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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 부활? 예비역 병장들이여 궐기하라!

9년 만에 부활하는 '군 가산점 제도'를 바라보며

등록|2008.02.15 09:14 수정|2008.02.15 12:28

▲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이 교관으로부터 교육내용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국방홍보원 국방화보

국회 국방위가 병역을 마친 사람에게 취업할 때 가산점을 주는 법안을 의결했다. 채용시험에서 필기시험 과목별 득점의 2%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게 법안 내용의 핵심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군 가산점 제도'가 9년 만에 부활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게 옳다. 그건 대한민국 군대가 힘들어서도 아니고, 제대 후 사회복귀가 어려워서도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난인 장애인들은 가산점을 2%가 아니라 20%도 더 줘야 마땅할 것이다.

국방의 의무 다한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이들에게 보상이 필요한 건 여러 경로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상당수의 '신의 아들'의 존재 때문이다. 돈 있다고 빠지고, 권력 있다고 빠지고, 스포츠를 통해 국익에 도움되었다고 빠지고, 아버지 잘 만나서 빠지고, 재주 좋은 기획사 만나서 빠지고, 이도 저도 아니면 어깨나 무릎 탈골 만들어서도 빠지고…….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라고 해 놓고서는 이래저래 빠지는 이들이 많으니, 군대 가는 이들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조건이 좋아 군대에 안 간 이른바 '신의 아들'은 요즘 세대들에게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선망의 대상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군대에 안 가고도 아무 탈 없이 잘 사는 영악한 놈들이 득시글거릴 때, 그런 곁눈질 안 하고 입대해서 2년 '뺑이 치다가' 제대를 하는 이들에게는 국가가 알아서 보상을 해 주는 게 옳다. 그리고 그 보상은 전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데 안 간 '신의 아들'들과 차별되는 그런 보상이어야 한다.

그 보상의 방법이 사회생활 하는 친구들 하루 일당밖에 안 되는 사병 월급을 현실화시켜 주는 것이어도 좋고, 전국 유명 관광지에 예비역 병장들을 위한 휴양시설 만들어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겠다.

전역증을 보여주면 공공시설 이용시 할인을 해주는 건 또 어떨까? 제대 후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전역증을 자랑스레 지갑 속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개발한다면 군인들 사기도 올라갈 것이다.

군대 못간 이들 밥그릇 뺏어다주는 게 '보상'인가

▲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한명숙, 이미경 신당의원등과 여성단체 대표들이 14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본천 246호 앞에서 신당 의원들을 상대로 여성가족부 존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했던 조성태 신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존치에 찬성한다"며 서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데 보상이라고 내놓는 게 고작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이라니. 군대에 갔다온 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군대 못간 이들('신의 아들' 말고)의 권리를 도려내는 게 국가가 할 일인가? 신체장애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들도 있고, 개인의 양심 때문에 군 복무 대신에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군대에 안 가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2006년 7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개정된 군 가산점 제도를 적용하면 여성 합격자의 31.9%가 불합격 처리된다고 한다. 군 가산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여자들을 향해 날을 세우는 남자들은 출산한 여자들에게 가산점을 주자고 하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들의 권리를 침해해서 군필자에게 보상을 주는 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적혀 있다.

"제대군인에게 여러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가산점제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초래하고 각종 국제협약 및 우리 법체계의 기본질서인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및 보호'에 저촉돼 합리성을 상실했다."

▲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제식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조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에서 가산점이 높다고 위헌이라고 한 게 아니라, 가산점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5%였던 가율을 2%로 낮춘다고 해서 위헌이던 게 합헌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건 0.2%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원칙의 문제라는 거다. 상한선을 만들고, 가율을 낮추고, 기회를 제한하는 건 원칙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엽적인 문제다.

또 한가지, 군 가산점 제도가 군 복무를 마친 모든 이에게 고루 적용되는 혜택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국가·지방자치단체, 초·중등학교, 200인 이상 제조업체"에 취업하고자 지원하는 이들 외에는 이 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똑같이 군생활을 마치고 어떤 사람은 보상을 받고, 또 다른 사람은 보상을 못 받는다면 그게 무슨 보상인가, 또 하나의 차별이지.

공무원 안 하는 사람에겐 보상이 없는 거네?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그 보상은 헌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군 복무를 마친 모든 이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야 하며, 그 보상이 특정집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군 복무 당시 외웠던 군인정신 6대 덕목의 맨 앞에 '명예'가 있었다. 예비역 병장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받는 보상, 그마저도 군 생활을 함께 했던 모든 동료가 아닌 일부만 받게 되는 보상은 결코 명예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군 가산점제 부활은 군인정신이 아직 생생한 예비역 병장들이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사안이다.

군대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예비역 병장의 우렁찬 구호로 마무리하자.

"군 가산점 제도 부활, 절대 반대, 절대 반대, 절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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