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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평화로운 재개발 주택가를 휩쓸다

9일 오후, 대전 대동 재개발 화재 현장 스케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듯

등록|2008.02.09 19:00 수정|2008.02.09 19:40
[현장] 대전 대동 재개발주택가 화재현장.

ⓒ 곽진성


9일 토요일 오후 4시30분, 주말을 맞아 평화롭던 대전 대동의 한 재개발 주택가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아올랐다. 무섭게 솟구친 불길은 삽시간에 주변 건물 2~3채로 번져나갔다.

"불이야!"

▲ 대전 대동 재개발 주택가 화재현장, 토요일 4시30분,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 곽진성


갑작스런 화재 소식에 옆 건물(노인산악회)에 모여있던 10명의 사람들(인근 노인회 소속)을 비롯해 이웃 주민 수십 명이 혼비백산 밖으로 뛰쳐나왔다. 당시 노인산악회 건물에 있던 조근석(72)씨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당시 상황을 말했다.

"갑지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신이 없다. 갑자기 불이났다는 소리가 나서 물건 하나 챙길 새도 없이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 토요일 4시30분, 대전 대동 재개발 주택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계속 번졌으나 신속히 도착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압되었다. ⓒ 곽진성



▲ 연기가 자욱한 주택가 속으로 소방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곽진성



4시33분, 불길은 더욱 번졌다. 검은 연기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현장에 모인 몇몇 이웃 주민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동이로 물을 퍼다 뿌려보았지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타올랐다. 밖에서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는 고함이 이어졌다. 이윽고 안에서 불을 끄려던 마을 주민들이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최길순(61)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어떡해, 우리, 건물이 다 타고있네!"

▲ 조근석(72)씨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당시 상황을 말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불이났다는 소리가 나서 물건 하나 챙길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 곽진성


4시35분 경, 대전 중부소방서에서 출동한 12대의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침착하게 현장을 수습하고 펌프차를 이용해 현장에 물을 분사했다. 그리고 조금씩 화재현장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 앞에서 '펑'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안에 부탄가스같은 폭발물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 밖으로 물러나세요. 앞에 폭발물이 있을지 모릅니다."

소방대원들은 주민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주민들도 바깥으로 물러났다. 나는 시민기자임을 밝히고 화재현장에서 계속 취재를 했다. 소방대원들은 치솟는 불길 속에서도 용감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20여분간 불길을 잡기위한 소방대원들의 사투가 이어졌다. 잠시 후, 기세등등하던 불길은 소방대원들의 활약 앞에 서서히 진압되어 갔다.

▲ 대전 대동 재개발 주택 화재 현장, 소방대원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 곽진성


▲ 소방대원들의 작업복이 뜨거운 땀과 화재에서 나온 재로 범벅이 되었다. ⓒ 곽진성


화재 발생 후 30여 분 뒤인 4시58분 소방대원 고택훈(38·중부 소방서 구조대 부대장)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다행히, 불길은 진압되었습니다. 다만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5시, 불길은 대부분 잡혔다. 안에서 수색을 했던 소방대원들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 더 수색해봐야 정확한 인명 피해를 알 수 있다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화재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인명피해가 없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대전 대동 화재현장, 겨울철 '화재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 곽진성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만든 토요일 오후의 화재, 과연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이번 화재에 대해 목격자들은 "화재가 처음 발생한 주택은 재개발 건물이다, 그래서 재개발 전까지 한 사람이 이전 명의를 받았는데, 그가 건물의 물건들을 옮기려다가 화재로 번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토요일 오후, 대전 대동에서 일어났던 화재는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 화재도 단숨에 잡힐 수 있었다. 재빠른 119 소방서 연락으로 인한 결과다. 하지만 갑작스런 화재가 남긴 충격은 컸다. 평화롭던 주말 오후의 화재는 우리들에게 겨울철 '화재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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