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페스티벌의 도발, 기대하세요"
현대무용가 안은미, 2008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예술감독
▲ 안은미 ‘2008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예술감독 ⓒ 여성신문
올해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 축제로 확대된 ‘2008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현대무용가 안은미(46)씨가 특유의 거침없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모든 개인공연 일정을 하반기로 미루고 축제 준비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에 위치한 하이서울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그를 만났다.
안 감독은 형광 주황색 셔츠에 노란색 스커트, 분홍색 목도리를 두른 파격적인 차림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물론 서울시장과의 회의에도 이런 차림으로 나간단다.
지난 10일 발생한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인해 ‘궁 축제’를 컨셉트로 한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가 위축될 뻔한 위기도 겪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사건이라 사실 우려도 많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축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흥청망청 즐기기만 하는 행사가 아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축제로 만들고자 합니다. 사는 것에만 급급했던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 잠시 멈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역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고, 문화재 보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는 거죠.”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는 5월 4일부터 11일까지 ‘궁’을 주제로 서울시내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광장에는 가상의 디지털 궁인 ‘5월의 궁’이 세워진다. 하늘을 덮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천장과 대형 워터스크린 병풍, 서울시청 건물 벽면에 영상을 투사해 궁의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5대 궁은 서울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자 소중한 유산입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의 가슴 속에는 궁이 남아있지 않아요. 문화재라는 이름에 갇혀 있던 궁을 시민들의 삶 속으로 끌어내자는 게 의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궁을 다양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세계 최고라는 IT기술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가상의 여섯 번째 궁을 지어드리고 모두가 그 안에서 왕이 되는 기회를 만들려는 겁니다.”
그가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은 행사 위주의 보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신경을 썼다.
“600년 동안 궁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졌겠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연출해 노래나 판소리, 연극 등으로 꾸며 들려주고, 가족이 함께 보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설명해주며 궁을 가깝게 느끼는 겁니다. 덕수궁에선 근대음악전이란 이름으로 근대의 잊혀진 음악들이나 금지곡으로 묶여 들을 수 없었던 음악들을 레코드판으로 듣는 퍼포먼스가 벌어집니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연출하려 합니다.”
‘만만대로락’이라 이름 붙인 거리축제는 행사의 하이라이트. 종묘에서 서울광장까지 ‘당신이 왕이라면?’이란 컨셉트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며 퍼레이드를 벌인다. 그는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사람이 느껴지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제는 창의의 시대입니다. 창의력과 디자인, 문화가 경제를 가름하는 시기입니다. 문화적 전통은 전시된 물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구요. 그러기 위한 시민들의 힘을 음에서 양으로 끌어내는 창구가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4계절 축제로 확대하면서 준비과정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 올해 축제가 끝나면 시민들과 함께 하는 평가회의를 통해 장단점을 냉정하게 반성하고 해마다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시민들이 기다리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그릇보다 큰 행사를 맡게 됐지만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면서 따라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 자신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보고 편견 없는 사람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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