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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그거 너무 세게 하지마. 살살해"

조규영 서울시의회 의원이 밝힌 지방의회의 현실

등록|2008.02.21 20:39 수정|2008.02.21 20:39

▲ 강연 중인 조규영 의원 ⓒ 2030 '젊은'아카데미


"숭례문 그거 너무 세게 하지마. 살살해."

이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얼마 전 서울 시의회의 분과 회의 중에 일부 의원들이 나눈 대화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국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지방까지 의석수를 점령한 상황에서 숭례문 화재 참사에 대해 지나친 견제를 자제하라는 말이 이렇게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대부분의 의석 수를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는커녕 이 같은 이른바 ‘웃분 눈치 살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될 당시 기대했던 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 조규영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은 지난 20일에 있었던 동서남북포럼의 2030 ‘젊은’ 아카데미 강연에서 현재의 지방자치제도의 이 같은 폐해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해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조규영 의원은 대학 시절 사회복지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 우연히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17년간 몸담았던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시의원이 된 그녀는 막상 의원이 되고 보니 안타까웠던 점들에 대한 것을 강연 내내 토로하였다.

특정 당이 거의 대부분의 의석 수를 점령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이 정책 마련보다는 주민들의 표심을 잡는 데에만 열중하는 모습들과 여성 의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하였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의원은 106명이며, 이중 4명만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전체 의원 중 여성 의원은 고작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보니 이제 여당이 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고 여성에 대한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기 어려운 실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연을 듣던 학생들은 지방의회에 대해 무심했던 자신들을 돌아보며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 공감을 한다는 듯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모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방의회에 대해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의회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그것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규영 의원은 이런 점을 해소하고자 국민들을 참여시켜 대화를 나누는 정책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국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길 당부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폐해가 있다고 해서 일부의 주장처럼 그것을 폐지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는 지방자치제도는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추세에 발맞추어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 의원도 이날 이런 점을 분명히 밝히며 지방자치제의 폐지가 아닌 개선을 강조하였다.

이날 강연을 한 조규영 의원, 그리고 강연을 들은 학생들을 비롯해 거기에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의 힘이 보태져 지방자치제도가 가진 현재의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길 바라는 것은 그리 지나친 기대만은 아닐 것이다.

단시간에는 비록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한국 정치도 후진성을 벗어나 선진국 수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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