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숭례문을 추억하며
<숭례문에게 보내는 편지>
▲ 10일 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의 누각 1,2층이 모두 붕괴된 가운데 11일 오전 경찰들이 숭례문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 권우성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미안함에 너에게 고개조차 들수가 없구나. 사실 언제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또 거리를 거닐면서 보았던 너였기에 이제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금의 모습이 정말,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온갖 뉴스와 언론 매체들이 너에 대한 기사로 넘쳐나더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 잘 몰랐는데, 이럴 때 쓰는 거였어. 다시 너를 복원시킬 거래. 많은 돈을 들여서. 하지만 내가 사랑하던 자랑스러워 하던 너의 모습은 영원히 볼 수 없겠지. 그게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프구나.
어제 아침 신문에서 국보 1호였던 너에 대한 보험금이 1억원이 채 안된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난 몰랐어. 내가 사는 이 나라 문화의 자존심이자 첫 손가락에 뽑히는 국보였던 네가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떠나고도 1억원의 가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구나. 모 유명화가의 그림이 진위논란 속에서도 몇백억을 기록하고 연예인들이 광고 하나를 찍어도 몇억원은 우습게 가져가는 나라에서 국가의 상징이라는 네게는 고작 그 정도 밖에 줄 수가 없나보다.
참, 몇 천억의 돈을 비자금으로 이용해서 감옥까지 다녀오신 모 전직 대통령에게는 지금도 수십 명의 경호원이 밤새도록 지켜준대. 수많은 팬들 때문에 유명 연예인들도 신변을 지켜주는 이들이 항상 곁에 따라다니지. 그런데 네게는 너를 지켜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나보다. 사다리를 타고 방화를 저지르는데도 국보 1호인 너 따위를 지켜줄 사람은 애초에 없었던거야. 너무나 미안하구나.
사실 미처 몰랐어. 우리나라처럼 문화재 관리를 안하는 나라가 없다는걸. 또 우리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한다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해온 문화재들이 얼마나 보호받고 있지 못한다는 걸.
작년 중국의 북경 어학연수 시절, 내 전공이 관광학이기에 북경에 있는 여러 문화재와 관광자연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았었어. 부럽더라. 천안문, 고궁, 이화원, 원명원 유명하다는 곳을 다 다녀봤는데 중국인들의 그들 문화재와 유물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넘치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 그렇기에 그들은 더 철저히 공안들을 배치시켜서 철처하게 문화재에 대한 훼손행위에 대한 감시와 보호를 하는 거였겠지.
역시 사람들이란 참 어리석구나. 있을 땐 모르겠는데 잃거나 사라지면 이렇게 땅을 치고 후회하고 깨닫게 되는 것 말야. 항상 그렇게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너를 잃게 되었다고 모두 다 아쉬워하고 언론에서 떠들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갈 거야. 그래, 너를 잃었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무엇이 변하겠니? 그래. 몇 달,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숭례문이 복원 될 거야.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 이제 복원됐으니까 다행이네' 이런 생각들로 가득차겠지!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나라는 600년 동안 우리 앞을 지키던 네게 단 한명의 경비를 배치하는데도 돈이 아까워, 한달에 30만원짜리 무인 경비 시스템에 의존을 했다는 국가다. 어릴적부터 죽어라 '국보 1호는 남대문, 보물 1호는 동대문'을 학생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우게 시키면서도 실상 국보,보물 하나 지킬 능력도 없는 나라다. 숭례문아! 미안하다, 정말….
너를 추억하며 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며 네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안녕 숭례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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