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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명절을 즐기는 법 세 가지

국립민속박물관·국립극장·국립국악원, 기관 특성 따라 풍성한 행사 준비

등록|2008.02.19 17:45 수정|2008.02.19 17:54

▲ 정월 대보름에 액을 막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을마다 벌였던 달집태우기를 해왔다. 사진은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의 달집태우기. ⓒ 국립극장


정월 대보름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설이나 한가위에 버금가는 의미를 가진 소중한 명절이다. 설날과 한가위가 가족 중심의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과거 농경사회에 있어서 한 마을의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생존을 가늠하는 첫 공동행사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로 이행한 지 오래인 현대에서 그 가치가 희미해져가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전통농경사회에서 일과 놀이는 공동체와 뗄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컴퓨터 게임을 비롯해서 현대의 모든 즐김의 방법이 개인적인 것에 반해 전통사회의 즐김은 혼자가 아닌 여럿, 모두에 의해서 가능했다. 옅어져가는 공동체의식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정월 대보름 같은 명절은 공휴일 여부를 떠나 매우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뜻있는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도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세 곳의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해놓았다. 이들이 마련한 행사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사뭇 그 모습이 다르다.

▲ 전통농경사회에서의 민속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대보름 체험인 가족 볏가리대 만들기를 완성하고 기념촬영한 관람객들. ⓒ 국립민속박물관

먼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평소 민속체험위주의 행사와 교육을 해온 터라 대보름 행사 역시 가족 볏가랫대 세우기 등 참여할 수 있는 행사 중심으로 20일, 21일 이틀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한다. 또 대보름의 풍습인 오곡밥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서부터 부럼깨기까지, 전래 대보름 풍습을 야외마당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그밖에도 직접적인 대보름 풍습은 아니어도 하회탈 만들기, 단소만들기 등 전통공예를 배우고 익히는 기회도 갖게 되며 민속박물관 본관로비에서는 12간지를 상징하는 대형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당연히 대보름의 빼놓을 수 없는 풍습인 복조리 만들기 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대보름의 상징인 달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남산 국립극장(극장장 신선희)은 다른 기관들에 비해 너른 문화광장을 가진 특성을 살려 매해 달집태우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보름 밤이면 서울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달집태우기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모이곤 했다. 올해도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대형 달집태우기를 볼 수 있다.

달집태우기 전후로 약 한 시간 동안 임실필봉농악이 관람객들과 흐드러지게 어울려 놀 것이며, 일찍 남산을 찾는 가족들은 떡메치기, 달걀짚꾸러미 만들기, 대형 윷놀이 등 흥겨운 놀이거리도 오후 4시부터 즐길 수 있다. 또 대보름의 흐벅진 인심 그대로 부럼과 녹차는 행사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된다.

▲ 궁중의 명절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한 국립국악원의 산대희 한 장면인 학연화대무. ⓒ 국립국악원


끝으로 서초동 우면산 기슭에 자리한 국립국악원(원장 김철호)은 유료 공연인 산대희를 준비했다. 매해 명절과 절기에 맞춤한 페퍼터리 공연을 만들어 온 국악원은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등이 총출연하는 대규모 대보름 공연인 산대희(山臺戱)를 마련했다. 산 모양을 본뜬 커다란 야외무대인 '산대'. 산대희는 봉래, 방장, 영주 같은 신선들이 산다는 삼신산을 만들어 놓고 그 위와 아래에서 광대와 기생들이 가무백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악원의 산대희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사극열풍으로 인기가 높아진 궁중의 명절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악원이 민간음악과 궁중음악을 막라하는 기관이지만 그래도 국악원은 조선조 장악원의 후신인 만큼 궁중음악과 무용의 맥을 이어오는 유일한 국가기관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궁중문화를 볼 수 있다.

요즘은 TV 드라마에서도 전과 달리 궁중연회장면에 신경을 쓰고 있으나 아직 겨우 흉내만 내는 정도다. 과연 그러한지 이번 국립국악원 산대회를 보면서 한번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문화를 책임지고 있는 문화관련 세 기관이 애써 마련한 대보름 행사와 공연은 무엇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각자 근거리이거나 혹은 취향에 따라 찾아가 잊혀져 가는 조상들의 얼과 정신을 온 가족이 함께 느끼고 즐기면 그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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