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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처장, 명지대 사의표명 "사표는 쓰지만"

"논란 일으키고 싶지 않다"... '보복적 취재' 성토하기도

등록|2008.02.20 17:19 수정|2008.02.20 17:23

▲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교수직 복직 문제로 인해 일부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던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0일 "대학에 사표를 내겠다"면서 복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처장은 20일 퇴임한 뒤에 명지대 교수로 복직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간 보수언론들은 '왜곡된 언론관'을 지닌 인사라는 이유로 복직의 부당성을 지적해왔다.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 인물이라는 맥락에서다.

명지대 교수협의회도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김 처장이 디지털미디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교수들의 여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처장은 이날 명지대 동료교수 및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교수직 사퇴이유와 관련, "언론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면서 "문화부에 통합될 홍보처 식구들이 답답해하는 상황에서 복직 문제로 시끌벅적하게 논쟁을 하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저의 사의가 마치 제가 '왜곡되고 편협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비롯해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이 언론과 기자의 감정을 건드린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직 기자로서 또 학자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정당할 뿐 아니라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복직 문제에 대해 비판해온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복적 취재'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제 사무실 앞에 기자들이 배치돼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하고, 밤늦은 시간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학교에 가서 보직 교수들과 학과교수들에게 복직 허용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 취재 자유를 빙자한 보복적 취재일 뿐입니다."

그는 또 "잘못된 언론관을 이유로 복직을 반대한 교협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교수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교수협의회가 참여정부의 홍보정책이 '잘못된 언론관'에 기초하고 있는 것인지 진실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언론의 요구에 편승하는 것은 학문적 태도와는 매우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저의 사표가 자칫 교권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고민을 했으며,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수가 많이 중용되고 있는 만큼 보다 심도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직 문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세우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의 사의로 지금까지 형성된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구조가 이제 해소되기를 절실한 마음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선후배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제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외국에서 연구를 마친 뒤 귀국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또 국내에서 강의준비를 마무리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3년간 선후배 선생님들께 제대로 연락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공직이라는 곳, 그 중에서도 특히 언론을 상대해야 하는 홍보처장으로서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 과거 기자나 교수시절처럼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3년은 정말 길고 힘겨운 기간이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시민의 공간은 넓어졌으나 시민사회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언론이 이 시민공간을 과잉점유해 공론의 장에서 지배적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투명화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노골적으로 참여정부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사안을 왜곡해 정부를 공격할 때 진실을 알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라는 것을 선후배 선생님들께서도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저를 괴롭히는 것은 제가 몸담고 이끌어온 국정홍보처가 사라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정부조직개편 등 대선 이후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할말이 무척 많았지만 홍보처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사실 저 개인의 복직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홍보처 식구들 가운데 일부는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를 상황에서 제 개인의 거취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저 개인의 복직이 무슨 큰 사회적 문제인 것처럼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제 사무실 앞에 기자들이 배치돼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하고, 밤늦은 시간 집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학교에 가서 보직교수들과 학과교수들에게 복직 허용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 취재의 자유를 빙자한 ‘보복적 취재’일 뿐입니다. 취재를 당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취재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도 공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까지 후벼 파고 들어올 때 제 주변에서는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홍보책임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저의 복직은 공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개인적 행위입니다. 그리고 복직 자체는 교권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복직이라는 제 사적인 영역, 그것도 합법적으로 보장된 교수의 권리를 위협하는 이슈를 생산하면서 저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대답하고자 합니다. 일부 언론의 희망대로 대학에 사표를 내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언론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문화부에 통합될 홍보처 식구들이 답답해하는 상황에서 저의 복직 문제로 시끌벅적하게 논쟁을 하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홍보처 폐지와 저의 복직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더욱이 복직은 교수에게 보호된 권리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홍보처 직원들은 직장을 잃는데 홍보처장은 교수직 자리 챙기기에 아등바등한다’는 주장으로 계속 논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아울러 학과 교수님들은 물론 제가 존경하는 동료 교수님들에게 저로 인한 부담을 드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원칙대로 복직을 하고 강의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일부러 전화를 주셔서 격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의 사표가 자칫 교권의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교수직은 매우 소중합니다. 여태껏 교수로서 개인적 정체성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동료교수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쉬고 싶습니다. 사표를 내고서라도 쉬고 싶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는 과정에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사직 여부보다도 더 크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 하나는 앞에서 말씀드린 교권과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저도 원칙대로 복직을 권유한 동료교수님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수가 많이 중용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보다 심도있게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저의 사의가 마치 제가 '왜곡되고 편협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비롯해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이 언론과 기자의 감정을 건드린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전직 기자로서 또 학자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정당할 뿐 아니라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는 언제든 공개적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응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누차 설명 드린 바 있습니다만, 참여정부가 시끄럽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공개적인 공론의 장에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홍보를 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공론의 장을 정상화, 투명화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부처별 기자실이 합동브리핑센터로 바뀌게 되어 언론으로서는 당장 불편하게 된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보면 국민의 알권리가 신장되는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저는 '잘못된 언론관'을 이유로 복직을 반대한 교협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수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교수협의회가 참여정부의 홍보정책이 '잘못된 언론관'에 기초하고 있는 것인지 그 진실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언론의 요구에 편승하는 것은 학문적 태도와는 매우 거리가 있습니다.

더욱이 교수사회는 다양성이 생명입니다. 자신과 다른 주장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언론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그와 다른 견해를 가졌다고 해서 교수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복직을 반대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저는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새로운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사의가 '잘못된 언론관'을 인정해서 내린 결정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과거 동료였던 기자들에게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대결구조 때문에 이런저런 상처를 주게 되었다면 개인적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지식사회도 왜곡된 소통구조를 넘어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사의로 지금까지 형성된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구조가 이제 해소되기를 절실한 마음으로 희망합니다. 더욱이 이것이 대학으로 옮겨져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학교에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선후배 선생님, 그간 애정 어린 질책과 충고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이 나날이 학문적 성취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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