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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를 배우니... 불임부부도 아이가 생긴다구요?"

경기도 '시흥시 여성회관'... "평생학습프로그램"을 들여다 보니

등록|2008.02.05 17:01 수정|2008.02.05 17:01

▲ 4일이 입춘이었지만 하루 늦게나마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이라는 두 글자를 받았다 ⓒ 추광규

사람이 취미를 갖는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좋은 일일 것 같다. 물론 그중에는 가족들이 싫어하는 취미도 있겠지만, 본래의 일에 또 하나의 취미를 가지고 그것에 몰입할 수 있다면 좋다는 것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한 번 배워 놓은 취미가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취미는 없을 것 같다.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취미가 있다. 바로 집안 가득 은은한 묵향을 풍기면서 하얀 화선지를 채워 가게 되는 서예가 바로 그것이다.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햇수로 서른다섯 해, 십수 해 동안은 자신이 배운 서예를 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이월선(여 54세) 선생. 이 선생은 원광대 서예학과 선주선 교수에게 서예를 배웠단다.

이 선생은 현재 시흥시 여성회관에서만 2003년 부터 5년간 서예반을 운영하면서 5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 선생에게 서예와 관련한 몇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인터뷰를 해보았다.

- 서예에서 배움의 단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자체인 해서를 시작으로 해, 흘림체인 행서, 예서, 한글 궁체, 그리고 목간체나 초서 등으로 배움의 단계를 나아가게 됩니다. 각 단계별로 1년여 남짓을 배워야만 자신의 뜻대로 글씨가 써지는 것 같습니다."

- 해서는 어떤 글씨체를 말하는지요.
"해서는 정자체라고 합니다. 이를 다른말로 구양순체라고 하는데요, 왕이 구성궁으로 피서를 가서 단맛이 나는 샘을 발견한 후 그곳에 세운 비석에 써 있는 글씨체를 말합니다.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이라고 합니다. 이 글씨체가 서예입문의 기본이 되는 것 입니다."

▲ 이월선 선생이 글씨를 직접 쓰면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추광규

- 서예를 배움으로 해서 어떤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까.
"서예의 장점을 말하면 여러 가지인데요. 첫째가 심신단련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영어나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는데 이는 인성을 망가트리게 하는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해 서예는 은근과 끈기를 키우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데 최고입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이 서예를 많이들 배우려고 합니다.

특히 아픈 사람들에게도 서예는 아주 좋은 치료제입니다. 손이 떨리시는 나이자신 분들의 경우 서예를 통해 그 같은 증상이 치유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축구나 기타 운동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어서야 가능한 여가활동인데 반해, 서예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듯합니다. 손이나 발로 하는 것 중에 최고가 바로 서예가 아닌가 합니다."

- 서예가 각종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제가 정신과 치료봉사를 몇 년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환자분들의 경우 서예를 가르치다 보면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증세가 상당히 호전되는 것을 왕왕 보았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서예를 함으로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결과적으로 몸이 따뜻해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치유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 같은 치유효과를 뚜렷이 볼 수 있는 증거들 중 하나가 지난 5년간 저희 시흥여성회관 서예반을 거쳐간 수강생들 중 여러 명이 불임으로 고생하다 임신한 사례가 있을 정도랍니다."

▲ 설연휴를 하루 앞둔터라 5일 서예교실은 조금은 한산한 편이었다. 이날 나온 수강생중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으셨다. 최고령 수강생은 일흔다섯이나 되신 곱게 나이를 자신 할머니셨다. ⓒ 추광규

- 몇명이나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요.
"일곱 명이나 그런 사례가 실제 있었습니다. 한 수강생의 경우 5년 이상을 불임으로 고생하다 서예를 배운지 6개월여 만에 아이를 가졌답니다. 이것은 서예를 통해 정신세계가 안정됨으로서 이 같은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가 합니다."

- 끝으로 서예를 배우는데 나이가 많았다고 어려운 것은 없는지요.
"서예는 아무리 늦은 나이에 시작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 여성회관 수강생 중 많은 분들이 일흔이 넘었습니다. 그분들의 경우 나이를 자셨지만 여전히 정정하시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가꾸어 나가십니다. 서예는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드신 사람들까지 언제라도 그 세계에 들어설 수 있으며, 그 세계는 자신이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함께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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