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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 시원한 냐짱 해변을 산책하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해변의 도시 냐짱을 다녀오다 (2)]

등록|2008.02.23 13:30 수정|2008.02.23 13:30
어둠이 짙게 깔리고 나서야 냐짱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일 년 전에도 한 번 왔었던 냐짱이다. 그때는 비행기로 와서 그런지 지금의 냐짱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 냐짱에서 손님을 태우고 다니는 관광버스, 한국 상호를 그대로 붙인 채 운행한다. ⓒ 이강진


밖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와 함께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나오는 승객에게 접근한다. 오토바이가 많은 베트남,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토바이를 태워주고 돈을 받는 사람은 특별한 면허증도 없고 아무나 영업(?)을 한다. 따라서 부르는 게 값이다.

베트남 사람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나와 같은 외국인은 택시비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가는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우리는 예약한 숙소에서 보낸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마중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크게 안심이 된다.

기사가 우리의 자그마한 손가방 두 개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은 후 잽싸게 차를 몰며 냐짱 시내로 향한다. 도착한 숙소는 별 두 개 달랑 표시된 큰 길가의 자그마한 호텔이다. 택시 기사가 택시비로 2,000원 남짓 되는 돈을 호텔 주인에게서 받는다. 싼 금액이다.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4층에 있는 방에 들었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깨끗하고 넓다.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베란다도 있다. 4층 베란다에 나와 본다. 어두운 밤이라 바다를 볼 수는 없지만 파도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 멀리 고기잡이 배 불빛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섬에 있는 큰 유원지의 불빛이 요란하다.

먼 곳은 한 마리 고기라도 더 낚으려는 어부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고, 가까운 곳은 마음과 육체의 피곤함을 추스르는 사람들의 휴식처이다.

대충 씻고 밖에 나와 길 하나 건너니 해변이다. 해변으로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끝에서 끝까지 걸을 엄두가 나지 않는 긴 산책로다. 지난번 왔을 때에도 끝까지 걸어보지 못한, 몇 킬로미터는 족히 될 만한 긴 산책로다.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집사람과 함께 해변을 걷는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호찌민시와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과 함께 폐 속 깊숙이 들이킨다. 흔히 사람이 공기와 태양의 고마움을 모르며 산다고 하는데, 호찌민시의 찌든 공해를 마시던 나는 이곳에서 신선한 공기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남쪽 끝에서 시작해서 여행의 피로함도 잊은 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걸으니 큰 광장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나와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을 비롯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 애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다.

▲ 냐짱 해변의 광장은 언제나 사람으로 붐빈다. 특히 마른오징어가 한국을 생각나게 한다. (이 사진은 지난번에 왔을 때 찍은 사진) ⓒ 이강진

다음날 아침 일찍 파도소리와 함께 일어나 집사람과 함께 해변을 다시 찾았다. 아침 일찍 백사장을 걷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타고 온 자전거를 모래 위에 놓고 아침의 바닷바람을 심호흡하며 힘겹게 운동을 하는 사람, 바다를 즐기며 걷는 사람 그리고 공을 차는 젊은이들도 있다.

우리도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백사장을 걸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모래의 감촉을 느낀다. 깨끗한 아침이다. 상쾌하다. 모든 것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하면 행복을 너무 값싸게 취급하는 것일까?

▲ 해변에서 손님에게 빌려주는 피서용 간이침대, 1,000원 정도면 온종일 빌릴 수 있다. ⓒ 이강진

▲ 이른 아침부터 해변에서 공을 차는 젊은이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다음 주에 계속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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