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부회장에게 수사 협조? 말이 좀 이상하다"
특검 고위 관계자, "삼성 법 밖에 있다는 식 수사 방해 하고 있다"
▲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의 고위 관계자가 20일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그런 힘이 돈이나 권력에서 나오는지, 인맥을 잘 관리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수사를 해나가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 타개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삼성 수사 방해 행위 타개책 강구 중... 이학수 소환도 그 중 하나"
▲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지난 14일 밤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윤대근
특히 이 부회장은 세풍 수사, 불법 대선자금 수사, 삼성 X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 당시 검찰로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을 지켜낸 삼성그룹의 2인자다.
그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회장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하는 등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거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에 대비해 진술조작 등의 '예행연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2인자이자 '철벽수비수'인 이 부회장의 때 이른 소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파란'이었다. 그러나 이 '파란'에는 구설수가 잇따랐다.
이 부회장은 저녁 7시 기습 출석해 밤 11시 특검 사무실에서 벗어났다. 단 4시간이었다.
윤정석 특검보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의혹 전반에 대한 예비 조사를 받았지만 조서는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이 부회장은 조준웅 특검과 독대 뒤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와 담화를 나눈 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특검 관계자는 "불렀다면 조서를 받는 게 원칙"이라며 "삼성에 경고하는 차원이라면 이건희 회장을 불러 담판을 짓는 게 낫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택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도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답답해했다.
이날 특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수사를 받는 쪽에 협조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좀 이상한 것"이라며 "협조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조준웅 특검이 수사 받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 나무라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사 대상자가 소극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증거를 숨기는 등 특검을 속수무책으로 만들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검팀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특검팀이 삼성그룹의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수단이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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