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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골프채 대신 배드민턴채 쥐어라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골프채를 버려야 한다

등록|2008.02.25 10:16 수정|2008.02.25 10:38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새벽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 내정자들과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 인수위원회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를 함께 이끌어갈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난 뒤 워크숍을 실시했다. 언론들은 워크숍 둘째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장관 내정자들이 운동장을 15바퀴나 돌면서 운동하는 광경을 사진에 담아 주요한 면에 실었다. 신선해 보였다.

하지만 신문 사진을 보며 불현듯 스친 나의 기대감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새 정부의 장관 내정자들이 제출한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15명의 장관 내정자 중에 8명이 골프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장관들 회원권 합치면 50억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까지 포함했을 경우 9명이 가지고 있는 골프회원권은 모두 19개로서 한 명당 2개가 넘는 골프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19개의 골프회원권 시세 총액은 50억이 넘는다고 한다.

골프를 하거나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자연을 벗삼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고 여가를 즐기기에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또한 4~5시간 부지런히 걷다보면 충분한 운동이 된다.

하지만 골프가 다른 운동종목과 다른 점은 서민들이 즐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수백만 원씩 하는 골프용품은 차치하고라도 입장료·캐디비·기타비용 등을 감안하면 골프를 한번 치는데 쓰는 비용은 30만원을 훌쩍 넘기기 십상이다.

또한 골프장까지 오고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탓에 휴일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부족한 잠을 채우기 바쁜 일반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골프는 아주 특별한 운동 종목이며 반서민적 운동이다. 이런 이유로 골프는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즐길 수밖에 없고 따라서 상류층의 사교수단이나 접대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환경단체 출신 장관들이 회원권 3개씩

▲ 경기 북부지역의 한 골프장(항공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가지 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골프장이 일으키는 환경문제이다. 우리나라는 70% 이상이 산으로 되어 있으므로 외국과는 달리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야 하므로 심각한 환경파괴를 감수해야 한다.

2003년 기준으로 전국 골프장 총면적 중 87%가 임야이며, 그 중에서도 산림청이 지정·관리하는 보전임지를 전용하고 골프장으로 쓴 면적은 여의도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2300만 평에 이른다는 점은 새겨볼 만 하다.

그리고 여름에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상 광활한 잔디를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양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할 수밖에 없다. 2001년 환경부가 전국 155개 골프장을 조사한 결과 69개 골프장의 잔디와 토양에서 11개 품목의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또한 골프장 잔디는 이틀에 한번씩 물을 뿌려줘야 하는데 그 양이 하루에 600~800톤가량이며 갈수기 때는 1500톤 정도는 뿌려줘야 한다. 골프장 주변 농민들이 식수와 농업용수 고갈에 시달리기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과정에서는 발파음과 진동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농민들의 땅을 저가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농민들에게 갈등과 상처를 던져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골프장치고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을 겪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의 골프장은 환경과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는 주범의 대명사로 간주되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개의 골프회원권을 보유함으로써 숫자상으로 공동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이다. 박은경 내정자는 '환경정의시민연대'라는 환경단체 대표를 지냈고, 유인촌 내정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환경재단 이사와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을 2년 동안 벌인 바 있는 나로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따름이다. 환경단체 출신 장관 내정자들이 보유한 6개 골프회원권 중에서 지역 환경단체 활동가와 농민들의 처절한 외침을 뿌리치고 건설된 골프장이 있지는 않은지 사뭇 궁금해진다.

▲ 22일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대통령직 인수위 제공



'접대' '파벌' '밀실'을 주렁주렁

참여정부 시절, 총리나 경제부총리, 정치인들은 여러 차례 골프 구설수에 올랐으며, 그 때마다 나는 인정사정 없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정치인들이 온전히 하루를 골프에 흘려 보내는 것을 국민들이 좋아할 리 없으며, 골프는 '접대'와 '파벌' '밀실'이라는 구태정치의 단어가 따라붙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골프회원권을 주렁주렁 달고 발걸음을 떼는 이명박 골프 내각을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진심어린 충고 하나만 덧붙이자. 새 내각은 골프채를 창고로 보내라. 그들의 다짐대로 국민을 섬기려면 따뜻한 보리차 한 병을 들고 체육관을 찾아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땀을 닦으며 국민과 만나기 바란다. 몇억짜리 회원권도 필요 없고 운동효과도 만점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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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안민석 기자는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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