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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진 희곡상' 재정, 통영시 지원금은 안 쓴다"

통영연극예술축제위 밝혀 ... 민족문제연구소 "그래도 친일파 기념사업은 안돼"

등록|2008.02.26 16:12 수정|2008.02.27 11:07

▲ 경남 통영시자 대표적인 친일 극작가인 유치진의 호를 딴 '동랑희곡상'을 제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유치진의 흉상이 있다가 친일행적이 드러나 철거된 통영 남망산의 기슭. ⓒ 윤성효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가 대표적 친일극작가인 유치진(동랑·1905~1974)의 호를 딴 ‘동랑희곡상’을 제정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관련 재정을 통영시 지원금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원회가 밝혔다.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극단 ‘벅수골’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벅수골’ 사무기획팀 관계자는 “재정은 당선작 상금 1000만원과 심사위원비용 정도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영시의 보조금을 사용하지 않고 극단의 공연 수익금과 기업체 후원금 등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곡상은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에서 주최·주관 한다, 통영시와 관련이 없다”며 “ 통영시로부터 받는 2억원의 지원금은 통영연극예술축제 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전국에 걸쳐 공모를 한 뒤 당선작이 나오면 상금을 수여하지만 심사 결과 당선작으로 뽑을 만한 작품이 출품되지 않으면 당선작을 안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친일극작가를 기리는 상을 만드는 게 민족정서에 반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신극 100주년을 맞아 의미를 두고 제정했다”며 “동랑 선생이 친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서정주처럼 친일도 인정하면서 예술적으로 기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랑 선생은 연극계에 큰 업적을 남긴 분”이라고 말했다.

유치진은 1941년 만주국을 세운 일본을 위한 조선인의 만주이주정책을 장려한 <흑룡강>을, 친일조직인 일진회를 중심으로 일한(日韓) 합병을 열망하는 작품인 <북진대>를 1942년에 발표했다.

유치진은 1948년 김구 선생의 지시로 작성한 ‘친일파 263인’과 1992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파 99인>에도 포함되었다. 또 그는 2005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 명단을 발표할 때 포함되기도 했다.

통영에서도 유치진은 친일파로 지목받아 왔다. 한 단체에서는 1990년 통영 남망산 기슭에 유치진의 흉상을 설치했는데, 그의 친일행적이 밝혀지면서 1995년 자진 철거되었다. 그의 흉상이 있던 자리는 지금은 비어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동랑희곡상 운영에 통영시에서 혈세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아무리 예술적 업적이 크다고 하더라도 친일행위가 뚜렷한 인물을 기리는 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희곡상 운영에 대해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일부에서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까지 친일인사 기념사업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통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논의해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는 전국에 걸쳐 90분 분량의 희곡작품을 공모하며, 대상 1편에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고, 대상으로 뽑인 작품은 연극을 만들어 다음해에 열리는 통영연극예술축제 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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