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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가 한 것하고 똑같아요!"

광양 망덕포구의 '성호쉼터'에서 봄을 맛보다

등록|2008.02.19 17:17 수정|2008.02.19 17:17

쭈꾸미 두루치기봄철 쭈꾸미가 제철이다. ⓒ 조찬현



지인이 한사코 팔을 잡아당긴다. 백반 한상 거나하게 대접하겠노라고.

전라도에서 어지간해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게 음식이다. 짐짓 사양하면서도 한편으론 도대체 얼마나 음식을 잘하기에 그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큼 전라도는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맛에 관한한 이력이 붙은 집이 많기 때문이다.

못이기는 체 함께 가기로 했다. 또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때문이기도 하다. 광양 망덕포구의 음식 맛 한번 볼까.

섬진강 끝자락에 있는 망덕포구는 남해바다와 섬진강에서 나는 수산물이 풍부해 해마다 전어철인 가을과 강굴이 생산되는 이른 봄이 되면 별미를 맛보기 위한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파래김치파래김치는 적당히 익어 새콤함과 아삭함이 한데 어우러졌다. ⓒ 조찬현



섬진강 참게장조선장을 다리고 식히기를 다섯 번을 거듭해서 만들었다는 참게장 ⓒ 조찬현



백반 기본상차림떡 벌어지게 나온 백반 1인분에 5천원이다. ⓒ 조찬현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과 맛이 듬뿍

백반을 주문했다. 떡 벌어지게 나온 백반 1인분에 5천원이다. 바지락 국을 포함해서 15찬이다. 이 집의 특징은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과 맛이 듬뿍 담겨 감칠맛이 살아있다.

제일 먼저 붉은 고추장에 달달하게 버무려낸 쭈꾸미 두루치기에 손이 간다. 쭈꾸미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 채소와 고추장을 넣고 갖은 양념에 볶았다. 무생채를 넣어 조선간장에 담아낸 파래김치는 적당히 익어 새콤함과 아삭함이 한데 어우러졌다.

섬진강에서 잡아온 참게로 담은 참게장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맘에 든다. 조선장을 다리고 식히기를 다섯 번을 거듭해서 만들었다는 참게장에는 섬진강 맑은 물처럼 맑고 깊은맛이 담겨있다.

광양은 김 원산지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김자반을 즐겨 먹는다. 김자반도 간간하니 맛있다. 고등어 사촌쯤 되는 아지 튀김은 담백하다. 망덕포구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 아지는 여느 지역의 맛과는 분명 다르다. 젓가락이 자꾸만 간다. 

오이무침양파와 함께 어슷어슷 썰어 버무려낸 아삭한 오이무침에는 봄이 한가득 담겨있다. ⓒ 조찬현



김 자반망덕포구 사람들은 김자반을 즐겨 먹는다. ⓒ 조찬현



아지고등어 사촌쯤 되는 아지 튀김은 담백하다. ⓒ 조찬현



동치미"이집의 음식은 우리 시어머니가 한 것하고 똑같아요." ⓒ 조찬현



바지락국바지락국 한 대접에 속이 확 풀린다. ⓒ 조찬현



고향의 맛이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바지락국 한 대접에 속이 확 풀린다. 남해 모래밭에서 나는 바지락을 사용해 바지락은 해감을 시키지 않아도 이물질이 전혀 없이 깨끗하다. 한소끔 끓인 후 손님상에 내오기 직전에 소금 간을 하고 청양고추와 부추를 송송 썰어 넣는다.

양파와 함께 어슷어슷 썰어 버무려낸 아삭한 오이무침에는 봄이 한가득 담겨있다. 맛은 새콤달콤하다. 식감 또한 봄 아지랑이를 닮았다.

광양 진월의 구순자(46)씨는 “이 집의 음식은 우리 시어머니가 한 것하고 똑같아요"라며 "꼭 촌 할머니들의 맛과 느낌이 담겨있어요”라고 말한다. 백반 한상에는 고향의 맛이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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