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소리 시인회 회원 ⓒ 정용국
김홍재의 의미심장한 말을 모두에 되짚어 보는 것은 분단이 우리에게 미친 지난한 역사를 혼신의 힘으로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허다하다는 현실을 주지시키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이제는 ‘통일은 없다’ 라고 단언하는 자가 우리의 통일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수장이 될지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시간이 코앞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하수상한 시절에 뜻있는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이하 문예동) 소속 ‘종소리 시인회’ 여덟 명의 시를 묶은 시집 <치마저고리>가 도서출판 ‘화남’에서 출간되는 것을 계기로 네 명의 시인들이 모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행사가 열리게 된 계기는 2006년 12월 22일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열린 한국문학평화포럼(이하 평화포럼)의 <도쿄 평화문학축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날 민족의 공존과 화해,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축전의 자리에서 평화포럼 임헌영 회장과 문예동 김정수 위원 그리고 종소리 시인회 정화수 대표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무렵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 극우파들의 학대가 가혹해진 시점이었고 우토로 주민의 생존권 문제등과 더불어 재일동포 전체의 삶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에도 종소리 시인회가 2001년 1월 결성된 이후로 모국어로 통권 33호의 책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시창작 활동을 전개해 온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하여 민족적 공감이 담긴 내용의 추구와 질적 변환을 모색하는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하여 재일교포 사회에 대표적인 시동인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에는 재일조선인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시집이 한국의 서울에서 출간된다는 것은 우리 민족문학운동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될 것이다.
시집 출간을 계기로 방한하는 종소리 시인회 소속 시인은 김학렬(73·본적 경남 함안), 오홍심(67·본적 제주도), 김두권(83·본적 경북 영천), 정화수(73·본적 부산 기장) 등 네 명이다. 일행은 21일 입국하여 22일 출판기념회 참가, 서울 관광, 한국작가회의 임시총회 참석, 고향 방문등 6박7일의 일정을 가질 것이다.
분단의 역사를 오롯이 안고 수십 년을 살아온 재일동포 시인들이 이념과 갈등, 그리고 대치의 상황 등 많은 불화의 세월을 견뎌내고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출간되는 자신들의 시집 출판기념회에 오게 되기까지를 되돌아보면 참으로 아득한 시간이었음을 느낀다.
대부분 70세를 넘긴 고령의 나이에 처음으로 모국을 찾는 사람도 있으니, 이 행사가 자칫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 치러지게 되었다면 아마 그들의 입국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다. 부디 남북의 문제가 역류하지 않고 이번 행사와 더불어 순항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행사관련 문의 : 이승철 평화포럼 사무국장 019-214-1902, 사무차장 정용국 011-704-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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