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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문화재청장 사임...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

외유 논란에 "연휴 기간 이용해 출장 다녀온 것"

등록|2008.02.12 18:34 수정|2008.02.12 18:34

▲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1일 오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보 제1호 숭례문 화재사고 관련 긴급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2일 숭례문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 청장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한다"며 "숭례문 화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숭례문 화재 발생과 진화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 문제점 등을 명확히 규명하고, 유사한 문화재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온 국민을 참담한 심정으로 몰아넣은 국보 1호 소실의 책임은 문화재청장이 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숭례문을 없앤 불명예는 죽은 후에도 가져갈 것이다, 사직 후에도 문화유산의 전도사로 살아가겠다"며 "다시 한 번 아픔과 슬픔을 드린 죄인으로서 용서를 구하며 물러가겠다"며 자신의 심정을 재차 밝혔다. 

유 청장은 또한 "사직한다고 해서 책임과 수습에서 벗어나는 게 전혀 아니다, 숭례문을 아름답게 복원하는 것은 죄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사명이고, 능력을 총 동원해서 복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당장이라도 사직할 수 있지만 뒷수습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던 유 청장이 갑작스럽게 사직을 하게 된 것은 외유성 출장 논란이 컸다. 문화재청의 예산과 모 항공사의 지원으로 지난 6일부터 8박 9일 일정으로 떠난 그의 출장 일정 대부분이 문화유산 답사였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연휴 기간을 이용해 출장을 다녀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조선 왕릉을 등재시키기 위해 면담차 간 곳인데 중대한 문화외교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숭례문의 1차 책임 기관이 서울시 중구청으로 되어 있는 문화재 보호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중앙정부가 맡아 하는 게 옳다"며 "문화재청 역시 권역별 지방청을 설치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재진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한 숭례문 재건 국민 모금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유 청장은 "이 당선인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숭례문 복원과 관련, 유 청장은 "오후 2시 문화재위원회 합동회의를 열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났다"며 "일제 때 잘린 성벽을 살리고, 원래보다 1.5m 높아진 지표도 재복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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