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먹고 사는 사람들 일냈다!
'달개비' 탄천 식물도감 출판... 270여종 수록
▲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소모임 ‘달개비’ 회원들이 탄천에서 야생화를 촬영하고 있다. ⓒ 강현숙
그들은 사실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소모임 ‘달개비’ 회원들이다. 교사, 우체부, 동화작가, 주부, 회사원, 대학생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9인이 일을 냈다. 바로 탄천에 자라는 야생화를 주제로 식물도감을 펴낸 것. 그래서 지난 17일 아침 일찍 사무실로 찾아가봤다.
책 출간을 앞두고 최종 교정을 위해 모인 달개비 회원들의 외모는 솔직히 예쁜 야생화랑은 거리가 한참 멀어 보였다. 심지어는 무서워 보이기까지 하는 남성 회원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오해였다. 기자를 만나자마자 그간 식물도감 탄생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하는 달개비 회원들은 소풍 다녀온 아이들 마냥 천진난만하고 그들 입에서 나오는 야생화 이야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은 동호회로 시작한 달개비는 5년 전부터 본격적인 탄천 식물도감 출판 준비를 시작했다. 주말 반납이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직장인 회원 그 누구도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왜? 바로 탄천에 숨은 보물을 알고 있기 때문.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준용하천인 탄천은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 자연적인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보물단지다.
1990년대 말부터 용인지역의 난개발로 생활하수가 유입되고 공사장 토사가 유입되면서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됐지만 일부 구간은 환경여건이 좋아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탄천의 모래밭 근처 식물, 강줄기 따라 강물에 떠내려 온 식물종, 철새와 이웃 청량산에서 유입되는 식물종, 홍수로 인한 시기에 따른 우점종 등 다양한 식생대를 형성하고 있어 그야말로 ‘천연의 식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달개비 회원들은 탄천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화 270여종을 도감에 담았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야생화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설명까지 게재돼 있어 관내 학교 교육교재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현장 답사, 사진촬영, 야생화 조사, 편집, 교정 등 시간과 돈을 요하는 작업에서 달개비 식구들의 희생과 단합이 없었더라면 식물도감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이영기 달개비 회장 ⓒ 강현숙
이어 "전국 환경연합 52개 조직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5년 동안 탄천에서 함께 하면서 달개비 식구들 모두 ‘야생화 전문가’, ‘탄천 홍보대사’로 거듭났다"며 "달개비 식구들의 희생과 노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식물도감은 발간은 시작에 불과하다, 환경적으로 탄천은 여러 가지 개발 요소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학자들이 전문적으로 탄천을 연구하고 보호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됐으면 하고 달개비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탄천 연구 및 보호에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생화 사랑과 자연보호에 앞장서 온 달개비 회원들이 있는 한 어떠한 환경오염과 개발에도 야생화와 벌, 나비, 잠자리, 철새 등 각동 동식물의 낙원인 탄천은 서울 시민 곁에서 흐르고 또 흐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서울 강동·송파 주민의 대변지 서울동부신문(www.dongbunews.co.kr) 2008년 2월 27일자(제666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