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동부, 장관 청문회용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

이영희 후보자 "동명이인으로 인해 발생한 착오"

등록|2008.02.26 16:37 수정|2008.02.26 21:16

▲ 노동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영희 인하대 교수.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노동부가 이영희 신임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을 위해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통합민주당은 "노동부가 허위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영희 후보자의 의중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27일 국회 청문회에서 쟁점화하기로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김영대·신명·우원식·제종길)은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8일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서에 이 후보자가 1997년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장관 지명 사유로 밝혔으나 이는 허위로 드러났다"며 이 후보자의 해명을 요구했다.

1997년 7월부터 3년간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을 지낸 '이영희'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하대 법학과 교수였던 이 후보자가 아니라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운동가 이영희씨였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와 노동부는 "동명이인이기 때문에 생긴 착오"라며 26일 밤 중노위 경력을 삭제한 수정본을 국회에 다시 보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노동부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서 원본에 이 후보자가 중앙노동위 근로자위원을 지냈다는 내용의 경력증명서를 첨부했기 때문이다.

노동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증명서 상단에는 이 후보자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노동부가 실제 근로자위원을 지낸 동명이인 이영희씨의 것이 아니라 이 후보자를 위한 '맞춤형' 증명서를 발급해줬음을 의미한다. 노동부는 이상수 장관이 사표를 낸 이후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의원들은 ▲ 이 후보자가 노동부에 국회에 제출할 허위 경력증명서를 만들도록 지시했거나 ▲ 노동부가 대통령직인수위 자료를 기초로 해서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들은 비공식 설명에 따르면, 노동부가 이 후보자에게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할 자료이니 검토해달라"며 후보 경력을 정리해서 올리자 후보자가 '이건 넣고 저건 빼라'고 지시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중노위 근로자위원 경력도 포함됐다고 한다.

우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자기 이력서를 확인한 후에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이 후보자가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노동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근로자 위원이 아닌 분이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내용의 경력증명서가 발급됐는지 모르겠다. 노동부로부터 경력증명서 관련 문의가 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당 김영대 의원은 "이 후보자의 경력을 보니 1987년부터 92년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총의 자문위원을 겸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후보자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 단체의 자문위원을 겸임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동부 "이영희 내정자 허위경력은 직원실수"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노동부는 26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허위로 자신의 경력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원의 단순 실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 실무자는 18일 저녁 이 내정자로부터 이력을 제출받고 노동부 관련 위원회 경력도 있는지 확인, 검토하던중 위원 발령대장에 기재된 '이영희'라는 이름의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97.7.23~00.7.22) 경력사항을 발견했다.

위원 발령대장에는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아 이 내정자와 동일인물로 착각한 실무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후보자 이력사항에 이 내용을 추가 기재해 경력증명서까지 첨부했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노동부는 또 19일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변경된 이력사항을 보고했으나 이 내정자가 자신이 냈던 내용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그냥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중노위 근로자 위원은 이영희 내정자가 아닌 동명이인인 것을 발견하고 이 내정자의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경력을 삭제한 새 인사청문요청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측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당사자가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내정자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을 제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