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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스스로 내놓은 율사 의원

이상민 의원,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안 내놔... 5년만에 다시 논란

등록|2008.02.17 12:38 수정|2008.02.17 19:40

▲ 통합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사법시험 합격했다고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증까지 나오는 것은 부당한 특혜나 다름없죠."

17일 이상민 통합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변호사인 그는 17대 국회 막바지에 같은 율사의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유는 이 의원이 작년 11월에 낸 세무사법 개정안 때문이다.

그가 내놓은 개정안 내용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재의 법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해, 1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이 의원은 "현재 국가자격시험제도를 보면 한가지 시험에 대해 한가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지도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까지 주는 것은 이같은 시험제도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인 이 의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내놓은 법안 자체가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는 "동료 변호사 출신 의원들로부터 농담삼아 '(변호사업계에) 도움이 못되면 해악이라도 끼치지 말아야지'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들은 일정한 자격 검증을 거친 사람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5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이 의원이 내놓은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지난 2003년에도 국회에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에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는 것을 폐지하는 법안이 제출됐고, 국회 재경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변호사로 구성된 국회 법사위 심의 단계부터,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기에 대한변호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강력한 반발도 한몫했다.

결국 당시 국회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2004년부터 사법시험과 공인회계사 시험을 거친 신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들은 '세무사'라는 이름만 쓰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세무사 자격은 그대로 인정되면서 세무대리 업무도 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기존 변호사 등은 그대로 세무사 이름과 자격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으로 5년 만에 다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가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물론 법조계의 반발이 있겠지만, 지난 2003년과 달리 법사위 내부에서도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등 "세무사 자격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 주장

물론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법조계의 반대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특히 변협쪽에선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는 것은 법률전문가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권리"라며 개정안 통과 저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조항이 입법 체계상 문제가 없으며, 이 조항이 폐지될 경우 변호사 직무가 축소된다고 우려했다. 국민 편의 차원에서 현재 조항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변호사 출신 의원들도 비슷하다. 대신 자칫 국민들로부터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굳이 세무사자격 자동 부여 조항을 없앤다 하더라도, 현행 변호사법을 통해서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다"면서 "국민 편익 차원에서 개정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법조인들 스스로 '1시험 1자격'이라는 당연한 국가자격시험제도를 계속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각자 전문성에 맞는 자격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5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가 변호사라는 거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국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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