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교육청, 어떤 노력했는지 의아할 뿐"
순천시교육청 신입생 무시험 배정 논란... 자의적인 행정 원칙 앞에 아이들의 고통만 가중시켜
▲ 순천시 교육청전라남도 순천교육청 청사 앞에 놓인 현판과 교육청 앞 모습 ⓒ 윤병하
순천시교육청의 중학교무시험 근거리 배정 원칙을 둘러싼 신‧구도심 간의 인원 배정 문제로 인해 순천교육청과 학부모들 사이에 4년째 갈들을 빚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적인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해 자칫 '입학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2008학년도 순천시 중학교군 신입생배정현황’에 따르면 금년도 입학예정자 4698명에 대해 사전에 학부모들로부터 1, 2차 지망학교를 제출받아 컴퓨터 추첨에 의해 13개교 135학급에 각각 35명 기준으로 배정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 순천교육장행정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는 신태학 순천교육장의 입장을 듣고 있는 학부모 모습 ⓒ 윤병하
이에 대해 신태학 순천시교육청 교육장은 행정 원칙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금년에도 역시 충분히 예견된 일임에도 모든 고통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어서 원칙만을 강조한 비교육적인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1조(학급수‧학생수)에 의해 전라남도는 '2008학년도 각급학교 학급편성지침'에 따라 시 지역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편성토록 했다. 그러나 이는 지역실정에 따라 교육감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순천시교육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순천시 연향동에 사는 박아무개(36, 여)씨는 순천시교육청의 안이한 일처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교육청이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의아할 뿐...
순천시 조례동에 사는 최아무개(45, 남)씨는 "순천시 교육청이 중등 무시험 학교배정 마지막 날(2007. 12. 14)이 평일(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사를 비우고 ‘2007년 순천교육성과 분석보고회 위크숍’을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1박 2일 간 경남 통영과 남해로 관광성외유(<오마이뉴스> 2007. 12. 17일 보도 <암자 둘러보는 것이 '직원연수'?>)를 간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교육청이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교육청의 처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 비상대책위 학부모위원비상 대책위 학부모 위원대표들이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윤병하
이 같은 비난에도 신태학 교육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무시험 입학 배정업무’를 시행했고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단일학군 내 효율적인 배정업무추진으로 수요자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추진했다고만 주장할 뿐이다.
그러나 신 교육장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비난을 자초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또 신 교육장은 학급당 정원 35명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과밀학급에 따른 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의 일관성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부모비상대책위원들은 학급당 정원수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시도교육감의 재량권에 둔 것은 ‘지역실정에 따라 원칙을 적용하라는 의미’라고 반발하고 있어서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원칙은 오히려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
또 비상대책위원회의 유아무개(46, 남)씨는 “원칙은 오히려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순천시교육청에서는 더 이상의 배려는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 중학교군 학생배정현황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08학년 순천시 중학교군 학생배정현황' 내역서 ⓒ 윤병하
그러나 기자가 입수하여 분석한 ‘2008학년도 순천시 중학교군 학생배정현황’에 따르면 신도심에 위치한 왕의중학교의 경우에 정원 외 지원자가 12명이나 집중 배정을 받아 학급당 정원이 35명을 초과한 37명으로 밝혀져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외 입학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정원 외 입학은 특수한 경우라고 밝히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학급당 기준 인원(35명)이 3명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별도의 반을 편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신도심에 위치한 학교에서 최소한 학급당 1∼2명 정도만 추가해도 현재의 문제점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순천교육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순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시험 배정은 단일학교 하나하나의 근거리가 아니라 순천시 전체를 하나의 그룹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학부모들이 근거리 원칙을 자기 집 앞의 학교를 이야기 하는데 순천시의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비상대책위원들은 05', 06', 07'학년도에 똑같은 민원이 발생하여 민원이 해결된 점을 상기하며 이번 역시 행정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이미 일관성을 잃은 행정이기 때문에 금학년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학부모들의 요구사항2008학년도 중학교 무시험 배정에 따른 학부모들의 요구사항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 윤병하
근거리학교 배정원칙을 둘러싼 약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입학일(3월 초순)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자칫 아이들의 교육권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 순천시교육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 학부모들은 매년 반복되는 순천시 무시험 배정 원칙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 빨리 강구되어야 한다고 교육청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