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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명절 특선 만화는 역사속으로?

어린이들, 특선만화보다는 케이블만화, 드라마, 무한도전을 좋아한다

등록|2008.02.10 11:57 수정|2008.02.10 11:57

▲ 명절에 자주 방영되던 <머털도사와 108요괴> ⓒ 네이버 영화


어김없이 설날이 되면 설날 특선 만화가 공중파에서 방영되곤 했다. 20대인 내가 아직도 기억나는 설날 특선 만화들은 '머털도사 시리즈', '떠돌이 까치', '둘리', '장독대',' 흙꼭두장군' 등이 있다.

대부분은 설날이나 추석마다 빠지지않고 텔레비전에 나왔기 때문에 만화 주인공의 다음 행동이 눈에 선하고 줄거리를 완전히 외울 정도였다. 이런 만화들이 방송에 나오면 '아, 명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또 다시 그 만화를 시청하기 시작한다. 마치 명절마다 '또 성룡이야?'하면서도 성룡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공중파 설날 특선 만화 점차 줄어...

요즘 설날연휴에는 어떤 만화영화들이 방영되고 있을까? <KBS> <MBC> <SBS> 같은 공중파에서 최근 4년간 방영한 설날 만화영화들을 찾아보았다.

▲ 만화영화 <엘도라도> ⓒ 네이버 영화


2004년 설연휴에는 <KBS>에서 설 특선만화로 '베어/셀림의 선물/노인과 바다', '애니멘터리 한국 설화', '치킨런'이 방송되었고 <SBS>에서는 설날 특선 '올림포스 가디언'이 전파를 탔다.

2005년부터는 주로 <KBS>에서 특선만화가 방영되었다. 설 특선 가족 만화 '검정고무신', 설특선 애니메이션 '트라이 킹덤'을 비롯하여 '설특선 7080 추억의 만화방'이라는 주제로 '딱따구리', '미래소년 코난', '독수리오형제', '독고탁의 다시찾은 마운드'가 차례대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2006년은 설날 특선 만화들이 대폭 줄었다. <KBS>에서 설 특선만화 '엘도라도'와 '호접몽'을 내보낸 것이 전부다. 

설날에 비해 추석은 그나마 낫다. 2006년과 2007년 추석에는 각각 3편의 추석특선만화들이 방영되었다. 하지만 2007년 설과 이번 설에는 지난 추석과는 달리 3사 모두 특선만화를 방영하지 않았다.

어린이들, "설 특선 만화? 없어도 아쉽지 않아요"

▲ 이상준(12),상민(10),상원(9) 형제가 동네 가게앞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이재덕



아이들은 설날에 공중파에서 특선 만화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않을까? 서울 돈암 초등학교에 다니는 상원(9)이는 "다른 곳에서 (만화를)많이 봐서 (특선 만화)없어도 아쉽지는 않다"고 했다. 상준, 상민, 상원형제는 만화를 주로 <EBS>나 케이블채널인 <투니버스><애니원>등에서 본다.

삼형제는 설날 특선 만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EBS>의 '몬스터트럭' <애니원>의 '데스노트'같은 만화들이 케이블에서 매주 방송된다고 했다. 케이블 만화 때문에 공중파의 특선만화뿐 아니라 공중파 만화가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방송 설날에 재미있게 본 방송을 물어봤더니 아이들은 오히려 '뉴하트', '엄마가 뿔났다' 같은 드라마가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경희 초등학교에 다니는 함효진(13), 함유진(11) 자매는 대뜸 "(만화에) 질렸어요"라고 말한다.

"(공중파방송국에서는) 너무 어린이 만화만 해요. 좀 레벨이 올라가야 해요. 케이블에서는 너무 재방송만 하잖아요. 그래서 이젠 만화 자체를 잘 안봐요."

유진이는 설날에 '설날 특집 무한도전'을 재밌게 봤다고 했다. 여기에 효진이가 덧붙인다.
"아! 그거 뭐였지? 어느 방송국인지 모르겠는데요. 까치팀, 떡국팀 또 한팀 해서 이렇게 3팀이 나왔는데요. 김새롬하고 김현철하고 나온 건데…. 그거 이름 까먹었어요. 찾아서 기사에 써주세요."

'무한도전'은 줄이고, 특선만화는 늘리는 건 어때?

이번 설연휴 내내 방송3사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재탕,삼탕하기에 바빴다. 일례로 6일에는 MBC에서 무한도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무릎팍도사 베스트, 설특집 무릎팍도사 VS 라디오스타를 방송하더니 7일에는 라디오스타 베스트, 8일에 또 다시 무한도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방영하고 9일은 무한도전 스페셜, 황금어장 스페셜 그리고 무한도전을 방송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노홍철, 하하씨의 얼굴을 설날 내내 지겹도록 봤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좀 줄이고, 그 시간에 특선만화를 부활시키는 것이 보다 다양한 시청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특선만화를 싫어한다면 나같이 향수에 젖은 청년이나 어른들을 위해서라도 예전의 특선만화를 방영하는것은 어떨까? 아, 나는 무엇보다도 '머털도사', '머털도사와 108요괴' 그리고 '머털도사와 또매'를 설 연휴동안 쭈욱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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