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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청소년 드라마의 사실적인 매력 <나도 잘 모르지만>

[드라마, 아줌마 뒤집기 24] 사실적인 묘사 청소년 드라마의 새 희망

등록|2008.02.26 08:57 수정|2008.02.26 08:58

▲ 청소년 문제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담아내 새 지평을 연 <나도 잘 모르지만> ⓒ imbc

요즘 청소년 드라마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MBC에서 특집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이 시청자를 찾았다.

물론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였다고 평하며 연일 칭찬이 올라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샌가 우리들의 꿈나무인 청소년 드라마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한 진한 아쉬움이 남은 시청자들에게, 적어도 과거 <나>, <공룡선생>, <학교> 등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겐 이번 드라마가 어느 때보다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감동을 일으킨 작품은 <나도 잘 모르지만>이란 드라마로 방영이 되기 전부터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우선 모처럼 청소년 드라마가 방영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고맙습니다>를 만든 이재동 감독이 연출하고,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은님 작가가 집필을 맡은 덕분이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는 막상 방영이 되자 그 기대감에 충족시킬 만한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이번 드라마에 적잖은 비난을 하는 이도 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 리얼하게 그리고자 욕설이 그대로 나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낸 <나도 잘 모르지만>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청소년 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은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청소년 드라마였다고 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요즘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덕분이다.

사실 이전 청소년 드라마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시대상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늘 교훈적인 도덕 교과서에나 튀어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주제로 삼고 청소년들에게 착한 청소년이 될 수 있길 늘 선도했다.

마치 수험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던 교육방식을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적용시켜 청소년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했다. 그래서 청소년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뻔한 소재와 뻔한 이야기, 뻔한 교훈으로 식상한 드라마 하나로 전락했다.

이 덕분에 소재는 지극히 한정적이어서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학업 문제, 입시 문제 등이 주요 이야깃거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윤리적인 교육 목표 의식 덕분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도 잘 모르지만>는 달랐다. 우선 친구의 우정과 사랑, 비행 등에 주요 단골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것은 단지 주제를 위한 수단 혹은 장치일 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즉 그러한 수단을 적절하게 스토리를 만들어 내며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자아찾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며 자아찾기 여행에 나선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보호관찰에서 막 돌아온 비행청소년 욱기(이민호)와 반항아인 혼혈아 두헌(라임)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욱기의 경우는 다른 청소년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인물이지만 이번에는 혼혈아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비뚤어진 두헌의 모습이 색다른 인상을 남겼다. 이 두 주인공은 보호관찰 기간 중에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겨 스키장에 간 여자친구 주원(최아진)을 찾아 떠나면 시작한다.

물론 엄연히 말해 여자친구를 찾으러 가출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를 찾으러 가는 과정 속에서 수행 중인 기인(오광록)을 만나서면 자아 찾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드라마에서는 욕이 등장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리고 여행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느끼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비행과 반항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정체성에 고민하게 된다.

그 사이 그들에 비행과정을 그리면서 드라마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비교적 닮은 이들을 만들어냈고, 대사 속에서도 요즘 청소년들의 말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리얼리티에 치중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적잖은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드라마에서는 왜 욕설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영화에서는 흡연장면, 욕설 등이 난무하고 있는데 꼭 TV드라마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는 시청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엄연히 관람제한이 있지난 드라마는 보편 다수 시청자들이 모두 시청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TV 오락프로그램을 보자. 자막방송이 시작된 이래 한글을 위협하는 일종의 외계어들이 난무하고, 어법에 맞지 않은 말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제재를 받고 경고조치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막방송으로 인기를 끈 <무한도전>은 외계어를 자주 내보내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굳건히 밀고 나가고 있다.

또한 시청자들은 그러한 오락 프로그램의 잘못된 언어에 대해서 크게 반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즉 드라마에서 욕설이 허용되지 않은 이유는 '드라마는 교휸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덕분이다. 그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드라마에서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욕설을 사용하거나 하면 늘 비난을 받곤 했다.

▲ 혼혈아의 사회적인 편견의 문제까지 이야기한 색다른 매력을 지닌 <나도 잘 모르지만> ⓒ imbc

고정관념을 탈피,
색다른 청소년 드라마 탄생!

이러한 경향에서 <나도 잘 모르지만>도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이 청소년을 교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닌 의무감을 지닌 청소년 드라마로서 사실적인 묘사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야하지 않을까? 케이블 채널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씨는 서슴없이 육두문자를 날리며 진상들에게 일침을 가했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면서 통쾌했다.

물론 욕이라는 것 자체가 되도록이면 삼가해야 할 대상이지만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한 두마디씩은 쓰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에서만 엄격하게 적용시킨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드라마에서 그러한 욕설을 보고 싶지 않다면 시청자들부터 일상생활에서 육두문자를 멀리해야한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 속에서의 청소년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나도 잘 모르지만>은 이전 청소년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는 기회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청소년 드라마를 멀리 한 이유가 바로 사실적이지 못한 비현실성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욕설이 단순히 현실성을 그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아량을 베풀면 어떨지 모르겠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청소년 드라마의 형식에서도 탈피했다는 점은 분명 칭찬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늘 교과서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작위적인 스토리라인을 사용했다면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학교에서 어떠한 생활을 하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학생주임(기주봉)의 폭력적인 체벌을 마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행청소년인 두 주인공은 학교를 뛰쳐 나가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기인을 만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한다. 즉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이전 드라마의 형식을 탈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형식을 위해서 드라마는 심우도를 이용했다. 심우도는 어느 소를 치는 아이가 소를 잃어버렸고, 그 소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따라가다 드디어 소를 찾았다. 하지만 소는 아이가 다루기엔 힘든 상대였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소를 길들여 나갔다.

그렇게 길들여 소를 타고 돌아왔지만 애써 찾은 소를 까맣게 잊고, 자신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여정을 인용해 두 주인공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조력자로 기인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해답을 찾고 스스로 뛰쳐 나온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욱시는 두헌에게 말한다. "우리 같이 가볼래? 우리도 우리 소를 찾아야지!"라고 말이다. 이전같으면 조력자로 등장한 기인들이 두 주인공에게 큰 깨달음이 담긴 내용을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인은 조력자에 역할을 할 뿐 여정 속에서 해답은 주인공들 스스로 찾았다는 점이 <나도 잘 모르지만>이 매력적인 드라마로 거듭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청소년 드라마가 단발성으로 끝나 아쉬움을 남기지만 앞으로의 청소년 드라마에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현실적인 묘사가 논란에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넉넉한 관용을 베풀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 주변에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다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나도 잘 모르지만>이 새로운 탈출구가 되어주길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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