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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로 몰려가는 DJ가신들... "김홍일 있었으면?"

이상열 의원 분개... 박지원·한화갑·권노갑 목포 출마할듯

등록|2008.02.13 17:51 수정|2008.02.13 18:43

▲ 묘한 운명이다. 'DJ의 아들들'과 세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는 이상열 의원. ⓒ 이주빈


11일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당입당과 목포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내 지역구(신안·무안)는 김홍업(DJ차남)에게 줘버렸다"며 목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복권도 안 된 권노갑 전 의원까지 11일 목포를 방문해 '목포 출마설'을 구체화시켜가고 있다.

말 그대로 '동교동계의 전쟁'이다. 권노갑·한화갑은 세상이 다 아는 DJ의 가신들이다. 박지원은 늦게 동교동에 합류했지만 현재는 'DJ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DJ의 가신들이 DJ의 옛 지역구였던 목포에서, 또 DJ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목포에서 피 튀기는 영토전쟁을 하고 있는 꼴이다.

DJ는 1963년부터 목포에서 6·7대 국회의원 재선을 기록했다. DJ의 정치복권과 함께 1988년 목포에서 출마한 '동교동 좌장' 권노갑 역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권노갑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김홍일도 1996년부터 15·16대 재선 의원의 기록을 목포에서 이어갔다.

목포의 17대 현역 국회의원은 이상열 의원. 때 아닌 '동교동계의 전쟁'에 새삼 그의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18대 총선 예선과 본선에 박지원이 출마하든, 한화갑·권노갑이 출마하든 이 의원은 DJ의 '가신'들과 세 번째 격돌하게 되는 것이다. 묘한 운명이다.

목포로 몰려가는 DJ 가신들

이상열 의원이 첫 번째 치른 대결은 다름 아닌 DJ장남 김홍일 전 의원과의 일전이었다. 1996년 권노갑 전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역구를 승계하자 이 의원은 "어처구니없는 정치세습"이라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첫 번째 대결에서 DJ의 막강한 후원을 업은 김홍일에게 패배했지만 2위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이 의원이 치른 두 번째 대결의 상대는 최기동 전 목포시의회 의장이었다. 2004년 김홍일 의원이 민주당 탈당과 복당을 번복하며 목포에서 총선불출마를 선언한다. 김홍일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최 전 의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이 의원과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은 것이다. 결과는 이 의원의 압승.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이 의원은 탄핵역풍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후보를 1만여 표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민주당 의원 중 지역구에서 당선된 유일한 초선의원이었다. 그가 목포에서 나름의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승리의 경험이 있어서일까. 'DJ의 가신'들과 세 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는 이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선을 기록한 목포.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DJ장남 김홍일 역시 재선을 기록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포에 DJ의 정치적 아들들인 박지원, 한화갑, 권노갑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69년 연설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 ⓒ DJROAD


"목포가 동교동계 '정치 세습' 하는 곳인가. 우리 목포가 또다시 '정치 세습'의 오명을 쓰는 것은 목포를 위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예전의 목포가 아니다. 박지원이든 한화갑이든 권노갑이든 누구든 오라. 당당하게 대결해서 목포의 양심과 이성이 살아있음을 똑똑히 보여주겠다. 동교동이 목포를 호주머니 속 장난감처럼 취급하고 있다."

이 의원에게 동교동계 인사들이 목포에서 출마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내가 DJ차남 김홍업씨의 전략공천을 반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지난 2007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무안·신안)를 김홍업씨에게 물려주자 이 의원은 "원칙에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DJ 아들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DJ 아들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된다. 당시에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다. 김씨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천신청을 했으면 된다. 그런데 DJ 아들이라고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더라."

박지원 전 실장이 출마한 것은 자신의 아들 전략공천을 반대한 이 의원에 대한 DJ의 서운함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쳐도 한화갑·권노갑의 경쟁가세는 무슨 이유일까. 이 의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DJ장남 김홍일씨가 지역구를 맡고 있었으면 그 분들이 목포에 왔겠나? DJ 차남이 있는 무안·신안에 공천신청도 하지 않는다더라. 난 그렇게 정치하지 않는다."

박지원·한화갑·권노갑과 싸워야하는 이상열, 승리할까

목포지역 신문인 <목포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교동계의 목포 출마에 절반에 가까운 시민(49%)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현재까지는 동교동계의 출마에 시민들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편.

이 의원은 "당이 공정한 룰을 정해주면 당당하게 대결해서 승리하겠다"고 자신했다. 박 전 실장 등이 기대하고 있는 '전략 공천'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DJ의 가신'들과 대결해서 현재까진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이 의원. 박지원·한화갑·권노갑 등과 치를 그의 세 번째 대결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이상열 의원의 DJ 가신들과의 세 번째 대결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13일 오전, 목포의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기자, 15일 DJ 목포 온다는데? 말은 '휴양'이라는데 목포 들렀다가 해남 간대. 지난번엔 이희호 여사가 무안 장터까지 가서 선거운동하더니 이제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선거운동 하겠다는 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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