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대파 위에 내려앉은 봄
‘우수’ 날 대파 심어놓으니 봄기운이 물씬
▲ 대파 한단에 5천원!대파 한단 사들고 오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 한미숙
음식을 만들 때마다 파를 많이 먹는 편이다. 거의 날마다 해 먹는 된장찌개는 물론 콩나물국, 무국을 끓일 때도 파를 꼭 넣는다. 북어국을 만들 때는 파가 주재료일 정도로, 끓여놓고 보면 파 국에 북어가 양념이 될 정도다.
▲ 같이 자라게 할까요? ⓒ 한미숙
국이나 찌개는 물론 나물이나 계란말이 계란찜에도 파를 넣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 하는 우리 식구들. 자반고등어를 구워먹을 때도 비린내 때문에 대파를 깔고 구워먹다가, 어느 날 그냥 구웠더니 영 제 맛이 아니었다.
비싼 대파를 아껴먹느라 감질나던 차에 동네 단골로 오는 트럭아저씨가 대파를 잔뜩 싣고 왔다.
“한 다발에 오천 원, 오천 원!”
입담 좋은 아저씨가 흥얼대며 트럭에 있는 대파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트럭 주변으로 모였다.
“이게 오천 원이여? 싸네!”
할머니 한 분이 파가 묶여진 단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물건을 골랐다. 천천히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사람이 내리더니 파 두 단을 달라고 했다. 아저씨 손은 점점 바빠졌다.
“아저씨 저두 한 단 주세요!”
▲ 파심기고무다라에 먼저 자라고 있던 감귤싹. 그 옆에 대파를 심었다. ⓒ 한미숙
▲ 감귤싹 뒤에 자리잡은 대파, 대파 앞에 자리잡은 감귤싹. ⓒ 한미숙
▲ 대파 위에 감귤싹 위에 내려앉은 봄! ⓒ 한미숙
대파 겉대를 한 꺼풀 벗기니 하얀 속살이 마치 아기엉덩이 같다. 고무대야에는 낑깡(감귤) 씨가 떨어져 언제 싹이 나고 자랐는지 손가락 한 뼘 정도 키로 자라고 있었다. 대파를 심어놓고 낑깡은 따로 화분에 옮겼다.
잘 생긴(?) 대파와 화분위의 깜찍한 감귤 이파리를 보고 있자니 한겨울 을씨년스러웠던 고무다라에 봄기운이 돈다. 싱싱한 대파 이파리에 내려앉은 봄. 새싹이 나고 봄바람이 분다는 우수(雨水)였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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