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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관계자 "우리도 피해자... 지자체 책임 피할 수 없다"

개방 이후 관리 헛점 속속 드러나... 책임 공방 가열

등록|2008.02.15 11:25 수정|2008.02.15 15:54

▲ 시민들의 안전과 보수작업을 이유로 숭례문 화재현장에 설치된 가림막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15일 오전 가림막 일부를 투명막으로 교체하기 위해 철제 구조물을 뜯어내고 있다. ⓒ 남소연


숭례문 화재는 개방에 따른 관리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재차 확인되고 있다.
서울남대문 경찰서는 방화 용의자가 검거됨에 따라 수사 초점을 숭례문 관리 과정의 과실여부로 옮겨 구청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숭례문 개방과정과 관리과정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초 숭례문 개방은 서울 중구청 소관이나 서울시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약사업인 숭례문 앞 잔디광장 조성사업이 '숭례문 개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잔디광장 조성사업은 숭례문 개방의 전 단계였던 셈이다.

숭례문 개방 누가 주도했나?

▲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약사업인 숭례문 앞 잔디광장 조성사업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이 시장의 이름석자가 15일 숭례문 화재현장 앞에 위치한 광장에 새겨져 있다. ⓒ 남소연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숭례문 개방은 중구청 권한으로 서울시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못 된다"면서도 "당시 중구청과 업무 협의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지시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서울시의 의지가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중구청은 서울시가 잔디광장 조성사업을 마무리하자 곧바로(2005년 6월 29일) 문화재청에 '숭례문 개방'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서는 당시 문화재청이 숭례문 개방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오랫동안 공문이 오갔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과 다르다. 문화재청은 같은 해 7월 15일 안전보완대책을 전제로 개방을 허용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련법에도 국가지정문화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문화재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바람직한 일로 보고 안전 보완대책을 전제로 개방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중구청에 안전대책으로 숭례문의 중앙 통로인 홍예문(虹霓門) 외에 2층의 문루(門樓)는 보존·관리 차원에서 개방하지 않도록 했다. 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되 경비실을 운용하도록 했다. 야간에는 정문을 폐쇄하고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숭례문은 이듬해인 2006년 3월 3일 전격 개방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제시한 안전대책은 오래지 않아 하나씩 허물어졌다.

3개월 동안 경비업체 6번 출동... 직원 배치 대신 경비업체 '교체'

우선 개방시간이 지켜지지 않았다. 중구청은 같은 해 9월 개방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 중구청은 처음에는 야간 근무자를 1명 배치했으나 이후 무인경비시스템에 맡긴 후 숙직인원을 없앴다. 무인경비시스템 또한 올 1월까지 월 30만원에 부실하게 관리하다 불이 나기 10여 일 전에서야 다른 경비업체로 변경했다.

일부 언론의 '숭례문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잠을 잤다'는 보도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숭례문 양 날개 부근에 관람객들이 들어가 무인경비업체에서 최근 3개월 동안 6번을 출동했다. 또 2005년에는 2층 문루에까지 사람이 접근해 무인경비업체에 의해 경찰에 인계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숭례문을 개방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개방 후 관리부분과 관련, 허점이 드러났다"며 "계획된 방화였다 하더라도 공익근무요원이라도 배치했다면 화재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화재청도 피해자"라며 "관리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 전담반 구성... 책임소재 규명나서

하지만 문화재청 또한 관리가 부실하게 이루어질 때까지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3일 숭례문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남소연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관리 실태에 대해서까지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또한 관련법상 문화재 보수비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관리예산은 지원 근거가 없다"며 "현행법으로는 관리비용은 시군구에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구청 관계자는 "기왓장 한 장도 문화재청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우리와 서울시도 사과를 했지만 문화재청도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 전담반을 구성하고 숭례문 화재사건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구청과 경비업체 관계자를 조사한 데 이어 문화재청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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