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말 (21) 오리지널

[우리 말에 마음쓰기 226] '독창적인(original)' 다듬기

등록|2008.02.22 14:18 수정|2008.02.22 14:18
... 그것을 완벽하게 인식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때에 비교적 독창적인(original) 사상이 나온다는 겁니다...  <번역과 일본의 근대>(마루야마 마사오, 가토 슈이치/임성모 옮김, 이산, 2000) 41쪽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여러모로’로 다듬습니다. ‘사상(思想)’은 ‘생각’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나온다는 겁니다”는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나 “나옵니다”로 손봅니다. “완벽(完璧)하게 인식(認識)하려는 욕구(欲求)가 강(强)해질”은 “하나하나 헤아리는 마음이 커질”이나 “꼼꼼히 생각해 보려는 마음이 커질”로 고쳐 줍니다.

 ┌ 독창적(獨創的) : 다른 것을 모방함이 없이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거나 생각해 내는
 │   - 독창적 사고 / 독창적 발명품
 ├ 오리지널(original) : 복제, 각색, 모조품 따위에 대하여, 그것들을 낳게 한
 │   최초의 작품. ‘독창적’, ‘본’, ‘원본’으로 순화
 │   - 이 소설은 오리지널 작품을 개작한 것이다
 │
 ├ 독창적인(original) 사상이 나온다
 │→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
 │→ 남다른 생각이 나온다
 │→ 돋보이는 생각을 얻는다
 └ …

국어사전 말풀이를 보니 ‘오리지널’은 ‘독창적’이나 ‘원본’으로 고쳐쓰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는 ‘독창적’을 쓴 다음 묶임표를 치고 ‘original’을 집어넣습니다. 흐흠. 이것 참.

생각해 보면, 보기글은 일본사람이 쓴 책을 우리 말로 옮겼습니다. 일본사람은 ‘오리지널’이라는 말을 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옮긴이로서는 일본사람이 나타내고 싶어하는 뜻을 헤아리며 ‘독창적’으로 옮기는 한편 ‘오리지널’을 집어넣었는지 몰라요.

그러나 번역은 번역입니다. 일본사람이 미국말로 ‘오리지널’을 썼다면, 차라리 ‘오리지널’을 앞에 적고 뒤에는 알맞는 우리 말로 풀이를 넣어 주든지, 묶음표를 안 치고 ‘독창적 + 오리지널’에서 벗어나는 한결 살뜰한 우리 말 풀이를 달아 주어야 좋습니다.

‘-적’붙이 말인 ‘독창적’을 생각해 봅니다. 이 낱말은 얼마나 쓸 만한지요. 다른 이가 만든 무엇을 따르거나 베끼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새로 만든다고 하는 ‘독창-적’입니다. 그러면 이 ‘독창적’으로 가리키는 모습은 “자기 나름대로 만든” 모습, 또는 “자기 스스로 새롭게 만든” 모습이에요.

이때에는 ‘새롭다’나 ‘남다르다’ 같은 낱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만든 모습이라면, 여러모로 ‘돋보입’니다. ‘눈에 띕’니다. 쓰임새와 뜻을 조금 더 고루 살피면서 번역을 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