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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때리기' 점입가경

[미국대선 선명성 경쟁] 민주당 좌편향, 공화당 우편향

등록|2008.02.05 17:49 수정|2008.02.05 17:49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면서 민주당 후보, 그중에서도 ‘떠오르는’ 오바마 후보에 대해서 갈수록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흑백 인종 갈등을 부추기려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이 역풍을 맞는 것은 잘 알려졌다. 그런데 이제 정책도 오락가락한다며 이를 정조준하는 것도 마다지 않고 있다.

예컨대 오바마 후보가 4년 전 상원의원 선거과정에서 ‘대마초 비범죄화’ 정책노선을 지지했다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광범위한 지지층을 위하여 이를 번복했다며 비디오를 동원해 가며 이를 입증하려는 것이 한 사례이다(이전 기사 <오바마 후보, '대마초 비범죄화' 지지> 참조).

오바마 선거본부 홈페이지 로고와 오바마 어록"정확히 말해 제가 워싱턴 제도 정치권을 변혁시킬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유권자 여러분들에게 바로 여러분들이야말로 워싱턴의 제도 정치권을 변혁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 믿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 오바마 선거본부 제공


미국 대선후보들, 오락가락 정책공약

그 외에도 오바마 후보에게는 쿠바 금수정책이나 의료보험 문제 등에서도 오락가락한다며 '오바마 때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오마바 당선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 타임즈>는 지난 1월 31일자에서 오바마의 대마초 비범죄화 정책 지지를 비판한 데 이어, 2월 1일자는 상원의원 선거 당시와 이번 대선후보 때 상충되는 정책노선을 끄집어내는 등 연일 오바마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는 오바마가 워싱턴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인 측면도 있다.

대마초 비범죄화 노선

2월 1일자 <워싱턴 타임즈>에 따르면 오바마 측에게 대마초 비범죄화에 대한 상충되는 두 입장을 표명한 오바마의 두 비디오를 제시(연결된 이전 기사 참조)하자, 오바마 선거본부 측은 24시간 이내에 서로 다른 두 가지 해명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첫째 오바마 선거본부의 토미 비에터 대변인은 오바마가 "일관되게" 대마초 비범죄화 정책을 지지해오고 있으며, 2004년 비디오가 정확한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그러나 31일 <워싱턴 타임즈>가 두 개의 비디오를 공개하자 오바마 선거본부 측은 입장을 바꿔 오바마가 대마초 소지와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을 없애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즉, 비에터 대변인은 "재판에서 범죄로 유죄평결을 받는 경우 처벌은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초로 대마초를 한 것에 불과함에도, 아무런 폭력행위도 수반하지 않은 이 대마초 사범들을 너무도 많이 장기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규는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에터 대변인은 <워싱턴 타임즈> 측이 비범죄화 정책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으며 이를 오락가락 행보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의료보험정책 이슈

2003년 한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불법이민자들의 어린이들에 대해 이들이 비록 합법이민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일반 미국 시민권자와 동일한 의료보험혜택을 "절대적으로 차별 없이" 부여하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1월 21일 CNN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2003년 당시 입장을 번복하고 이들에게 "의료보험혜택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번복하였다. 그리고 2008년 1월 당시 토론에 와서야 비로소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 이민자들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히기에 이르렀다.

쿠바금수정책 이슈

2004년 서던일리노이대학 선거과정에서 오바마는 "쿠바금수정책을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본다. … 금수정책은 이미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는 2007년 8월 <마이애미 헤럴드>지 기명 칼럼에서 쿠바금수정책의 종식까지 요구하진 않았다. 당시 그는 피델 카스트로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쿠바정부가 민주화를 이룩하게 된다면 미국은 외교를 통해서 “양국 관계정상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며 금수정책을 완화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비에터 대변인은 여전히 “오바마 상원의원은 일관되게 미국은 대쿠바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해왔음을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최저형벌 강제양형 법규 이슈

2003년 10월 열린 유색인종지위향상연합회(NAACP)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최저형벌 강제양형(최저 몇 년 몇 개월 이상 징역에 처한다 등과 같은) 규정들 폐지법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색인종이 백인에 비해 과도한 비율로 훨씬 더 많이 체포 투옥 형사처벌되는 것은 잘 알려졌으며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오바마는 “이 규정이 판사들 재량권을 과도하게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선후보로 출마하게 되자 이제는 대통령선거운동본부 홈페이지(www.barackobama.com)에서 “폭력행위를 수반한 범죄에 보다 더 집중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대신 폭력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마약 사용이나 마약 소지 위반자(예컨대 대마초)들을 감옥에 처넣는 것은 실효성도 없으므로 지양하도록 하기 위하여, 즉각 양형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타임즈> 측이 비에터 대변인에게 2003년 10월 당시 오바마의 발언 비디오를 보여주자 비에터 대변인은 “미국 시민들은 대통령이 정직하며 어떠한 형벌정책을 취해야 실효성 있으며 효율적인가에 대해 제대로 말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보편적 의료보험 정책

오바마 후보는 2003년 6월 열린 AFL-CIO 회의에서 “본인은 단일지불기관 설립을 통한 보편적 의료보험 적용 방안의 도입을 제창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결코 그와 같은 방안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비에터 대변인은 “오바마 상원의원은 일관되게 단일지불기관 설립을 통한 보편적 의료보혐 적용방안이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으로서 매우 좋다고 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이 방안을 실현에 옮길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FTA정책 오락가락

각종 정책에서 오락가락하기는 오바마뿐만이 아니다. 힐러리 후보 역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6년 힐러리는 남편인 클린턴 대통령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독려했으나, 지금 와서는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의 롬니 후보 역시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낙태와 동성애 결혼을 지지했다며 비판받고 있다. 롬니 후보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든 지금에 와서는 정작 낙태와 동성애 결혼 둘 다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이 일관되게 낙태를 반대했으며 매사추세츠주 법령을 존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 진단

전문가들은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 간에 유사한 점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04년 당시 오바바의 선거운동에 대하여 심층 연구한 바 있는 존 잭슨 교수(서던일리노이대학 폴 사이몬 공공정책연구소 정치학과 방문교수)에 따르면 "오바마는 2004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서 상원의원 민주당 프라이머리 과정에서 '가장 진보적인 두 후보'에 속해 있었으며 스스로도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당시 상원의원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의 상대는 백만장자 기업인이자 일리노이주 감사원장 격이었으며, 당시 오바마는 당선가능성이 희박하였다. 그러나 오바마는 거꾸로 50% 이상 앞서는 압승을 거두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몇 가지 정책들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상원의원 당시에는 진보적 입장에 서 있었으나, 대선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하여 보다 중도에 서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잭슨 교수에 따르면 "이와 같은 오바마의 모습은 대체로 보아 발전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다만 4년 후 다른 지위에 입후보하는 경우 강조점이 바뀌거나 다른 모습으로 비쳐진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한편, ‘미국정치 및 미국시민정신 연구센터’ 대표이자 메릴랜드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폴 헤른슨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국 선거에서 프라이머리에 출마한 후보들은 민주당의 경우 원래 입장보다 조금 더 좌편향하게 되며 공화당의 경우 조금 더 우편향하게 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오락가락 행보가 실제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거의 인식하진 못한다.”
덧붙이는 글 문성호 기자는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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