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손톱>겉표지 ⓒ 북스피어
<이와 손톱>은 두 개의 이야기가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마술사 루가 이끌고 있다. 루는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면서 생계를 해결하는 평범한 마술사다. 그는 우연히 탤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성공하게 된다. 부유해지는 것은 물론 그녀와 결혼해 행복한 삶을 꾸미게 된다. 마술사 루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법정에서 만들어진다. 검사와 변호사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검사는 피의자가 자신의 운전사 아이샴 레딕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거는 확실하다. 피의자와 운전사, 단 둘이 있는 집에서 운전사가 살해된 걸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체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보일러가 모두 태워버렸고 남은 것은 손가락과 이빨 뿐이다. 하지만 검사는 당당하다. 정황상 증거가 확실하기에 그렇다.
법정에서 검사는 여러 증인들을 통해 피의자를 압박한다. 변호사는 정황상 증거만 있을 뿐,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 이상한 분위기는 무엇보다도 피의자에게서 나온다. 피의자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뭔가를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지 않는 것일까?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접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것은 복수다. 눈치 빠른 사람은 진즉에 알아챘겠지만, 루의 복수는 법정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책 또한 그것까지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복수를 한 '그'가 마술사라면 법정에서 그는 피의자로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살인을 실행"했다고 하니 맞다. 피의자는 살인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살해당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법정에 나와 있다. 아귀가 맞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를 동시에 살해했다는 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법정에 있는 피의자 때문에 문제가 된다. 도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가는 어떤 '트릭'을 사용한 것일까?
이쯤 되면 원서가 결말을 봉인한 뒤 그대로 갖고 오면 책값을 돌려주겠다고 한 말이 어디에서 비롯된 자신감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봉인을 풀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이와 손톱>은 스릴러다운 면모로서 독자를 끌어 당겼을 뿐만 아니라 결말을 쉽게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그런 자신감을 보인 것이리라.
이 소설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이 1955년이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이다. 그럼에도 <이와 손톱>에 담긴 트릭은 물론 스릴러로서의 개성은 빛을 바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추리소설임에도 <이와 손톱> 역시 그런 말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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