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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와 살아가는 힘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면 무슨 일이든 고마워

등록|2008.02.08 16:48 수정|2008.02.08 16:48
집사람은 부서진 청소기를 고친다고 씨름하고 있고 아이들은 늦은 아침을 먹는다고 부산스럽다. 큰 아이는 배가 아프다고 제 방에 누워있으니, 식구들 모두가 각각이다. 서비스센터에 가지고 가라고 하여도 돈이 얼마인데,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둘째와 셋째는 게으름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연휴의 여유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달라진다. 처음에는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니, 그런 생각이 시나브로 달라져버리는 것이다. 너무 나태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빈 배강가의 ⓒ 정기상

나도 모르게 미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미움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은 줄줄이 이어진다. 움칠움칠 분출하는 분노의 마음을 억제하기 어렵고, 온통 부정적인 마음으로 고통이 커지는 것이다.

미움의 부작용으로 인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 미움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미움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편안함이 존재할 수가 없다. 활기 넘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이 앞서야 한다. 부정적 마음으로는 무슨 일을 하여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빈 배.

강가에 떠 있던 빈 배가 떠오른다. 계절이 겨울이라서 소용이 없어서 강가 나루터에 매어두고 있었다. 아무 것도 싣지 않고 텅 비어 있는 빈 배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만약에 배에 물건이 그득 실어져 있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답답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무 것도 싣지 않은 빈 배여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보이는 것마다 ⓒ 정기상

하늘을 보면 파란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바다를 바라보면 탁 트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세상을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고 신나는 일이다. 마음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마음이 굴절되어버린다. 굴절된 마음으로 바라보면 왜곡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미움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부정적 생각에서 온다. 세상의 모습이 굴절됨으로써 왜곡하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어 미움이 생기는 것이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였던가? 미운 마음이 앞서게 되면 세상이 온통 먹구름뿐이다. 기뻐할 일 하나 없고, 고마운 일 하나도 없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빈 배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바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빈 배 또한 어둡고 무겁게만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활기 넘치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고마워하는 마음인 것이다.

삶의 열매즐거운 ⓒ 정기상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면 무슨 일이든 고맙기만 하다. 기쁜 일이 생기게 되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고 슬픈 일이 생겨도 같은 마음이 될 수가 있다. 슬픔 중에서도 그 중의 하나 정도는 고마운 일을 찾아낼 수가 있다. 그러니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빈 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실을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세상의 모든 것이 고맙기 때문이다. 하늘은 파래서 좋고 바다는 넓어서 좋은 것이다. 구족한 세상에서 그 완벽함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을.<春城>

덧붙이는 글 사진은 섬진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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