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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뚝배기에 어우러지는 행복한 비빔밥

등록|2008.02.19 14:20 수정|2008.02.19 14:20

▲ 완성된 비빔밥을 한입 가득 넣고 그 맛을 음미해 보라. 입안이 행복해진다. ⓒ 김필종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리면 건너편 북항 바닷가에서 코끝으로 전해져오는 바다 냄새가 이곳이 항도 부산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여정을 따라 부산역에 도착했건만 막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 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상도 특유의 맛집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경상도 음식의 특징은 멋을 내거나 사치스럽지 않고 자연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면서도 음식의 간은 다른 지방에 비해 세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에는 남해와 동해의 풍부한 어장에서 잡힌 해산물이 많아 물고기를 고기라 할만큼 생선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자갈치 시장을 비롯해 유명한 어시장도 많다.

그러나 부산에는 수산물뿐 아니라 돼지국밥·동래파전·밀면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싱싱한 야채와 채소를 이용한 경상도 특유의 된장찌개와 입안이 얼큰해지는 맛난 비빔밥을 맛볼 수 있는 '문출래 된장집'을 소개해볼까 한다.

부산역 광장 오른쪽 골목길에 있는 이 집에 처음 가서 내가 물었던 질문이 있다.
"저기요…, 혹시 여기 사장님 이름이 문출래님인가요?"

그 말에 배꼽을 잡고 웃으시던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문출래'는 '나갈 출'(出)과 '들어올 래'(來)를 써서 손님이 많이 들어오고 나가길 희망한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식당에 처음 들어가면 통나무로 된 식탁과 의자가 눈길을 끈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곧 숭늉을 담은 큰 냄비와 물수건이 나온다. 숭늉을 컵에 따라 마시면 목구멍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하고 은은한 맛이 미각을 돋운다.

그리고 연이어 밥 한 공기와 함께 백김치·콩나물·부추·오뎅·콩 등 밑반찬이 나온다. 입안 가득 시원한 맛을 느끼게 하는 물김치와 비빔밥에 사용할 나물들이 본격적인 준비되면 문출래 비빔밥의 완성을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 비빔밥의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된장국을 조금 넣어주면 부드럽게 잘 비벼진다. ⓒ 김필종


이 집의 명물은 된장찌개다. 팔팔 끓는 된장찌개를 바라보면서 넋을 놓고 있으면 넘친다. 주인아주머니는 넘치지 않도록 국자로 계속 저으라고 말한다. 물론 자주 오는 사람은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척척 잘한다. 그러나 처음 오는 사람은 가만히 있다가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자 이제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문출래표 비빔밥을 만들어볼까? 먼저 빈 그릇에 밥공기를 뒤집어 밥을 통째로 넣는다. 그다음 앞에 놓인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부추와 콩나물을 넣은 후 마지막으로 김을 넣는다. 먹기 전부터 벌써 구수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자! 이제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추장을 넣는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고추장을 정량보다 더 넣으면 된다. 이때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밥을 몇 공기 더 먹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적당량을 넣어서 쓱쓱 비벼 먹길 바란다. 이때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된장국을 조금 넣어주면 부드럽게 잘 비벼진다.

혹자는 말하길 비빔밥의 백미는 김 가루이니 팍팍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 가루 많이 사용한다고 구박하지 않으니 고소한 김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김 가루를 듬뿍(?) 넣고 비벼도 된다.

이렇게 완성된 비빔밥을 한입 가득 넣고 그 맛을 음미해 보라. 입안이 행복해진다. 한 입을 먹은 후 시원한 물김치를 손으로 쫘~악 찢어서 입안에 넣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덧붙이는 글 부산역을 찾는 분들에게 맛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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