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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울의 풍물놀이 풍경

등록|2008.02.09 14:05 수정|2008.02.09 14:05
안 골짜기에 자리 잡은 지형 때문에 소래울, 안골로도 불리는 마을이 내 고향 내곡동(內谷洞)이다. 1983년에 청원군 강서면에서 청주시로 편입되었으니 시내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덕에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향에 가면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가 많았다.

하지만 고향의 삼분의 이 이상이 청주시에서 추진하는 공단부지로 책정되어 있다. 고향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나 남아야 할 사람들이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얘깃거리가 앞으로 닥쳐올 현실과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명절분위기마저 가라앉아 쓸쓸하다.

풍물놀이 1풍물놀이패들이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변종만


풍물놀이 2우물신에게 수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 ⓒ 변종만


모처럼만에 만나서 술 한잔하던 친구들이 풍물놀이를 하며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를 바꿔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예전에는 집안의 곳곳에 신령이 살고 있으면서 집안 식구들의 무사안위와 복을 맡고 있다는 가택신앙을 믿었다. 풍물놀이를 하며 들리는 집의 터주신, 조왕신, 우물신에게 그 집안 식구들의 안녕을 비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풍물놀이 3음식이 나오면 풍물소리도 신이난다 ⓒ 변종만


풍물놀이 4집주인이 새끼줄에 돈을 꽂아주며 흥을 돋아준다 ⓒ 변종만


풍물놀이 5푸짐한 음식과 돈다발에서 고향의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 변종만


가는 집마다 푸짐한 술상을 대령한다. 새끼줄에 돈을 꽂아주며 풍물패의 흥을 돋궈주는 것도 고향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이다.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풍물패의 놀이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날 새끼줄에 꽂혀있던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마을대표에게 인계되었다.

고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마저 정부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말릴 것이냐며 덤덤하게 받아들일 만큼 순진한 사람들이 현재 내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늘 손해 보는 일이 많지만 집단행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순진한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정책을 펼쳐 고향을 떠나는 날까지 마음 편하게 살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풍물놀이 6술상과 돈도 받았으니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놀이를 즐긴다 ⓒ 변종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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