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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현판은 왜 세로로 했을까?

국보 제1호 남대문아, 그저 미안하다...

등록|2008.02.12 14:25 수정|2008.02.12 14:25

남대문아 !너를 보러 한양까지 왔는데... ⓒ 송유미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전소되다니,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온 국민이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다. 숭례문은 그 옛날 한양과 임금을 상징하고, 조정의 관리가 되려는 사람들의 등룡문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금도 지방 사람들은 '나는 남대문 보러 한양 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처럼 숭례문은 대한 민국 모든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문(門)이다.

우리 국민 정신의 '좁은문' 역할을 해준, 우리 겨례의 보물 1호 숭례문 화재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이 비통한 분노의 불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온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그 옛날 임금이 죽으면 하얀 상복을 입고 숭례문 앞에 와서 무릎을 끓고 애도했듯이, 서울 장안 시민들만 아니라, 온국민이 재가 되어버린 숭례문이 있는 북쪽을 향해 요배하는 심정이다.

그러나 슬퍼하고 분노한다고 숭례문을 되살릴 수는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처럼, 숭례문을 하루라도 재빨리 복원할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오늘 아침 뉴스에서 숭례문 현판을 구했다는 소식에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현판은 숭례문의 얼굴이다. 땅을 치고 통곡하는 백성들의 호곡에 종묘의 선조들이, 숭례문 현판을 구해준 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남대문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너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다. ⓒ 송유미


성문은 옛부터 힘과 요새와 권력을 상징해 왔듯이, 숭례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민의 힘과 요새이며 비상을 상징하는 꿈의 상징물이다.

우리 선조들은 건축을 지을 때 백년대계가 아닌 천년을 내다 보고 짓는 지혜로운 분들이었다. 그냥 터만 본 것이 아니라, 주도면밀한 설계 등과 함께 종묘 대대로 내려온 풍수지리에 의해 궁궐과 성문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가로 현판을 달고 있는데 반해, 숭례문 현판은 세로로 되어 있다. 숭례문이 세로로 된 현판을 달고 있는 이유는, 풍수지리에 의해서라고 한다. 숭례문의 숭(崇)자를 예서로 쓰면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이요. 례(禮)는 오행설로 따져 '불(火)이 된다. 해서 불이 잘 타오르게 하기 위해 세로로 썼다는 이야기이다.

서울 풍수지리설에 의해 관악산은 화산(火山)이기에 그 불로부터 한양(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불은 불을 막는다는 맞불을 붙인다는 뜻에서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세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관악산의 화기를 풍수적으로 막기 위해 지금 숭례문과 서울역 사이에 남지(南池)를 파서, 풍수방화수를 저장해 놓았다고 한다. 만약 선조들의 이 풍수지리의 확고한 믿음을, 후대들이 종묘사직처럼 목숨걸고 이를 지켰다면 하는, 어리석은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정말 방화일까? 이래도 저래도 초토화 된 숭례문에겐 그저 미안하고 송구할 뿐이다. 국민들 모두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장 귀중한 우리나라의 보물 제1호는 숭례문이라고 외우며, 대한민국 태극기가 걸린 교실에서 조례 시간마다 '나라사랑 겨레 사랑'을 다짐하곤 했다.

그 '나라 사랑, 겨례 사랑'을 가슴에 손을 얹고 다짐한 우리 국민 중의 한 사람의 짓이라면, 정말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국보 1호의 숭례문의 원통한 화재 앞에, 온 국민들이 분통하고 분노하듯이, 국민 모두 숭례문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를 구해야 할 판이다.

지금 국민들이 보이는 숭례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이전부터 가지고 숭례문을 지켜줬어야 했다. 시시비비를 따져 책임 회피 하는 것도, 이제는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닌가.

3~4년 후면 거뜬히 숭례문이 복원될 수 있다는 소식이 있다. 새로 복원될 숭례문은 백년 아니 천년보다 더 긴 우리에 후대에 남을 국보 1호로 손색없도록 잘 지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들과 정부기관 등 모두가 반성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말이다.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을 바라보는 종묘에 누워 계신 선조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미안하고 송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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