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한복? TV밖 세상은 다르다
가격 부담스럽고 불편... 명절에 한복 잘 입지도, 사지도 않아
▲ 한복입은 연예인들명절이면 방송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 홍현진
설 연휴, TV속 세상은 '한복 입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들도 노래자랑에 나온 일반 시민들도 난생처음 한복을 입어봤을 외국인들도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한복을 입고 나온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명절=한복'이라는 공식이 있나 궁금할 정도다.
TV밖 세상, 명절에 한복 입는 경우 거의 없어 TV속 세상 사람들이 명절만 되면 색상도 디자인도 다양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나오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명절이라고 해서 한복을 입고 친척 집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밖에 나가봐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복을 입은 아이들은 더러 있지만 어른들 중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 있긴 있다. 갓 결혼한 신랑신부들. 나 역시 친척집에서 '한복 입은 어른들'을 본 건 지난해, 새댁이었던 사촌언니와 그 남편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결혼한 지 14년 된 우리 이모(41)에게 명절에 마지막으로 한복을 입은 게 언젠지 물어봤더니 "결혼하고 나서 한 2년은 한복을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로는 불편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한복을 입은 적이 없"단다. 이모는 "집안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결혼하고 나서 2~3년 정도 한복을 입는 것 같다"고 했다. 한복시장 상인들, '명절특수' 없어진 지 오래
▲ 텅 빈 한복상가 ⓒ 홍현진
▲ 아동용 한복점 ⓒ 홍현진
그렇다면, 어린이용 한복 시장은 어떤지 궁금해서 '광장시장 주단 한복부' 건물을 빠져나와 시장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어린이용 한복을 파는 '황제한복' 사장님에게도 명절 특수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어린이용 한복은 확실히 명절 특수가 있긴 있"단다. 어린이용 한복 역시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3만원에서 6만원 정도 한단다. 확실히 어른용 한복에 비해선 부담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구경하는 동안 엄마 손을 잡고 한복을 사러온 아이들의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한복 사장님은 "요즘에는 마트랑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국산 한복을 싼값에 팔다 보니 해가 갈수록 장사가 안 된다"며 하소연한다. 그는 오후 3시밖에 안 됐는데 장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너무 장사가 안돼서 그냥 장사 빨리 접고 고향에 내려가려" 한단다. 다른 어린이용 한복점 역시 저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었다. 손님이 한복을 사가는 것을 보고 한 상점 주인에게 "장사 잘 되시네요"라고 했더니 "겨우 하나 판 거라"며 "말 시키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TV밖 '보통사람들'의 세상에서 한복은 더 이상 '명절이면 꼭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닌 듯하다.
▲ 어른용 한복점 ⓒ 홍현진
덧붙이는 글
홍현진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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