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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구에 울고 분구에 웃고... 박 터지는 출마자들

선거구 획정안 제출... 국회의원 정수 300명 넘어설듯

등록|2008.02.15 17:27 수정|2008.02.16 09:59

▲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9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 주최한 제18대 국회의원지역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석순 민주당 정책실 수석 전문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국회 선거구 획정위원회(위원장 박병섭 상지대 부총장)가 18대 총선의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보다 2명 또는 4명 늘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기도와 전라남도의 일부 지역구 조정 문제가 남아있지만, 8개 지역구의 분구·합구 여부가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18대 총선의 해당 지역구 판세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달 18일 출범 이래 4주간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 끝에 14일 2개의 안을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보고했다. 지역구를 현행 243명에서 245명으로 늘리자는 한나라당안과 247명으로 늘리자는 통합민주당(가칭)안이 맞서면서 획정위의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이상배 의원)의 조정 작업이 남아있는 가운데 선거구 획정위는 "획정안이 단순한 참고용에 그쳐서는 아니되며, 획정안에 위법이나 특단의 부당한 사유가 없는 한 마땅히 수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구 획정위가 단일화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두 가지 안의 공통분모인 합구대상 3곳(부산 남구, 대구 달서구, 전남 여수)과 분구대상 5곳(수원 권선, 경기 화성, 경기 이천·여주, 경기 파주, 광주 광산구)은 국회 정개특위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출마예정자들의 표정은 분구 또는 합구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합구가 예상되는 지역구 출마자들, 특히 각 지역마다 공천경쟁자가 많은 한나라당 출마자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공천경쟁자 많은 한나라당 출마자들 비상 걸려

'부패전력자 공천 배제' 당규 적용 문제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박근혜계)은 지역구(부산 남을)가 인근의 남갑과 합구되면 같은 당 김정훈 의원(이명박계)과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근혜계 좌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당규까지 변칙적으로 해석해 김 최고위원의 공천 길을 열어준 것을 감안하면, 김 최고위원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당 정보위원장을 맡으며 중립을 지켰다가 뒤늦게 '이명박 지지' 대열에 합류한 김정훈 의원의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두 의원의 계파는 비록 다르지만, 지난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이 김 의원을 편들어 준 것도 김 의원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남구에 곧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와 인구가 늘어나게 돼 있는데, 이번에 합구가 되면 19대에 다시 분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낭비"라는 논리로 합구에 맞서고 있다.

지역구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든 대구 달서의 한나라당 의원들(박종근·이해봉·김석준)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의원들은 시·구 의원들과 지역 언론 등을 통해 "달서지역 재개발이 끝나면 인구가 다시 유입해 다음 총선에서는 오히려 분구를 해야 한다"며 '합구 반대' 캠페인을 펴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위 결정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세 의원 중 한 명이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계파의 이해와 맞물려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것도 이 지역 공천 구도의 특징이다.

세 의원들 중 3선의원 2명(박종근·이해봉)과 초선의 김석준 의원이 각각 '친박'과 '친이'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경선 때부터 의기투합했던 두 의원으로서는 초선 김 의원의 양보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이명박계가 한나라당의 주류세력이 된 마당에 대구의 친박 의원들만 기득권을 챙기는 모양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대구의 한 의원은 "당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친박과 친이가 하나씩 나눠 갖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합구 지역, '친이' '친박' 공천경쟁 만만치 않을 듯

달서가 갑자기 합구 대상이 되면서 SBS 앵커를 지낸 홍지만씨와 이철우 전 경북 정무부지사, 김문오 전 대구MBC 보도국장, 신재현 전 김앤장 변호사, 유능종 전 대구지검 검사 등 이 지역의 공천을 노렸던 거물급 인사들도 한층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남 여수 갑·을이 단일 선거구가 되면서 통합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도 '외나무다리' 결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성곤(여수갑)·주승용(여수을) 의원을 비롯해 4선의 김충조 전 의원과 김충석 전 여수시장 등이 한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반면, 한나라당의 현역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원외 인사들 중 분구로 인해 한 시름 놓게 된 경우도 많다.

경기도에서 한나라당 최대 공천경쟁률(14:1)을 보였던 화성은 분구와 함께 공천신청자들의 숨통이 약간 트였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고희선 의원이 공천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원외인사 13명의 쟁탈전이 예상된다.

친박 성향의 이규택 의원이 내리 4번 당선된 경기 여주·이천은 이번 분구로 인해 후보들의 출신지에 따라 공천 판도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주에서는 이 의원과 이범관 전 서울지검장(친이명박)의 치열한 계파 대리전이 예상되고, 이천에서는 민선 1~3대 시장을 지낸 유승우씨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지역의 통합민주당 후보들로는 이희규 전 의원과 김문환 전 SBS 기자가 거론되고 있다.

갑·을로 나눠지는 수원 권선의 경우 16대 의원을 지낸 신현태 당협위원장의 공천이 유력한 가운데 3선 도의원 출신의 최규진씨와 수원지검 검사를 지낸 정미경 변호사 등 9명이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황진하) 대 친이(이재창)의 계파 대결 양상으로 흐르던 경기 파주는 분구로 인해 현역의원들의 정면충돌을 피하게 됐다.

당초에는 황 의원이 이 의원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지역구가 둘로 나뉘며 두 의원이 공천장을 사이좋게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의원의 뒤를 황의만 자유시민연대 상임대표 등이 추격하고 있다.

국회의원 수, 300명 넘어서나

통합민주당에서는 윤후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유일한 후보였는데, 분구로 인해 복수의 후보를 내야 할 처지가 됐다.

광주 광산의 경우 일찌감치 분구를 예상한 출마자들이 대거 몰린 탓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손학규계의 김동철 의원과 이용섭 전 행자·건교부 장관이 다소 앞서가는 가운데 송병태 전 광산구청장과 심재민 전 광주시 정무부시장, 민형배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경기 용인 갑·을은 급격한 인구 팽창으로 현행 2개에서 3개 또는 4개로 지역구가 늘어나게 된다.

한나라당에서는 한선교 의원(친박)과 윤건영 의원(친이), 배한진 전 <조선일보> 기자와 정찬민 전 <중앙일보> 기자, 민학기 전 수원지법 판사와 박준선 전 서울지검 검사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춘 후보자 22명(비공개 1명 포함)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

특히 윤 의원은 한 의원의 '홈 그라운드'인 수지구에서 정면승부를 별러왔는데,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극적인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통합민주당에서도 우제창 의원과 김상일 전 정동영후보 공보팀장, 김재일 전 <시사저널> 취재팀장을 비롯해 총 8명의 후보가 용인에서 경합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남의 7개 선거구를 6개로 줄이는 통합민주당안과 6개 선거구를 5개로 줄이는 한나라당안이 맞서고 있다.

둘 중 어느 안이 채택되더라도 지역구 의석의 증가(2 또는 4석)로 전체 의원수가 300명(비례대표 의원 56명 포함)을 넘기게 되는데, 의원 수 증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비여당' 한나라당은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에 국회가 '심리적 저항선'이 될 300명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비례대표를 다소 줄여서라도 299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민주당과 선거구 획정위는 이와 상충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5대 국회에서 272명이었다가 (17대는) 299명이 됐는데, (18대에서) 300명 이상으로 늘린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299명 선을 절대 넘기지 않는 방향에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하면서도 "의원 수 270명을 290명으로 늘리는 것은 놔두고 299명을 304명으로 늘린다고 '밥그릇 챙기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구 획정위는 "지역구 의원정수의 증가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수가 증가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례대표 의원수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지역구 의석의 증가가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비례대표 의원수의 감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구·분구 현황
합구가 확실시 되는 지역 (3곳)
(통) = 통합민주당, (한) = 한나라당, (노) = 민주노동당, (자) = 자유선진당, (창) = 창조한국당, (가) =평화통일가정당, (무) = 무소속.

▲ 부산 남구 (2 → 1)
○남갑 (한)김정훈·류태건·정봉화
○남을 (한)김무성·강정화·서영진·성희엽·우주호·정태윤 (무)김호길

▲ 대구 달서 (3 → 2)
○달서갑 (한)박종근·곽창규·김대봉·김치영·김현수·손명숙·유능종·이철우·정태성·홍지만 (노)김찬수 (자)오창훈 (가)황성수 (무)김충환
○달서을 (신)권형우 (한)이해봉·권용범·김문오·박상희·서영득·신재현·이상기·이철우 (자)박영린 (무)권영우
○달서병 (한)김석준·김대희·김부기·서병환·이술이·차철순 (무)김부기 (가)김영석

▲ 전남 여수 (2 → 1)
○여수갑 (통)김성곤·김충조·김충석·남태룡 (한)주봉심 (무)장세석
○여수을 (통)주승용·김종철 (민)김인수 (한)심정우

분구가 확실시 되는 지역 (5곳)

○ 경기 수원 권선 (1 → 2)
(통)이기우 (한)신현태·김현우·리출선·박상호·이미경·이범재·임수복·임종필·정미경·최규진 (노)이성윤 (무)손종학

○ 경기 화성 (1 → 2)
(한)고희선·김성회·남주헌·박보환·박윤구·박재근·이기봉·이회영·정병효·정연구·조한유·한종석·홍사광·홍순권 (노)이상무 (가)황재성

○ 경기 이천·여주 (1 → 2)
(통)김문환·이희규·최홍건 (한)이규택·권혁준·박연하·박영신·박의협·유승우·유종열·이범관·최병윤 (가)김치중 (무)신철희

○ 경기 파주 (1 → 2)
(통)윤후덕 (한)이재창·강철근·노영만·황의만·황진하 (가)김석찬

○ 광주 광산 (1 → 2)
(통)김동철·김승남·김영성·김휴섭·나병식·남평오·민형배·송병태·심재민·이상갑·이영진·이용섭·현해성·홍경석 (한)조재현 (가)김경옥·박정수 (무)유재신·이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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