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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후보 아들, 대체복무 중 미국서 골프

총리 후보자의 이상한 답변 "원래 애가 골프를 좋아해서"

등록|2008.02.20 18:01 수정|2008.02.20 18:51

▲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들이 병역특례업체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동안 해외출장을 나가 골프를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현역 군 복무자와 가족들의 입장에서 "고위층 자제가 군 복무는커녕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지만, 한 후보자는 "휴가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은 용인해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합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20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아들 상준씨는 2001년 3월부터 2005년 9월까지 4년 6개월간 LG-CNS 등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는 동안 14회에 걸쳐 244일 동안 중국(2회, 총 95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총 70일), 미국(2회, 총 23일), 프랑스(1회 12일) 등지에서 출장 등의 명목으로 머물렀다.

14회 중 5회는 신혼여행과 경조사·휴가 등의 사유가 있었고 나머지 9회는 선진기술 조사와 공동연구, 연구개발 등 업무성 출장이었다. 상준씨는 총 244일 중 휴가 29일을 제외한 215일 동안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대체복무를 한 셈이다.

상준씨가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는 동안 한 후보자는 국회의원과 외교통상부장관, 유엔총회 의장 등을 맡으며 정·관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김 의원은 "방위산업체에 연구요원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사람이 장관 등 요직을 지낸 아버지로 인해 특혜를 입은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244일 중 215일 동안 해외 돌아다니며 대체복무

특히 상준씨는 2003년 2월1일부터 8일까지 '선진기술조사'라는 명목으로 미국 출장을 가면서 골프채를 휴대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마 휴가를 다녀왔을 것"이라고 에둘러 넘어가려고 했다가, 김 의원이 "그렇지 않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내가 알아보니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바이오텍 회의가 있어서 친구들 휴가에 따라갔다고 하더라. 원래 애가 골프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외국 나갔을 때 두 번 (골프장에) 다녀온 것인데, 나는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아들이 골프를 좋아한다"며 상황을 수습하려는 한 후보자의 발언에 김 의원이 발끈해 잠시 다음과 같은 설전이 벌어졌다.

김영주 의원 "지금도 혹한에서 군 복무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이 '젊은 아들이 골프를 좋아한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을 듣는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군 복무중인 아들이 해외출장·여행을 가면서 골프채를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사과할 일 아니냐?"

한승수 후보자 "내가 보기에, 휴가 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

김 의원 "물론 특정계층 자녀들이 군 복무 중에 해외여행 가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역군인 가족들은 특혜를 누리는 것에 마음이 상할 것이다."

한 후보자 "지금 해외여행을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몇백만 명이 가는 시대다."

김 의원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이고,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도 가족의 문제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자 한 후보자는 "알겠다"고 답했다.

한승수 "애가 골프 좋아한다, 지금은 몇백만명이 해외여행 가는 시대"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시달리는 한 후보자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 의원은 "1980년대 초 미국 유학을 가서 연방대법관 청문회를 TV로 봤다"면서 "당시 청문회에서는 대법관 후보자가 뉴욕주 대법관 시절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을 때 자신의 신분을 밝혔는지 여부까지 대질신문을 하더라, 미국에서도 공직자에게는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말한 뒤 갑자기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전 김영주·서갑원 의원이 크게 신빙성도 없는 내용이지만 (후보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충실히 답해주시고 자료도 제출해달라. (민주당 의원들이 '무슨 얘기를 하냐'고 거세게 항의) 그런데, 몇몇 의원들이 충분한 해명의 시간도 주지않고 일방적인 정치 공세로 몰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김 의원은 "내가 영국 유학은 안 가봤지만 후보자의 당시 직함에 의문을 가졌고, 아들이 해외출장중에 골프채를 가져간 것은 사실 아니냐"며 공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군 복무를 해야할 사람이 공무 출장 가면서 골프채를 가져간 게 사실로 확인됐는데, 이게 신빙성 없는 내용이냐"고 항변했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이 "아직 집권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여당 행세를 하려는 거냐"고 질타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공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이 "여당 행세를 하려고 한다는 말은 인신공격"이라며 다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정세균 청문특위 위원장이 잠시 정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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