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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배짱으로 셋째를 낳았냐고요?

셋째 현서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등록|2008.02.20 21:00 수정|2008.02.21 14:13

세상에 막 나온 우리 셋째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막 나온 셋째.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힘차게 울었답니다. ⓒ 이종일


"너 실수 했구나!"
"나라에 충성했구나."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네가 부럽다."
"무슨 배짱으로 셋째 낳아?"
"어떻게 키울래?"
"돈 많이 벌어야겠다."

우리 셋째 현서가 태어났다고 하니 나타난 반응들입니다. 아들 현수가 9살, 딸 현경이가 7살, 이제 태어난 막내 현서가 1살입니다. 아들, 딸, 딸…. 세 자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2일 13시 59분! 3.06kg으로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번째 행사이기 때문인지 순풍하고 쉽게 나왔습니다. 제가 쉽게 낳았다고 하면 아내가 한 소리합니다. 애 낳는 것이 그렇게 쉬워 보이냐고…. 그래도 쉽게 보이는 걸 어떡합니까?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세 자녀는 기본이고 그 이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세 명이라고 하면 모두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대부분 두 자녀를 이루고 있고 한 자녀 가정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처가쪽으로 5형제인데 모두 두 명으로 끝을 맺었지만 막내인 우리 마눌님께서 이러한 규칙을 확 깨버렸습니다.

셋째를 가졌다고 하니 가족들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키울래? 합니다.  예전에는 자기 먹을 복은 타고 난다고 했지만 지금은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소리일 것입니다. 그래도 낳고 나니 오랜만에 집안에 애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십니다.

부모님 세대와 달리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환경이 변했고 육아, 교육 등 많은 경제적인 문제와 여성들의 사회적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대세입니다. 출산율이 1.08명으로 건국이래 최저로 떨어지는 사회적인 환경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2007년도에는 잠시 황금돼지의 해라고 해서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두 명이 만나서 두 명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서 셋째를 낳은 것은 아닙니다

태어난 다음 날 모습모두들 예쁘다고 난리입니다. 정말 예쁘죠? ⓒ 이종일


인구 감소로 인해 미래에 있을 경제적인 파장을 생각하는 거창한 이유에서 낳은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능력이 뛰어나서 셋째를 낳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이들이 좋고 이제 어느 정도 자라니까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을 보며 이 녀석들이 어떻게 자랐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어떻게 키웠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노릇을 했다고 생각해 왔고, 아이들도 아빠를 무척 따르고 하는데 막상 돌이켜 보니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에게 너무 맡겨 놓아서 일까? 내가 너무 아이 키우는 것을 쉽게 생각을 해서일까? 아이 목욕시키고 기저귀 갈아주고 밥 먹이고 안아주고 아장 아장 걸어 다니던 시절의 모습은 가물가물합니다. 특히 둘째는 그렇습니다.

내가 너무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기억이 없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약간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셋째를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아이 키우는 참 맛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늦둥이를 낳는 것이 그다지 흠이 아닙니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나 봅니다. 또 아이들이 훌쩍 커서 자기 자신만을 찾기 시작한다면 참 재미 없겠다라는 생각과 곁을 떠나가버린 아이들의 공백을 우리 꼬맹이가 메꿔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손을 놓으면 평생 원망을 들을 것 같아 꾹 참고 잡아 주었습니다

영광의 상처아내의 손을 잡았던 영광의 상처. 손톱도 짧았는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빠되실 분들 참고하십시요 ⓒ 이종일


첫째와 둘째는 낳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첫째는 제주도 외할머니댁에서 낳았는데 비행기를 탔을 때 병원에 간다고 하더니, 도착하니까 이미 나와 버렸습니다. 둘째는 허겁지겁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분만실에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셋째는 가족 분만실이라는 곳에서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탯줄도 잘라주었습니다. 아내의 손도 잡아 주었습니다. 손을 잡고 있는데 힘을 주면서 아내의 손톱이 제 손을 너무 파고 드는 것입니다. 너무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손을 놓고 싶었지만 아내의 고통보다는 덜하겠지하는 생각과 지금 손을 놓으면 평생 원망을 들을 것 같아 꾹 참고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보기에는 아주 쉽게 우리 셋째 딸 현서가 나왔습니다. 지금 손을 보면 딱지가 않아 있지만 흉터는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영광의 상처니까요 이러한 상처는 아무리 많이 생겨도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이미 출생하기 전에 이름을 지어 놓았습니다. 이 현(泫) 서(曙)라고…. 이슬처럼 빛나다, 깊고 넓다라는 뜻의 현(泫)과 새벽이라는 뜻의 서(曙)입니다. 새벽의 이슬처럼 밝고 영롱하게 자라다라는 의미입니다. 새벽 서(曙)자에서 앞에 날 일자를 빼면 나누다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뜻은 깊고 넓게 나누면서 살아라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지었습니다.

셋째 낳았다는 사실이 더 이상 세상의 관심사가 안 되는 날이 왔으면...

첫째와 둘째저 멀리 밑에 있는 동생을 안아주고 업어준다고 약속했습니다. 둘째가 더 좋아합니다. ⓒ 이종일


이름처럼 반짝 반짝 빛을 내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 살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셋째를 낳아 준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도와가며 키워가겠습니다.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두 자녀를 기르시는 분들께서는 한번 셋째를 생각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새로운 기분입니다.

옛날 부모님 세대처럼 아웅 다웅, 옹기 종기 모여서 살아가는 그 맛이 다시 되살아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셋째를 낳았다는 사실이 더 이상 세상의 관심사가 안 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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