⓒ 애니북스
바로 '메가쇼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고필헌(35)씨다. 그가 최근 <탐구생활 1학기>라는 책을 펴냈다. <탐구생활>은 파란 웹툰에 연재한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관심사와 황당한 경험담이 잘 담겨 있다.
그가 겪은 경험담이란 이런 것이다.
어머니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첫 영화관 나들이가 신났던 어머니께서 갓 구운 전과 간장을 들고 오셨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으로 전을 먹으면서 영화를 봤지만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는 경험담도 있다.
사소한 소재, 맛있는 대사...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이처럼 작품 소재는 지극히 '사소하다.'
1화는 커피를 시켜놓고선 마시지 않고 나가버리는 드라마 속 연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는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9000원짜리 커피를 시켰지만,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돌아서 나가는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이야기를 전한다. 1만8000원(커피 두 잔)이 아까웠던 남자친구가 커피를 '원샷'으로 들이키다 목구멍(식도)이 데였다는 내용이다.
2화는 포장용 물건을 감싸는 '뾱뾱이'(에어캡)에 대한 일화다. '뾱뾱이' 터트리기에 푹 빠진 작가가 본 물건은 오히려 방치하다 어느 순간 제 정신을 차렸다는 이야기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일들이기에 공감하기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작가의 맛깔스런 대사가 어우러지면서 만화는 한층 재미를 더한다.
"슈퍼맨 밤이 너무 뜨거워요. 밤 좀 꺼주세요."
"이런 덜 우려낸 멸치 같은 게 감히 내 딸을 만져?"
"이 호러 자식! 염통이 궤도를 이탈할 뻔 했잖아!"
"뺨따구 핑크빛으로 물들기 전에 어서 처먹어!"
작가의 이런 말장난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그가 만든 대사들은 '명대사 70선'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인터넷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한 매체는 '어록이 인터넷에 떠도는 유일한 만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탐구생활>은 작가의 일상이 담긴 만화지만, 한 편으로 독자가 함께 만드는 쌍방향 작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야기 하나가 끝나면 작가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름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빨 꽉 물고 질러버린 물건이 있다면?'
'최근에 염통에 흉터가 남을 정도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최근에 새똥에 맞은 것만큼 기분 나쁘고 재수 없는 일을 겪었다면 얘기해보자.'
그 작가에 그 독자라고 했던가. 이와 같은 질문 뒤에 다는 독자들의 댓글 내공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때 검도 도장에서 …열쇠로 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놈의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검도 바지에 끈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저는 초등학교 때 마지막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만 항문을 함락당하고 말았는데, 집에 와보니 알고 지내던 여자애 하나가 우리 집에 놀러와 있었다는…"
'쾌변'에 '애욕'을 지나 '탐구생활'로
▲ 고필헌 작가에게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안겨준 <애욕전선 이상없다> ⓒ 애니북스
곰국을 편식하고 수영을 전혀 못하며 미녀 앞에만 가면 얼굴이 빨개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작가는 2001년 인터넷 만화를 시작했다.
강풀 등과 함께 인터넷 만화 1세대 작가로 불린다. 2006년 <애욕전선 이상없다>라는 작품으로 19세 이하 판매 금지 만화로는 처음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카툰불패> <라스베가스디스코 익스프레스> <감격 브라다쓰> 등이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탐구생활 1학기>가 몇 번째 작품인가?
"<쾌변만화 알타리서비스> <애욕전선 이상없다>에 이어 세 번째다. <쾌변만화...>는 지금 절판됐다고 들었다."
-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표현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좋아한다. 하지만 그 표현이 살짝 발목을 잡는 것도 같다. 독자들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같고 나도 좀 더 재미있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 지금 네이버에 '자전거 신혼여행기'를 연재 중이다. 반응이 어떤가.
"예전 팬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항상 코미디를 그렸는데, 이 작품은 자전거를 타면서 겪은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나도 안 웃긴 작품을 그리려니 좀 힘들더라(웃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것 같더라."
- '메가쇼킹'이란 별명은 팬이 지어준 거라고 들었다. 고원빈, 고현빈, 고돌팔이라는 예명은 누가 지은 것인가.
"내가 지었다.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팬들이 원빈 현빈 팬이라면서 하지 말라고 말렸다."
- 예전에 보아를 좋아해서 '보아를 사랑하는 삼십대 남성협회'(보삼협)을 만든 적도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너무 커버려서 좋아했던 마음이 거의 없어졌다. 너무 커지면 마음이 식는 버릇이 있다."
"안 웃긴 작품 그리려니 힘드네"
- 단편영화 작업에 냉혹한 악당역할로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
"아, 그거. 지난해 촬영하다가 그만 엎어져버렸다. 사정이 생겨서 시나리오가 완전 바뀌었다. 영화에 대해선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다.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 동안 출연제의가 몇 번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했다. 지난해 마음 먹고 한 것인데 아쉽다."
- 요즘 재미있게 보는 만화는 무엇인가.
"조석의 작품인 <마음의 소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짧고 굵은 개그 만화를 좋아하는데 <마음의 소리>가 그렇다.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주로 웹툰을 본다."
- 빈 통장을 보면서 창작욕을 불태운다고 했는데, 요즘 수입은 어떤가.
"꾸준한 편이다. 내가 욕심이 크지 않아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에이, 그걸 어찌 말하나. 일반 봉급자 정도가 아닐까."
▲ 고필헌 작가는 재미있는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 고필헌
"'자전거 신혼여행기'를 마치고 마음 편하게 다녀올 생각이다. 작품을 끝내지 않은 상태서 가면 마음 편하게 못 놀 것 같다."
- 부인에게 한 마디.
"많이 싸우지만 계속 사랑하는 사람은 금보(부인 별명, 홍금보의 '금보')밖에 없으니까, 앞으로도 알콩달콩 살겠다."
- 이제 설을 쇠러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고생할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고향에 내려간다는 조바심 내지 말고 다녀왔으면 좋겠다. 차 막히더라도 화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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