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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제일의 보물이 무너져내리다

[사진] 숭례문 붕괴의 순간

등록|2008.02.11 09:12 수정|2008.02.11 09:21

▲ 전소된 국보 1호 숭례문. 새벽 3시 15분의 상황. ⓒ 박정민


믿을 수 없는 일이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서해 바다가 온통 기름 범벅이 된 지 약 두 달여. 그때의 사고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면 이번에는 예방하지 않아서는 안 될 사고였다. 11일 새벽 1시 55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은 화재로 전소된 채 내려앉고 말았다.

기자가 TV 뉴스 속보를 뒤늦게 접하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1일 새벽 1시 30분경, 그로부터 25분 후 2층 누각이 완전히 주저앉고서야 숭례문의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아래 4장의 사진은 1시 55분을 전후한 붕괴의 순간이다.

▲ 새벽 1시 46분 8초. 흰 연기를 가득 피워올리며 불길이 맹렬히 치솟고 있다. ⓒ 박정민

▲ 새벽 1시 53분 29초. 불길이 점점 더 거세진다. ⓒ 박정민

▲ 새벽 1시 54분 43초. 굉음을 토하며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 ⓒ 박정민

▲ 새벽 1시 54분 56초. 붕괴가 되고서야 불길은 잦아들기 시작하고 연기가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 박정민

붕괴 이후에도 소방 호스는 새벽 5시 30분을 넘겨서까지 물을 뿜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새벽 5시 무렵부터 작업은 진화보다 주변정리를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도로에는 염화칼슘이 뿌려졌다. 

▲ 새벽 2시 8분의 상황. 여전히 여러 대의 소방호스가 물을 뿜고 있지만 이미 숭례문은 처참하게 무너져내린 뒤다. ⓒ 박정민

▲ 서울역 쪽을 향한 위치에서 바라본 붕괴 후의 모습. ⓒ 박정민

▲ 시청과 광화문 쪽을 향한 위치에서 바라본 붕괴 후의 모습. ⓒ 박정민

화재로 2층 누각은 전소되어 완전히 내려앉았고, 1층 누각 역시 간신히 외형만 유지하고 있을 뿐 내부는 전소되었다. 돌로 쌓은 석축 부분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은 듯, 소방대원들이 홍예문 가까이까지 접근하여 작업하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리던 주변에는 검게 타 내려앉은 목재와 기와들만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 간신히 형체만 남은 1층 누각 위로 폭우가 내리듯 물이 쏟아져내리고 있다. 마치 숭례문이 못난 후손들을 원망하며 눈물을 떨구고 있는 듯 보였다. ⓒ 박정민

뉴스를 접한 많은 시민들이 현장으로 나와 늦은 시각까지 숭례문을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이른 출근길에 나선 일부 시민들은 전소된 숭례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유를 묻기도 했다. 이러고도 우리가 한류를 뽐내고 관광수지를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자기 집 안방에 모셔둔 제일의 보물도 지키지 못하면서 반만년 역사를 논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태정태세문단세는 또 무슨 공염불인가. 눈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믿기 힘든 사고가 또 한 번 벌어지고야 말았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 새벽 4시 12분. 소방호스의 물줄기도 점차 잦아들고, 시민들은 그저 망연자실 바라만 볼 뿐이다. 광장의 소나무들만 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박정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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