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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하는 말은 "차라리 포기하라"

[탐방] 사법 피해자 돕는 공권력피해구조연맹

등록|2008.02.06 14:28 수정|2008.02.06 14:28
지난 1월 5일과 12일 2주 연속 방송된 MBC의 <뉴스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뉴스후>는 2주 연속 '사법피해자들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사법당국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례를 소개했다. 사연이 방송됐던 일부 피해자들의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가 하면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 피해자 발길로 북적이는 '공구련'

▲ 지난해 9월 한 사법피해자 관련 집회에서의 조관순 단장 ⓒ 추광규

<뉴스후>에서 다뤘던 피해자들 중 세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이하 공구련)은 방송 후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다. 

1월 28일 찾은 공구련 사무실에는 많은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방송 후, 사법 피해자들의 상담전화가 줄을 잇자 <뉴스후>에서 공구련을 소개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공구련은 '이시대의 독립군 단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1995년 말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산하 백만시민감시단으로 출발한 공구련은 1998년 공구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명성만큼 장장 13년 동안 해마다 공권력 피해사례집을 발간해 오다가, 2004년부터는 정식으로 '정의로운 언덕의 출판사'를 등록, 공권력 피해 사례집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로 피해를 입은 사례를 모은 <사기 치는 법, 사기 당하는 법>을 출간해 현재까지 교보문고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다. 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 등 사회적으로 위조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례집을 엮은 공구련의 구조단장이자 사법연대 집행위원장 조관순씨는 올 봄에는 판사의 부당한 판결로  피해를 입은 사례집을 발간해 판사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밝혀 보이겠다고 밝혔다.

공구련을 찾은 사람들 사연도 가지가지

▲ 장대식씨는 2년전 자신이 운영하는 사우나의 매표소 여종업원들이 판매금액을 훔치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사진과, 자인서 등을 근거로 이들을 고소했으나 이들은 무죄가 되었고. 이에 판사에게 항의하다 일주일간의 감치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의 사법체계는 "100%의 거짓이 100%의 진실을 이길 수 도 있게 되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추광규



사법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참으로 각양각색이었고 그 피해 사례도 심각해 보였다.

보증 선 사실이 없어 상대방을 고소했다가 도리어 무고죄로 기소되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서산에 사는 이상준씨. 수억원에 달하는 식당을 모 단체의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오순덕씨. 종업원을 고소하자 기소는 됐으나 판사가 부당한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려, 판사한테 항의를 하자 일주일 동안 감치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대식씨.

결혼 전에 알았던 남자가 사귀었던 사실을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장기간 돈과 육체를 농락한 사건으로 고소를 했지만, 경찰은 긴급체포를 했음에도 검찰은 도리어 피해자를 무고죄로 기소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박아무개씨.

버스회사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해 소송 결과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법원과 고법, 대법원이 부당하게 판결해 피해를 보았다고 하소연 하는 김희송씨.

한 노인 부부는 노후 대책으로 택시운전을 하기 위해 택시를 구입했으나 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들은 택시회사를 고소했으나, 위조된 계약서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그 부부는 무혐의 이유를 국과수가 허위 감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노 부부의 하소연에 조관순 구조단장은 "피해금 1500만원을 받기 위해 대법원까지 패소한 사건을 다시 뒤집기 위해서는 문서 감정비와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억울해도 포기하는 것이 그것도 65세의 고령의 연세로 투쟁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하면서 "사기치는 책을 보시고 이 보다 더한 사건이 많다는 것으로 아시고 차라리 마음의 위로라도 삼으라"면서 책을 선물로 주었다.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차라리 포기하라"

조 단장은 상담하면서 "차라리 포기하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그 이유는 패소한 사건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송에 필요한 경비가 들 수밖에 없고, 성공하기도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란다.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한 사건의 경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조 단장은 "재심사유가 될 수 있는 가해자 측의 위증이나 소송사기 등이 있는지 검토한 후 증거 수집을 위해 사건 현장 조사와 증인들에 대한 탐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조방법이 있는 사건들은 당연히 언론에 알리는 것이 가장 성공하는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재판장이 무엇을 문제를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판단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법정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불공정하게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공구련에 도움을 요청하면 검찰이나 법원에 공정한 재판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발송하므로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공구련이 구조를 하는 사건 선별의 원칙은 우선 공권력 피해자여야만 구조회원이 된다, 폭행이나 가사 사건은 구조를 하지 않는다"는 단체운영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공구련은 공권력과 관계가 없더라도 사기꾼들에 의해 재산적 피해를 보고 있는 약자들의 사건들을 구조운동을 하기도 한다. 조 단장은 소송가액이 200만원 밖에 안되는 한 소송의 경우 상대방이 변호사까지 동원해 대응하고 있어, 피해자의 나홀로 소송을 자문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꼴로 창원법원까지 가고 있다. 조 단장은 "애로 사항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 땅이 전체 재산이기 때문에 1년여 넘게 구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평수씨 2월 25일 2차공판... 제출증거 전부 채택돼

방송에 소개됐던 서산 한평수씨 사건은 지난 1월 25일 1회 공판에 이어 2월 25일 2회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한씨는 억울한 교통사고를 호소하다 상대방을 무고했다는 혐의로 1년형을 선고 받아 구속되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방송 이후 재판부가 새롭게 드러난 증거 전부를 채택했다고 조 단장은 전했다.

사법개혁을 위해 각종 활동을 펼쳐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사법피해자 구조를 하는 단체로 자리를 잡아가는 공구련. 이들의 활동으로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서민의 언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공구련(http://www.yesno.or.kr) 전화 02) 722- 4887 팩스 02) 722- 4886

이 기사는 인터넷뉴스 신문고(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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