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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정적을 깨고 울리는 사이렌소리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다

등록|2008.02.20 08:39 수정|2008.02.20 10:58

▲ 파릇파릇 빼족이 솟아 오르는 새 생명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 조정숙

오늘은 날씨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새싹이 난다고 하는 우수다. 예로부터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하였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크게 켜고 봄맞이 하러 전등사를 찾았다.

아직 예년 기온에 미치지 못하지만 며칠 전보다 기온이 올라 강화도 전등사에는 봄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사찰 경내를 산책하며 조용히 걷고 있다.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재잘거리며 사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성급한 새싹이 아직 녹지 않은 눈 사이로 고개를 들고 있다. 우수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봄맞이 하나 보다.

▲ 눈 사이로 봄을 맞이하는 새싹 ⓒ 조정숙



▲ 길손들의 목을 축여 주었던 맑은 샘물 주위로도 봄은 다가온다. ⓒ 조정숙

재잘대던 학생들이 봄을 재촉하며 찬 기운에 가냘프게 미소를 짓는 새싹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직 녹지 않은 눈 사이로 힘겹게 고개를 내미는 새싹이 추운 겨울동안 웅크렸던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펴게 만들어준다.

조용한 산사를 봄을 만끽하기위해 걷고 있는데 19일 오후 2시, 조용한 산사에 난데없는 사이렌 소리가 정적을 깨고 요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얼마 전 숭례문 화재사고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또 무슨 일일까? 하며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연기가 뿜어 올라가는 대웅전이 있는 곳으로 부랴부랴 뛰어갔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불이 났나?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불이 난 것이 아니고 소방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화재진압 훈련을 하고 있는 소방차. ⓒ 조정숙


▲ 강화도에 있는 전등사에서 화재진압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인천서부 소방서와 길상리119 대원들 ⓒ 조정숙


▲ 인명구출을 하고 있는 소방 대원들. ⓒ 조정숙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더니, 다행이다 싶어 휴! 한숨을 돌리고 소방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우리의 자존심 숭례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사고가 나기 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전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겠지 하는 마음을 안고 소방훈련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20여분의 소방훈련이 끝나자, 인천 서부 소방서 대응관리과장 진복권 과장의 훈련 내용과 빠른 시간 안에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담당과장의 말에 의하면 매월1회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란다.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 사고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문화재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었으며, 이번 훈련에 특히 관점을 두는 부분은 문화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자세가 우선 되어야하고,

소방당국은 빠른 화재진압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 질것이라는 굳은 각오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오늘 훈련은 인천 서부 소방서 대응관리팀과, 길상면119가 합동하여 훈련을 하였다.

▲ 화재진압 훈련을 마치고 철수 하는중. ⓒ 조정숙

일련의 커다란 사고들을 보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미리 튼튼하게 외양간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떤 특정인들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 앞에 늘 겸손하며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순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역사의 흐름에 오류는 범하지는 않게 되지 않을까?

▲ 조용한 사찰에서의 행복한 만남이 다정해 보인다. ⓒ 조정숙


▲ 태평성대를 이루어 달라고 기원하며 윤장대를 돌리고 있지는 않을까? ⓒ 조정숙

산사를 내려오는데 요란스러웠던 산사의 사이렌 소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윤장대를 낑낑대며 돌리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저들이 바라는 것이 정말 태평성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잠깐 빌려 쓰는 자연, 잘 보존하며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값진 유산으로 남겨 주는 것이 우리들의 남은 과제가 되리라. 

고요함과 정적 속에 겨울잠을 자던 파릇파릇 새싹과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오늘 게으름을 피우던 식물들이 회들짝 놀라 눈을 부비며 단잠에서 일어 나겠지. 목마른 길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며 끊임없이 흐르던 샘물 주위의 꽁꽁 얼어버린 얼음 조각도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겨울잠을 깨고 우수를 맞이하는 하루가 되었다. 전등사의 봄은 그렇게 한걸음 앞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온갖 생물들이 생동하는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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