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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화분 하나가 집안 분위기를 살린다

예술가가 별건가요?

등록|2008.02.19 12:03 수정|2008.02.19 12:03

가랑코에 화분나무 속을 파서 갈아코에 꽃을 옮겨 심음 ⓒ 송진숙


며칠 전 소리네 집에 갔더니 창틀에 못보던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소리 아빠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 했다. 어떤 건 굴러다니는 나무 화분에 숯을 놓고 그 위에 작은 실란, 풍란, 이끼류 등을 심어 놓았다.

또 어떤 건 나무토막(플라타너스 자른 것)을 뉘어서 속을 파내고 트리안과 양치류 화분 2개를 넣고 숯을 사이사이에 얹어서 아주 그럴싸했다. '소리아빠의 새로운 매력?' 돈도 많이 들지 않으면서 분위기있어 보이고 정성이 느껴졌다.

가랑코에 꽃꽃빛이 고움 ⓒ 송진숙


우리집도 한 번 꾸며볼까? 안 그래도 신발장 위 너저분한 것들을 다 치우고 깔끔하게 해놓긴 했는데 뭔가 허전해서 화분 몇 개를 올려놔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다지 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들기도 수월할 것 같았다.

젊었을 땐 봄이면 들뜨는 마음에, 꽃이 예쁘다고 줄줄이 사다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잊어먹고 있다가 말려 죽인 화분이 부지기수였다. 아이들도 커가고 나이도 들면서부터는 죽이는 화분 수는 줄었다. 그렇다고 아주 잘 키우는 건 아니지만. 잊고 있다가 얼마쯤 후에 정신들어보면 말라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기절한 사람에게 물을 뒤집어 씌워 깨우듯이 물을 주어 기사회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집안에 푸른 식물이 있으면 음이온이다 뭐다 공기청정도 좋지만 그보다도 마음에 안정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을 비롯한 식구들 정서에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도 날씨는 매섭게 춥다. 하지만 오는 봄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은 이미 봄 한가운데까지 걸어나간 느낌이다. 서둘러 마트에 나가 봤더니 꽃이 나와 있긴 한데 아직 꽃의 종류가 많지 않고 값도 싸지 않았다.

대체로 2000원 이상이었다. 한참 나올 땐 1000원 짜리 화분도 수두룩한데.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멀다.

이번에 들어온 새식구들왼쪽부터 화장실 수납장 에 놓인 트리안, 신발장 위에 놓일 산호수,아이비 ⓒ 송진숙


한참을 고르다가 저렴하면서도 생명력 강하고 분위기 살릴 수 있는 놈으로 가랑코에 3개, 아이비, 트리안, 빨간 열매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산호수 화분 등 6개를 사가지고 왔다.

집에 와서 빈화분과 선물바구니 등을 이용해서 분을 갈아 주고 물을 주었다. 사온 화분을 그대로 두었다가 죽인 경험이 많았다. 파는 화분은 흙의 비율이 너무 적어 임시일 뿐이므로 물을 주어도 수분저장률이 적어 쉽게 말라죽었던 것이다.

신발장 위에 놓았다. 좋긴한데 어딘지 색했다. 가랑코에를 크고 둥그런 선물바구니에 심었더니 생각보다 별로였다. 2,3일 뒤에 남편보고 플라타너스토막을  파달래서 거기에 가랑코에를 나란히 심었더니 분위기 'good'이었다. 나무껍질이 있어 별다르게 손댈 필요도 없었다. 껍지무늬 자체가 장식이었다.

'예술가만이 아름다움을 창조하란 법 있나?'

혼자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분위기가 한결 좋았다. 저녁에 지쳐서 들어올 때, 현관문 열면 화사한 꽃이 보이고, 빨간 산호수 열매가 맞아주면 식구들 얼굴이 환해지겠지! 트리안은 화장실 수납코너에 두어 화장실 분위기도 신선하게 바꿔보기로 했다.

봄을 적극적으로 맞으며 우리집의 2008년 행운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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