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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시대 열리는 날 재벌들 앞다퉈 신문에 대대적인 축하광고

[분석] 2003년과 2008년 대통령 취임당일, 중앙일간지 광고면은

등록|2008.02.26 10:40 수정|2008.02.26 16:51

▲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동아>와 <중앙>은 취임 축하메시지를 담은 삼성 광고를, <조선><한겨레><경향>은 SK 광고를 1면에 게재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26일 오후 4시 30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5일 전국단위의 중앙종합일간지와 경제신문에는 대기업들의 취임 축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 재벌을 비롯해 한화와 롯데, 대한항공 등 10대그룹 재벌들이 거의 모든 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다.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취임날에는 삼성과 LG, 현대차, SK 등 극히 일부 기업만 광고를 실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들어 고유가와 물가불안 등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친기업적' 행보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문별로 보면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중앙일간지와 경제신문 모두 12개~14개의 기업이나 협회 광고가 실렸다. 이 가운데 <조선><중앙><동아> 등 3대 일간지에 이틀동안 41건의 광고가 집행됐다.

25일 당일날 광고수주로만 따지면 <동아일보>가 13개로 가장 많았다. <동아>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일 당선인으로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 매체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자동차, 2003년에 이어 전 일간지와 경제신문 맨 뒷면 장악

<오마이뉴스>는 지난 25일과 26일치 <조선>,<중앙>,<동아>, <한국>, <한겨레>, <경향>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광고 실태를 조사했다.

이들 신문 가운데 우선 눈에 띈 것은 1면 (5단 광고)과 맨 뒷면 광고. 광고업계에선 신문 1면과 맨 뒷면의 경우 가장 높은 수준의 광고 가격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신문의 판매부수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회 광고를 싣는데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 뒷면은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차지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두손을 쥐고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제17대 이병박대통령 취임을 축하드립니다'는 광고 카피를 썼다. 이어 "현대기아자동차는 새로운 대한민국, 함께가는 국민성공시대를 위해 더욱 힘차게 달리겠습니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2월 노 대통령 취임 당일 대부분의 신문 맨 뒷면에 자사 광고를 넣은 이후, 이번에도  모든 신문(경제지 포함)의 맨 뒷면을 축하광고로 채웠다.

한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은 "오래전부터 신문과 광고파트쪽에서 모든 신문 빽면(맨 뒷면 광고)을 현대차가 해놨다는 말이 돌았다"면서 "현대 가(家)쪽에선 다른 어느때보다 기대가 크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조선><중앙><동아>를 포함한 주요일간지가 대통령 취임 축하메시지를 담은 현대기아차 광고를 최종면에 전면으로 게재했다. ⓒ 남소연


롯데, 한화, 대한항공 등 재벌들도 첫 축하광고...특검받는 삼성도

이와함께 대부분 신문 1면의 경우는 삼성과 SK그룹 광고가 실렸다. 이들 두 그룹은 25일과 26일 이틀에 대부분의 신문에 취임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특검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은 25일치 <중앙>과 <동아><한국><한국경제>의 1면에 광고를 실었다. 삼성은 "일자리가 많아질 거라는 기대가,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앞에 있다"면서 "열심히 일하면 될거라는 믿음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우리 앞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구호인 "국민성공시대"를 마지막 카피로 썼다.

삼성은 이어 26일치<한겨레>와 <경향><조선><매일경제> 등에 자사 광고를 실었다.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삼성 광고가 실린 것은 작년 11월초 이후 처음이다. 이들 신문의 경우 그동안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강도높은 비판 기사를 게재해왔으며, 이에 삼성 쪽은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삼성 관계자는 "25일 취임 당일날 1면 하단광고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일부 신문에 싣지 못해 예정대로 26일에 광고를 집행했다"면서 "특정 신문의 광고 배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SK 그룹도 지난 2003년에 이어 대부분의 신문 1면에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SK는 2월 달력 사진을 배경으로 취임식날인 '2월 25일'에 빨간색 펜으로 표시하고,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썼다.

LG그룹은 지난 2003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부분 신문 중간에 전면광고를 넣었다. 4대 재벌이외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일제히 취임 축하광고에 뛰어든 곳도 있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한화·대한항공·NH농협·한국전력 등이다.

특히 대한건설협회 등 17개 건설관련 단체들이 모여 만든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거의 모든 신문에 이례적인 축하광고를 실었다. 현대건설은 개별 건설회사로는 유일하게 축하광고를 실었다.

한 대형건설회사 임원은 "개별 건설회사 차원이 아니라 협회나 관련단체가 모여서 (축하)광고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은 한 때 자신들이 모셨던 주군(主君)에 대한 예우차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조중동, 25~26일 이틀동안 기업취임 광고 41건...2003년보다 3배이상 증가

신문별로 보면 25일 취임 당일날 10~11개 기업이나 협회의 축하 광고가 실렸다. <조선>은 섹면인 <조선경제>까지 포함해서 모두 11개가 실렸으며, 쌍용자동차의 대형 세단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중앙>은 경제섹션까지 넣어서 9개의 광고가 실려, 이들 3개 신문 가운데 축하광고가 가장 적었다. 대신 <동아>의 경우 경제면까지 모두 13개 광고를 실었다. 다른 신문에 실리지 않았던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 등이 실렸기 때문이다.

26일치 신문에도 축하광고는 이어졌다. <조선>에 3건, <중앙>에 4건, <동아>에 1건의 기업 광고가 추가됐다. 결론적으로 보면, 조중동 3개 언론사에 25일과 26일 이틀동안 모두 41건의 취임 축하광고가 집행됐다. 이는 지난 2003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밖에 25일치 <한국>과 <한겨레>는 11개, <경향>은 10개의 기업 축하광고가 실렸으며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도 비슷한 숫자의 광고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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